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한국경제의 히트(hit)라면 단연 ‘K-뷰티’다.
2017년 화장품수출액은 50억 달러로, 휴대폰의 65%, 자동차부품의 19%, 5대 유망소비재의 18.5%에 해당한다. 또 대 캐나다수출액의 105%, 대 싱가포르 수출액의 43%, 대 일본수출액의 19%와 같다. 불과 6년 전에 무역수지 흑자로 돌아선 후 작년 4.2조원이라는 사상 최고액을 기록한 수출효자 품목이다. 화장품산업의 현재 위상이다.
이런 결과가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지진 않았다. 글로벌 ‘똑똑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악할 수 있을까에 대해 눈물겨운 노력을 거듭한 화장품산업에 대해, 덜 눈물 흘리게 하고, 날개를 달아줄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헬스&뷰티 발전포럼’(대표의원 김상희·더불어민주당)이 주관한 ‘한국화장품 수출시장 다변화 세미나’에서는 산·정·학 관계자들이 모여 애로사항 청취와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김상희 의원은 “이 포럼이 만들어질 때 화장품 업계가 사드이슈로 대단히 힘든 상황이었는데, 어려움을 딛고 여전히 수출 부문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에 진심으로 업계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며 “화장품 업계가 이룬 성과에 상응하는 국가적 뒷받침을 되짚어 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화권 편중 구조에서 수출 다변화 이슈를 절감하며, 지난 8월에 발의한 ‘화장품산업안전기술진흥원 설립 법안(화장품법 일부개정법률안)의 통과를 위해 노력함으로써, 진흥원을 통한 수출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인사했다.
초청된 연자는 △글로벌 뷰티시장 분석 및 K-뷰티 현안 점검(유로모니터 홍희정 수석연구원) △글로벌 화장품산업 트렌드와 우리기업 진출전략(KOTRA 박동욱 팀장) △화장품 수출 애로사항과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한 제안(코스메랩 박진영 대표) 등이었다. 시장조사 전문가가 K-뷰티 현안을 따져보고-KOTRA의 시장 진출 전략-수출현장 기업인의 애로사항 등 세 가지 관점에서 각각의 분석과 의견을 내놓았다.
홍희정 수석연구원은 “2016-2017 성장률 탑 글로벌 스킨케어 브랜드가 한국 4개인데 비해 중국은 8개다. K-뷰티의 막이 걷히면 어떻게 될까 고민할 시점”이라며, “중국 브랜드는 K-뷰티로부터 영감을 받아 미투 브랜드와 제품으로 견제하고, 글로벌 브랜드는 M&A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소비자의 패러다임이 △양→질 △많은 성분→의미있는 체험 △낮은 가격→가치 지향 △일반화→특별한 효능으로 변화함에 따라 “K-뷰티의 향후 전략으로 ▲새로운 카테고리의 확장 ▲강력한 브랜딩 ▲안티폴루션 ▲지역화(localization) 등으로 가능성을 열어가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KOTRA 박동욱 팀장은 “화장품산업은 국가브랜드+문화=고부가가치를 만들어가는 산업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신유통·디지털화→체험 매장과 ICT 기술 접목, 활발한 M&A와 이종 분야에서의 진입 확대 등으로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그는 글로벌 시장을 레드 오션과 블루 오션으로 구분하고, K-뷰티의 경우 분야별 맞춤형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레드 오션: 현재 주력 수출시장이지만 추후 시장 포화 가능성 높은 시장, 실제 수출액이 잠재 수출액 초과 국가)☞중국·홍콩·일본·대만·태국 등 △블루 오션: 현재 수출액보다 수출 잠재력이 높은 국가☞중동(UAE·사우디·이란), 선진시장의 블루오션 가능성☞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 포화상태지만 공략 가능 아시아국가(인도·필리핀·인도네시아)]
이날 K-뷰티의 눈물을 호소하고,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코스메랩 박진영 대표의 울림에서 나왔다.
박 대표는 “K-뷰티 수출액의 70% 내외를 많은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고, 중화권 70% 나머지 30%의 편중된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중소기업이 첨병(尖兵)으로 국제 경쟁을 뚫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복잡하고 비용 부담이 큰 각국의 허가제도 관련 온·오프라인 교육 기회 확대와 비용 지원 ▲K-코스메틱 존의 글로벌 유통체인 PB제품 차지 현상을 불러온 ‘제조업자 표기’ 의무 규정의 수정 ▲화장품 강국의 인프라로 ‘K-뷰티 통합박람회’ 개최 등을 건의했다. 박 대표는 “위생허가 제도 비용 지원 시 수출실적과 연계한 공정하고 투명한 집행이 중소기업의 수출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박진영 대표는 유럽 내 세포라 매장에서의 K-코스메틱 존(zone)이 올해 들어 PB제품으로 대체되는 현장 사진을 공개하며, “유통체인들은 아이디어가 뛰어난 K-브랜드 제품을 입수해서, PB팀을 통해 제조업자에 연락해 MOQ(물량 발주)를 내는 등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제조업자 노출은 콘셉트와 성분 등의 협업을 통해 이뤄진 기업 비밀을 법적 의무사항으로 공개함에 따라, 장기적으로 롱런 할 수 있는 기업을 죽이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또 그는 “최근 청년창업가로 주목받은 27세 대표가 아이디어로 미국에서 100억원대의 오더를 받았는데, 이를 제조업자를 통해 PB화 한다면 청년창업과 일자리 창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선배 기업인으로서 심히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박진영 대표는 “제조업자 표기 의무화→자율화로 바꿔주길 의원님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말을 맺었다.
이후 열린 질의응답 시간에는 △해외 인증제도의 코트라 정보 창구 일원화 △바이어가 찾아오는 ‘K-뷰티 박람회’ 개최 필요성 △제조업자 표기 의무화 개정에 대한 공감 표시 △빅데이터의 중소기업을 위한 활용방안 등의 의견이 개진됐다.
국회 일정으로 일부 자리를 비웠지만 회의록으로 보고돼 국회 헬스&뷰티 발전포럼 관련 의원들에게 이들 내용이 회람될 것이라고, 관계자는 밝혔다.
한편 국회 헬스&뷰티 발전포럼 소속 회원은 김상희 의원(대표의원),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 정운천 의원(바른미래당)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 경대수 의원(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자유한국당) 최도자 의원(바른미래당)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