‘경험이 돈이 되는 시대’다. 화장품의 경우 예전에는 ‘럭셔리’가 이목을 끌었다면 지금은 ‘새로운 텍스처’ ‘피부 트러블 해소’라는 경험이 중요해졌다. MZ 중심으로 SNS와 유튜브 등 다지털 플랫폼에서는 소비자 경험이 확산되고 가속화되는 흐름도 요인이 됐다.
‘뷰티월드 두바이 2025’에서 확인된 K-뷰티 인기 비결도 ‘소비자 경험’이었다. 코이코(KOECO)가 구성한 한국관(KOREA Pavilion)은 태극기가 걸리거나 KOREA, K-BEAUTY가 쓰인 부스마다 바이어는 물론 참관객들 모두 바르고 쓰고 살펴보는 데 열중했다.

6홀 메이크업 전시장은 그야말로 K-뷰티 색조의 독무대였다. 대형 부스를 꾸민 라카코스메틱스는 이벤트 참여는 물론 ‘프루티 글램 틴트’를 경험하려는 현지 소비자의 눈과 발로 거대한 흐름을 형성했다.
라카코스메틱스 손여진 글로벌사업본부장은 “이번 뷰티월드 두바이 참가 목적은 밴더, 리테일들을 적극적으로 만나 미팅하고 입점 논의를 위해 왔다. 그럼에도 고객들이 저희 제품을 발라보고 써보고 테스트하면서 고객 의견을 수렴하는 게 굉장히 중요했다”라고 말한다.
자연스럽다, 가볍게 발리고 오래 지속 된다, 색깔 자체가 다양하다 등의 반응에서 ‘셀링 포인트’를 포착한다는 설명이다. 두바이 전시회에서 라카코스메틱스는 'Every Shade, Every Story LAKA'를 핵심 가치로 Inclusivity(포용성), Self-expression(자기 표현), Diversity(다양성)을 키워드로 한 브랜드 정체성을 통합하고 있다.
손여진 본부장은 “라카코스메틱스는 100종에 달하는 컬러 쉐이드 다양화 계획과 미니 제품 테스트에 대한 고객 의견을 청취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집중했다. 두바이가 글로벌 물류 중심지라 다양한 바이어와 미팅을 하면서 라카만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소비자 경험이 중요한 시장조사가 됐다”라며 참가 소감을 전했다.

6홀에 위치한 기베스트(Gibest, 대표 기서철)의 브랜드 ‘나인 테일(Nine tails)’은 아홉(九)에 이르기까지 뛰어난 효과에 집중하고, 고객(一)을 만났을 때 완벽한 아름다움으로 재탄생한다는 의미다.
기베스트는 ‘메디컬 코스메틱’을 표방한다. 기서철 대표는 “의학에 가까운 효과의 화장품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연구소에서 수백~2천 번 이상 샘플을 만들며 프리 테스트로 실질 효과를 체크한다. 그렇게 효능이 입증됐을 때 비로소 본 임상에 들어간다. 후속 연구는 경피 흡수에 집중한다. 성분 전체를 나노화한 크림을 출시했는데 반응이 좋다”며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전시장을 둘러보던 바이어들이 오후면 다시 찾아오는 사례가 많다. 그러면서 한결같이 ▲ 즉효성 ▲ 지속성 ▲ 테스트 등에서 세 번 놀랐다고 말한다”라며 “이번 두바이 전시회에서 나노 기술을 활용한 앰플을 선보였다. 뷰티 살롱이나 스파 등에서 기기를 사용하는데 이는 흡수가 안된다는 의미다. 나인테일 앰플은 부스터 없이 흡수가 가능하다. 그래서 바이어들이 샘플만 테스트 해보고 오더를 내고 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쿠웨이트, 이란, 이라크 등 스킨케어 숍 관계자들의 문의가 잇달고 있다며, 기서철 대표는 “화장품 R&D에 몰입을 하는 것은 일종의 승부라고 생각한다. 가치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가치 있는 일이란 가치를 만드는 데 물불 가리지 않고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마지막 하나인 고객 경험을 더해 열(十)의 완성수를 지향한다”라고 강조했다.
부스에서 만난 한국뷰티산업무역협회(KOBITA) 김성수 회장은 “‘뷰티월드 두바이’에서 K-뷰티 기업들이 테스트 분위기를 만들고, 실제 고객이 경험하도록 함으로써 상담의 물꼬를 트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고객 경험은 브랜드를 성장시킨다. 이는 숱한 전시회에서 목격한 팩트다”라며 긍정 효과를 전했다.

4홀 한국관에서 세포 투과성 펩타이드 기반 마이크로 니들 패치를 선보인 에스스킨(S-Skin) 이정건 대표는 “여드름 케어를 타깃으로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하고 있다. ‘제로 트러블 패치’는 ACPOCURE 솔루션을 마이크로니들로 96% 이상 흡수시켜 피지(27.4%)와 트러블(73.3%) 감소라는 빠른 효과로 바이어에게 어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루 반나절 동안 부스를 찾은 바이어만 40여 명에 터키 같은 경우는 독점 계약을, 터키·UAE·사우디 등 모든 국가의 오프라인 유통채널에 견적을 넣기로 했다며 시장 진입에 자신감을 보였다. 상담일지에는 “중동·유럽 retail, 가격 괜찮고 메일 소통” “크림·앰플에 관심, MOQ 확인 추진” 등이 적혀 있었다.
생명공학박사인 이정건 대표는 미·일에 펩타이드 마이크로니들 패치 특허를 보유 중이며, 삼성벤처투자를 받았다. 와디즈 1등, 올리브영, 일본 엣코스메 입점 등 미·일 반응이 좋아 새롭게 중동 진출을 위한 기회로 뷰티월드 두바이에 참가했다고 한다.
닥터플리너스의 대표 제품군은 △ 멀티패치(히알루론산 70% 이상 함유, 주름개선 및 피부 진정) △ 여드름 진정 패치(마이크로니들 기반으로 염증 부위에 직접 작용) △ 피부 균형 앰플(수학적 비율로 구성된 성분 조함으로 피부 밸런스 회복) 등으로 두바이에서 소비자 경험을 통한 진입 전략을 구상 중이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일지라도 특화된 기술과 효과가 있다는 소비자 반응에 사업의 재미를 느끼고 있다. ‘피부 문제에 과학적 공식이 있다’는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임상 데이터와 생명공학기반 기술로 피부균형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라며 중동시장에서의 돌풍을 예고했다.

한국무역협회 한국관에서 만난 ㈜에이치투메디(H2Medi) 김선희 본부장은 “피부 필링 및 각질 제거를 위한 전문 더마케어 ‘LHALALA 솔루션’을 두바이의 B2C 진출 타진 목적으로 현지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전시회에 참가했다”라고 말했다.
주요 고객층은 병원, 클리닉 등이지만 단순 화장품이 아닌 시술 후 회복·안티에이징·미백 등 목적별 솔루션으로 소비자 경험 피드백을 얻는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해서 필링제, 앰플, 주사제, 화장품까지 토털 스킨케어 브랜드로 포지셔닝 하겠다는 전략이다.
김선희 본부장은 “바이어들이 못 보던 제품이네, 특징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임상 데이터를 통해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한다. 또 피부과 전문의, 뷰티 인플루언서와 협업하고, 실제 사용 후기를 통한 신뢰도 제고로 브랜드 신뢰성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H2Medi의 대표 브랜드가 라라라(LHALALA)다. 4세대 필링 성분인 LHA 기반으로 저자극 무(無) 다운타임 필링으로 피부장벽 강화, 톤 개선, 안티에이징 효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김선희 본부장은 “올해 노벨화학상 받은 오마르 야기 교수의 MOF(금속-유기 골격체) 연구는 사막 공기에서 물을 추출하는 장치로 식수 문제 해결에 응용된다. 이를 필링에 적용해 피부에 필요한 영양은 공급하고 노폐물은 제거해 시술 후 진정·보습 효과를 극대화하는 제품이 라라필이다. 라라필은 시술 전에 클렌징, 피부 노폐물 제거+보습으로 피부 당김을 최소화하고 바로 시술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피터 드러커는 “마케팅 목적은 고객을 너무 잘 이해해서 제품이나 서비스가 저절로 팔리게 하는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고객 경험을 이해하면 억지로 판매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선택받는다는 원리다.
‘뷰티월드 두바이 2025’에서 유독 주목 받은 K-뷰티 기업들은 한결같이 ‘소비자 경험’ 마케팅을 전개했다. 이를 통해 현지 소비자로부터 ?(호기심, trendy)과 !(감정, viral)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