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의 편집숍 ‘아리따움’이 강남 플래그숍 스토어의 리뉴얼 프로젝트에서 타 브랜드 취급을 결정한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 타깃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니즈에 주목하고 있다. 둘째 트렌디한 영 채널로의 자리매김이다.
아리따움의 변신은 10년 주기의 화장품 유통 주도권 다툼의 연장 의미도 있지만 타깃층과 해외 유통환경 변화와도 연관이 있다.
미국 퓨리서치는 2018년 3월, 밀레니얼 세대를 1981~96년 태어난 인구라고 정의했다. 모바일 기기 발달과 함께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성장 시기를 겪은 세대다. 소비 주체로서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은 한국·중국·미국 등 세계적 현상이다.
한국의 밀레니얼은 디지털 시대 시작과 함께 성장해 인터넷 미디어 이용률 및 소셜미디어 이용은 타 세대를 압도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최대 관심사는 ‘외모’로 4분의 1이상이 꼽았다. 소비 가치관도 남성은 자신의 행복을 위한 욜로(YOLO) 라이프를, 여성은 계획적이고 꼼꼼한 소비를 추구한다. 그 유형은 △할인 혜택 따지기 △쇼핑이 생활의 즐거움 △매장에서 제품 관찰 후 인터넷 구매 △해외 직구 선호 등이다. 또 제품 이미지가 강조된 광고를 클릭하며 재미+유머를 선호한다.(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2017 소비자행태조사 보고서)
주변의 의견과 경험을 공유하는 스마트 소비 행태가 특징이다.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 검색 후 가격비교 후 구매한다. 친구 혹은 블로거의 리뷰에 영향을 받는다. 즉 많은 정보 입수를 통해 심리적 변화→지인과 온라인 통한 정보 비교→자신의 경제 상황과 소비심리 변화→소비행동의 패턴을 보인다는 것.
‘디지털시대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행태’는 화장품 유통채널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한다. 원브랜드숍과 멀티브랜드숍의 단순 분화와 다르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의 제조+서비스 융합의 최종제품의 변화와 데이터 기반 경제가 있다.
2000년대 들어 화장품 유통은 원브랜드숍 vs 멀티브랜드숍의 경쟁 양상이었다. 2002년 ‘가격파괴’를 앞세운 미샤, 더페이스샵의 등장은 초저가 브랜드숍(원브랜드숍) 시대를 열었고 이후 완전히 주도권을 잡았다. △가격파괴 △연예인 모델 △고급 인테리어 △정리정돈 된 제품 진열 △업그레이드된 판매원의 서비스 등은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이후 중국 등 해외진출로 이어지며 진화를 거듭, 외형 키우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시장이 포화상태로 급기야 동일 브랜드끼리 경쟁하며 도태되는 등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업체 관계자는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적정 개수인 150개를 훨씬 넘어서고 과잉 경쟁으로 치달으면서 원브랜드숍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멀티브랜드숍은 제조업체에서 자사 브랜드 중심으로 재구성한 전문점으로 2004년에 등장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휴플레이스’, LG생활건강의 ‘뷰티플렉스’, 엔프라니 애비뉴‘ 등 멀티브랜드 숍은 자사 브랜드 50% 이상에 5개 내외의 브랜드를 선택한 일본 전문점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됐다. 그러나 이렇다 할 차별화를 두지 못하면서 명맥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그 자리를 메우고 원브랜드숍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치고 나온 게 올리브영이다.
하나증권 박종대 애널리스트는 “△색조와 다양성을 추구하는 소비패턴의 변화는 원브랜드숍의 한계로 작용 △유통 대기업들의 투자 본격화로 시장 확대 여력과 가시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H&B숍의 성장을 다양화·체계화된 멀티브랜드샵 모델의 귀환”이라고 했다.
그는 “H&B숍은 정체된 성장의 돌파구로 실질적 영향은 제한적이다. 신규 브랜드에겐 기회 요인, 대형 ODM사에겐 우호적인 사업환경”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4년간 올리브영의 연평균 30%대 성장은 폐쇄형 원브랜드숍에서 개방형 멀티브랜드숍으로의 파워 이동을 예고한다는 게 증권사 리포트의 요지다. 하지만 H&B숍이 ’멀티‘에만 머문다면 밀레니얼 세대와 4차 산업혁명 대응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원브랜드숍은 “충분히 알면서도 예방하지 못해 위기에 직면한 ‘회색코뿔소(Grey Rhino)’ 처지에 빠진 것”일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