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단상(斷想)... “팔리는 것보다 오래 기억 되는 것”

  • 등록 2025.04.06 17:14:21
크게보기

[알렌 정의 마케팅 스토리] 79) 좋은 제품에서 세상에 오래 남을 ‘좋은 브랜드’로 기억되어야
해외 바이어들, 미팅 후 ‘피드백’ 실종 지적 많아... 파트너십 구축 전략으로 접근 필요

‘Cosmoprof Bologna 2025’에 다녀왔습니다. 한국 언론은 매년 이 전시회가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를 강조하며, “K-뷰티가 상을 휩쓸고 유럽을 매료시켰다”는 기사를 쏟아내곤 합니다. 

실제 K-뷰티의 존재감은 분명했습니다. 특히 전시회 마지막 날, K-뷰티 부스는 젊은 팬들로 붐볐고, 직접 방문한 대부분의 브랜드는 샘플이 조기 소진될 만큼 높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한국 제품의 퀄리티, 감각적인 디자인, 빠른 트렌드 반영 속도는 글로벌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많은 바이어들이 한국제품에 주목했고, 그 관심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제품력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습니다. 적어도 ‘좋은 제품’이라는 점은 모두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현장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단순한 관심과 인기가 곧 시장 지배력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됩니다. ‘잘 만든 제품’과 ‘잘 팔리는 브랜드’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고, 이번 전시회에서 그 간극을 보다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부 대기업이나 체계가 잘 갖춰진 브랜드들은 안정적인 파트너십 구조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었지만, 많은 중소브랜드들은 여전히 “좋은 제품이면 팔릴 것”이라거나 “K-뷰티라는 타이틀만으로 충분하다”는 기대에 머무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관심과 반응은 충분히 뜨거웠지만, 그 인기를 실질적인 성과로 전환하기 위해선 개선의 여지가 많아 보였습니다.



작년 파리에 이어 Beauty Istanbul에 참관하며 본격적으로 다수 유럽 뷰티 제품을 접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이탈리아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이탈리아관은 단연 눈에 띄었습니다. 단순히 제품을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서, 브랜드 스토리와 감각적인 디스플레이, 패키징, 직관적인 커뮤니케이션까지 공간 전체가 하나의 브랜드 세계관처럼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클린뷰티’나 ‘지속가능성’ 같은 메시지를 정제된 방식으로 전달하는 모습은 화장품이 아니라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고요. 제품력이나 브랜딩, 그리고 전시 전략까지 확실한 차별성이 있었으며, 실제로 초도 물량을 들여와 유통 가능성을 가늠해보며 북미 시장 반응을 살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이탈리아무역청(ITA)에 소개되었고, 이를 계기로 더 많은 이탈리아 브랜드들과 연결이 이어졌습니다. 덕분에, 이번 Bologna에서도 ITA의 정식 초청으로 행사에 참석해 VIP 및 유통관련 네트워크 행사부터 이탈리아 스타트업 대표들과의 비공식 미팅, 시상식까지 다양한 자리에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참여한 행사에는 전 세계에서 온 바이어들이 고르게 참여했지만, 한국 기업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현장을 좀 더 넓은 시각으로 관찰할 수 있었고, 한국에서 바라보던 시선과 실제 현장 온도가 다르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본 이탈리아 브랜드들은 대부분 단순한 제품 전시가 아니라, 브랜드 자체를 경험하는 방식으로 참여했습니다. 브랜드 철학과 정체성, 스토리를 공간 전체에 녹여내는 구성은 인상 깊었고요. 

각 브랜드의 메시지는 뻔한 “우리는 클린뷰티입니다” 수준을 넘어서, 각자의 언어와 스타일로 고유한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패키징부터 부스 디자인, 메시지까지 통일감 있게 구성된 전시는, 단기 가격경쟁이 아닌 장기 파트너십을 염두에 둔 전략이었으며 현장 판매는 거의 없었고, 샘플도 함부로 배포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몇몇 브랜드는 매우 인상적이어서 테스트용 소량이라도 도매 구매를 시도해보고 싶었지만, 이를 위해선 공식 웹사이트에 등록하고 검증 절차를 거쳐 MOQ(최소 주문수량)를 충족해야 했습니다.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브랜드의 진정성과 거래 신뢰도를 함께 구축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반면, 제가 마주한 일부 한국 브랜드는 여전히 K-뷰티 인지도에 기대어 접근하는 모습입니다. 일반 소비자, 글로벌 한류 팬층과의 접점에서 뜨거운 반응과 현장 분위기 자체는 분명 고무적이었고요. 다만 그 인기를 실질 비즈니스 구조로 전환하는 전략의 부재는 아쉬웠습니다. 

중소 브랜드 중 일부는 단기 수출에 집중하며 브랜드보다 제품 단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어, 글로벌 바이어 입장에서는 명확한 파트너십 기준이나 유통 구조가 불투명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전시 공간 구성에서도 두드러진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탈리아관은 국가 차원의 통일된 테마 아래, 브랜드들이 하나의 공동(collective) 이미지로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한국 브랜드들은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기업은 각 지방자치단체나 수출지원기관으로 분산돼, 하나의 흐름보다 ‘따로 국밥’처럼 보였습니다. ‘K-뷰티관’이라는 집약된 플랫폼이었다면, 그만큼 높았던 관심을 메시지로 연결하는 힘도 더 강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이번 행사에서 좋았던 건 유럽, 중동, 북미, 남미 등 다양한 지역의 바이어와의 교류였습니다.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대부분 한국제품의 품질을 인정하면서 “그 이후”에 대한 아쉬움을 느꼈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팔로업 이메일을 받았는데 바이어 전원을 cc에 넣은 단체 메일이었다는 불편한 사례나, 구글 번역기 스타일의 메시지로 인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반응도 여럿 있었습니다. 

사실, 바이어 입장에서 커뮤니케이션의 디테일은 곧 신뢰와 직결되는 요소입니다. 첫 메일부터 가격표를 첨부하거나, “MOQ는 높지만 특별히 이번엔 소량도 가능하다”는 식의 접근은 준비된 브랜드라기보다는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업체처럼 보입니다. 제품은 훌륭하지만, 신뢰 구조가 부족하면 바이어는 “아직 함께하기엔 이르다”고 판단하게 되는 것입니다. 


ALC21 알렌 정 대표는...
토론토대학교(경영학, 심리학) / ALC21대표 & 컨설턴트 / 아마존 베스트셀러 ‘Walking the path others do not’ 저자

Fuerza North America 대표 / Zenex Enterprises Limited(전) 부사장 / 캐나다 비영리단체ELCA & TorontoMaker 대표이사 / 캐나다법인 AGAR Place &SZM Inc 전무이사 / Toronto Film School & Humber College 인턴십 프로그램 멘토 / (재)전남테크노파크 & (재)광주테크노파크해외비즈니스센터 캐나다지역센터장

알렌 정(ALC21 대표) allen@alc21.com
Copyright ©2017 CNCNEWS. All rights reserved

PC버전으로 보기

씨앤씨뉴스 I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서울, 아52335 I 등록일자: 2019년 5월 14일 제호: CNC News 주소: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28길 42, 101호(역삼동, 씨엘빌딩) 발행인: 권태흥 | 편집인: 권태흥 | 전화번호 : 02-6263-5600 광고·문의: 마케팅국 02-6263-5600 thk@cncnews.co.kr Copyright ©2019 CNC New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