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27년 만에 열린 문, 아직 잠긴 자물쇠... FDA 선스크린 신성분 '베모트리지놀'

FDA 화장품 인증 칼럼 ③ 함량 최대 6%... 신청사 18개월 독점으로 2028년 2월 이후에 사용 가능



미국으로 선크림을 수출하는 기업이라면 오래 기다려 온 소식이다. 2026년 6월 10일, 미국 FDA가 최종 행정명령 OTC 000039를 공고하며 선스크린 표준규격에 새 자외선 차단 성분 '베모트리지놀(Bemotrizinol)'을 추가했다. 

미국 OTC 선스크린 모노그래프에 신규 유효성분이 오른 것은 1990년대 말 이후 약 27년 만이다. 역사적이라는 수식이 과장이 아닌 개정이다. 다만 반가운 소식일수록 조건을 꼼꼼히 읽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성분이 목록에 올랐다고 해서 우리 회사가 곧바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베모트리지놀은 화장품 전성분표에 '비스-에칠헥실옥시페놀메톡시페닐트리아진'으로 표기되는 성분이다. 원료 상표명 '틴오솔브 S(Tinosorb S)'로 더 익숙할 것이다. UVA와 UVB를 함께 막는 이른바 '광범위 차단(broad spectrum)' 유기 자외선 차단제로, 분자량이 커서 피부 흡수율이 매우 낮다. 바로 이 낮은 흡수율이 FDA가 안전성을 인정한 핵심 근거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이미 20년 넘게 쓰여 온 검증된 성분으로, FDA는 생후 6개월 이상 어린이와 성인에 대해 GRASE, 즉 '일반적으로 안전하고 유효하다(Generally Recognized as Safe and Effective)'고 판정했다. 참고로 유럽에서는 화장품 UV 필터로 최대 10%까지 허용돼 온 성분이다. 한국과 유럽 선크림에는 흔한 성분이 이제야 미국 목록에 오른 셈이니, 국내 제조사로서는 “드디어”라는 반응이 나올 만하다.

개정의 형식부터 짚을 필요가 있다. OTC 000039는 그 자체로 새 규격이 아니라 기존 선스크린 모노그래프(M020)를 개정하는 명령이다. 여기서 '모노그래프'란 미리 정해진 성분·함량·라벨 조건만 지키면 품목별 개별 허가 없이 판매할 수 있게 해 주는 표준 규격서를 말한다. 조건만 충족하면 신약 허가라는 까다로운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발효일은 2026년 8월 9일이다. 주목할 점은 이번 개정이 2020년 미국 코로나 지원법(CARES Act)으로 도입된 행정명령 절차를 통과한 첫 사례라는 것이다. 원료사 DSM이 2024년 9월 신청서를 냈고, 2025년 12월 제안 명령을 거쳐 약 반 년 만에 최종 확정됐다. 수십 년간 신규 성분의 문이 사실상 닫혀 있던 과거와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허용 조건은 명확하다. 함량은 최대 6%까지이며, 완제품의 SPF는 2 이상이어야 한다. 조합에는 제한이 있어 PABA(아미노벤조익애씨드)와 트롤아민살리실레이트 두 성분과는 함께 쓸 수 없다. 이 둘과 배합하면 안전·유효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제형도 정해져 있다. 오일·로션·크림·젤·버터·페이스트·연고·스틱, 그리고 추진제가 없거나 추진제가 제형과 완전히 분리된 스프레이까지만 허용된다. 추진제를 섞은 일반 에어로졸과 파우더 제형은 불가하다. 라벨은 별도 경고문을 추가할 필요 없이 기존 선스크린 표준 표기 방식(Drug Facts)을 그대로 따르면 된다. 다만 8월 9일 이후로는 검수 기준 자체가 'OTC 000039로 개정된 M020'으로 바뀌므로, 문서에 규정 조항을 인용할 때는 개정본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여기까지 읽고 "그럼 8월 9일부터 틴오솔브 S를 넣은 선크림을 미국에 팔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면,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아직은 아니다.

미국 식품의약품법(FD&C Act)은 신청사에 발효일로부터 18개월간 마케팅 독점권을 부여한다. 이 성분을 신청한 DSM과 그 라이선시·양수인만이 그 기간 동안 베모트리지놀 함유 선스크린을 미국에서 판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계산하면 대략 2028년 2월 초까지 DSM 계열을 제외한 어떤 기업도 이 성분을 미국 시장에 내놓을 수 없다.

성분이 목록에 오른 것과, 내가 그 성분을 쓸 수 있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문은 열렸지만 자물쇠는 아직 채워져 있는 셈이다. 따라서 국내 수출기업에는 두 갈래 전략이 현실적이다. 하나는 당분간 기존 미국향 처방, 즉 베모트리지놀을 뺀 처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2028년 이후 리뉴얼을 겨냥해 지금부터 처방과 안정성 데이터를 준비해 두는 것이다. 규모가 큰 프로젝트라면 원료사와의 라이선스 협의라는 경로도 이론상 열려 있다.

실무자가 흔히 놓치는, 현장에서 자주 어긋나는 지점 둘을 짚는다.

첫째, “이번에 SPF 60+ 상한이 생겼다”는 오해다. 최대 표기 SPF를 60+로 제한하는 내용은 2021년 제안명령(OTC000008)에 담긴 별개의 사안으로, 2026년 7월 현재까지도 여전히 '제안' 단계이며 확정되지 않았다. 현행법상 SPF 표기 상한은 없고, SPF 100 제품도 합법적으로 유통된다. 라벨에는 실측 시험으로 확인한 SPF 값을 표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이 제안이 확정되면 규칙이 크게 바뀌므로, 실측(in-vivo) 데이터를 미리 확보해 두기를 권한다.

둘째, 선크림의 규제 정체성이다. 미국에서 선크림은 화장품이 아니라 OTC 의약품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MoCRA 화장품 등록이 아니라 의약품 시설등록과 품목 리스팅(NDC) 대상이며, 라벨도 화장품 표기가 아닌 Drug Facts 형식을 따라야 한다. 이 출발점을 잘못 잡으면 이후 서류를 전부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27년 만의 신규 성분 승인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18개월 독점권, 조합·제형 제한, 그리고 '확정'과 '제안'의 구분까지 함께 읽어야 실무에서 낭패를 피할 수 있다. 규제는 언제나 '무엇이 허용됐는가'보다 '언제, 어떤 조건에서 허용됐는가'가 핵심이다. 이번 개정은 그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본 칼럼은 2026년 7월 6일 기준, FDA 최종 행정명령 OTC000039와 연방관보(Federal Register) 게재 내용을 근거로 작성했다.)

INIC:  Bis-Ethylhexyloxyphenol Methoxyphenyl Triazine
원료 상표명: Tinosorb S (틴오솔브 S)
관용명: Bemotrizinol (베모트리지놀)
CAS No.: 18739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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