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중소기업 키운다면서, 대기업 ‘줄 세우기’ 강요 왜?

  • 등록 2024.07.26 11: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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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사업을 제목만 바꿔 포장... “중소기업의 ‘말’을 직접 들어봤으면”, 보건복지부가 빠진 이유는?

화장품 수출은 중소기업이 주도한다. ‘24년 상반기 수출의 69%를 중소기업이 해냈다. 이는 상대적으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의미한다. 

24일 ‘K-뷰티 중소·벤처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방안’이 발표됐다. ‘중소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도와준다는 건 고맙다. 정작 기업들은 당국자의 편협한 시각을 곱지 않게 보고 있다. 

7월 4째주는 해외에선 ‘북미 코스모프로프 라스베가스’, ‘코스모뷰티 베트남’ 등이, 국내에선 인코스메틱 코리아, 인터참코리아 등 전시회가 잇달아 개최되면서 업계가 분주한 시기였다. 이럴 때 느닷없이 식약처-중기부가 ‘K-뷰티 중소·벤처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해 업계 관계자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먼저, ‘중소·벤처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엔 ▲ 거대 유통·플랫폼 올리브영, 아마존 ▲ 제조 독과점 코스맥스·콜마의 사업방침을 그대로 말만 바꾼 추진 방안이 나와 논란이다. 

즉 ▲ ‘K-뷰티 크리에이터 챌린지(아마존, 코스맥스, 콜마 협업) ▲ K-슈퍼루키 위드 영(올리브영 협업) ▲ K-뷰티 스타트업 육성(올리브영, 아마존, 코스맥스, 콜마 협업) ▲ K-뷰티 펀드(콜마, 코스맥스)를 내세우면서 온통 대기업 기업명 일색이다.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면서, 사업에 대기업을 끌어들여, ’줄 세우기‘를 강요하고 있다. 

이미 올리브영은 자체적으로 신생기업 발굴에 적극적이다. 코스맥스·콜마는 MOQ 500개도 만들어준다며 자체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들은 사안마다 해당 기업을 선택, 협업하면 된다. 지금껏 그래왔다. 

그런데 정부 부처가 앞장서서 그들의 사업을 포장해주고 지원한다고 한다. 과연 중소기업을 돕는다는 건지, 대기업의 보증을 선다는 건지 모르겠다. 돈은 누가 지불하는데? 

물론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을 내걸 순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이 화장품 수출을 주도하고 있고, 성과도 내고 있다. 이들 대기업은 갑질 위치에 있을망정, 진심으로 중소기업을 위해 경영하지 않는다. 그냥 일개 사기업일 뿐이다. 정책적으로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을 고민할 수 있지만, 공급망 관리에 대기업 프로그램을 전면에 앞세운 것은 지나치다.  

K-뷰티 펀드 조성도 문제다. 이미 VC를 통해 시리즈를 진행 중인 중소기업들이 다수다. 굳이 펀드와 제조사를 매칭해 펀드를 만들 이유도 없다. 오히려 펀드를 구실로, 중소기업의 혁신 아이디어를 베끼고 사업적으로 예속화, 종속화시킬 가능성이 더 높다. 



게다가 ‘K-뷰티 네트워크론’을 신설하면서 제조사가 브랜드를 추천케 하는 것은 화장품 생태계를 모르는 처사다. 화장품은 생산재, 중간재가 아니다. 비내구성 소비재다. 그러면 산업의 성패는 ‘소비자’에 있지, 제조사에 있지 않다. 브랜드사가 공급망을 선택한다.  

그런데 제조사가 브랜드사를 추천하고, 대금은 중진공이 보증하는 ‘꿩 먹고 알 먹기 식’의 론(loan)이라는 게 가당키나 한가. 론은 브랜드사의 부채일 뿐이다. 이를 중진공이 보증하는 건 세금 낭비다.  

둘째 화장품 수출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점은 ‘제조업자 표기 삭제’다. 이번 방안에선 왜 빠졌는가? 이를 외면하는 식약처의 대기업 제조사에 편향된 시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확인시켰다. 중소기업들은 아이디어와 시장개척 노력으로 매출을 일으켰는데, 히트하기 전에 똑같은 복제품이 시장에 난무한다. 수출기업들은 신제품을 내놓고도 전전긍긍이다. 규제 혁신을 외치면서 정작 중소기업의 호소는 무시하는 처사다. 

셋째, 빅2 제조사에 기댄 공급망 관리로 전문 기술을 갖춘 중소 제조사들은 하청-재하청 구조로 내몰리고 있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수출이 잘 되는 브랜드사는 중소 제조사와 신제품을 개발한 곳이 많다. 그런데 물량이 늘어나자 대기업이 이를 가로채는 행태가 빚어지며 중소 제조사의 성장사다리가 꺾이고 있다. 물론 경쟁력 강화방안에 스마트 공장 지원이 거론되지만 중소 제조사의 애로사항 얘기는 없다.  

기자는 반도체산업과 화장품산업은 fabless - foundry - set 이라는 생태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재는 소비자 관점의 fabless가 시장을 창출한다. 제조사 관점의 foundry가 산업 전면에 나서는 순간, 소비자는 외부로 눈을 돌린다.  

또 하나, 기자가 만난 업계 관계자들이 궁금해 한 것은 “보건복지부가 왜 빠졌는가?”였다. 지금껏 화장품산업 관련 ‘진흥=보건복지부, 규제=식약처’를 불문율로 알고 있는데 생소한 그림이라는 반응이다. 이미 보건복지부가 주도한 ‘화장품산업 종합발전계획’(2017)  ‘미래 화장품산업 육성방안’(2019)  ‘바이오헬스산업 수출 활성화 전략 방안’(2023) 등이 시행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첨단 피부과학 화장품 기술 확보’ 과제로 460억원을 배정 시행 중이기도 하다. 

그런데 식약처가 보건복지부를 배제하고, 중소벤처기업부와 덜컥 발표한 것을 궁금해 한다. 중소기업을 위해 마련한 방안이라지만 추진 동력은 어떨지, 생태계와 상관없는 홍보가 됐다. 

권태흥 기자 thk@cn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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