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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개월 동안 유럽을 다섯 차례 방문하며, 최소 두 번 이상 방문한 곳입니다. 2009년부터 북미에서 한국 기업의 인큐베이팅을 해온 제가 이렇듯 짧은 시간에 유럽을 뻔질나게 드나든 까닭은 6개월 전 프랑스 파리전시회에서 '중소 뷰티 브랜드의 도약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현장에서 2년여 인큐베이팅을 진행한 전남 해남의 중소기업 브랜드가 수많은 테스트 오더를 확보하면서, 보수적인 유럽 시장에서 파문을 일으켰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여전한 긍정 반응과 수출 성과로 이어지며,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유럽시장의 보수적인 특성에 대한 이해와 접근
유럽 시장은 문화와 소비자성향이 매우 보수적이며,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상당히 느립니다. 그 결과, 국내에서 유행이 지난 지 2-3년 된 성분들이 유럽에서 뒤늦게 주목받는 일이 흔합니다. 그런데 이 보수적인 시장도 북미 영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더군요. 실제 다수의 현지인들은 북미에서 준비한 콘텐츠에 먼저 관심을 보이고,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류나 K-뷰티와 같은 독창적인 트렌드가 유럽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지만, 이미 자리잡은 소비습관을 당장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에 비해 유럽 어디에서도 팝송을 들을 수 있는 것처럼 북미 문화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북미에서 통하면 유럽도 통(通)할 수 있다는 현상을 목격한 것입니다. 북미 현지화 전략이 유럽에서 효과적으로 어필하고, 북미에서 성공을 거둔 브랜드는 유럽시장에서 높은 신뢰를 얻으며 성공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북미와 유럽 시장의 성향 차이와 전략적 대응
북미는 ➊ 실용성 ➋ 효율성 ➌ 인증절차 그리고 ➍ 타인의 추천을 통한 신뢰를 중시하는 시장입니다. 소비자들은 실용적이며 과학적 근거가 있는 제품을 선호하고, 특히 다른 소비자의 경험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번에 신생 브랜드를 론칭하며 이런 특성을 고려하여 패키지와 인증 절차를 북미 기준에 맞춰 설계하고, 수요와 제품 리뷰를 미리 확보했습니다.
특히 캐나다 표준인 ‘영어+불어’ 패키지는 유럽에서 브랜드의 신뢰도를 높여 주었습니다. 불어 표기는 아프리카계 이민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인식되며 프랑스뿐만 아니라 불어권 아프리카시장으로 확장 가능성을 열어 주었습니다.
유럽은 ① 프리미엄 이미지와 환경친화적 가치를 중시하며 ② 제품 성분과 원산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③ 지속가능한 패키징에 큰 관심을 가집니다.
이렇듯 전남 해남의 특산물인 고구마뿌리와 김 추출물 소재와 북미에서 사전 검증된 라벨은 유럽 소비자에게 natural+premium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전남의 신생 뷰티 브랜드가 미국·캐나다에 이어 대서양을 건너 유럽에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는 토대가 된 것입니다.
바이어의 니즈 충족을 통한 성과 창출
비즈니스는 소비자를 잘 아는 바이어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특히 바이어는 가격에 민감하고 우려가 큽니다. 때문에 북미에서 가격 구조를 미리 안정적으로 설정해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무너질 수 있는 가격 변동의 위험성을 원천적으로 막았습니다.
또한 각국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선정해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소통을 강화했습니다. 바이어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초기 MOQ(최소주문수량) 요구를 없애 자유롭게 테스트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후 바이어들이 확신을 얻는 순간 즉각적인 추가 주문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배송이나 통관 등에도 신경을 써줬습니다.
북미에서 제작된 콘텐츠와 검증된 북미 인플루언서 협업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지원하여 유럽 각지의 파트너 계정을 효과적으로 홍보한 것도 큰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이는 바이어 및 파트너들이 판매에만 집중토록 하고 상호 신뢰를 쌓는데 기여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신생 뷰티브랜드는 반 년 만에 유럽 7개 국가와 총판계약을 체결하고 13개국으로 수출을 확대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최근 영국에서 최소 30만달러 규모의 안정적인 수출계약을 확보했고, 3개 국가와 추가 총판협의를 진행 중입니다. 일부 제품군은 Rossmann, dm-drogeriemarkt, Douglas와의 납품을 논의 중으로, 올해보다 내년의 성과가 더욱 기대됩니다.
북미와 유럽 진출을 고려하는 기업들에게는 상호보완적인 글로벌시장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북미에서 철저히 준비한 작업이 유럽에서 빠르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것은 매우 고무적이지만, 이러한 반응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적 관리가 앞으로 더욱 중요할 것입니다.
ALC21 알렌 정 대표는...
토론토대학교(경영학, 심리학) / ALC21대표 & 컨설턴트 / 아마존 베스트셀러 ‘Walking the path others do not’ 저자
Fuerza North America 대표 / Zenex Enterprises Limited(전) 부사장 / 캐나다 비영리단체ELCA & TorontoMaker 대표이사 / 캐나다법인 AGAR Place &SZM Inc 전무이사 / Toronto Film School & Humber College 인턴십 프로그램 멘토 / (재)전남테크노파크 & (재)광주테크노파크해외비즈니스센터 캐나다지역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