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여 ‘송이화장품’을 탄생시킨 '변화 촉진자'

[인터뷰] ㈜송이산업 박광열 대표...“제주자원 가치 발굴, 첨단기술 도입해 ‘제주 잇(It)’만의 융합시스템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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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전문가 ㈜송이산업 박광열 대표에겐 한라산은 ‘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읊은 시인처럼. 그의 꽃은 ‘송이’다. 

화산 분출로 생성된 화산섬 제주는 60여 종의 제주 고유 특산종이 보고된다. 그중 제1호가 ‘송이’다. 2호가 송이로 이루어진 대수층(帶水層)에 스며든 청정 바닷물인 용암해수다. 네이버쇼핑에서 ‘송이화장품’을 치면 1만3천여 가지 화장품이 뜬다. 오로지 제주산 ‘송이’를 소재로 한 화장품 카테고리다. 품목별로 마스크팩, 클렌징, 바디케어, 스킨케어, 헤어케어, 색조 순으로 많다. 



‘꽃가루받이 경제학’(얀 물리에 부탕 저)에선 “생태계를 유지하고 번성케 하는 조건은 꿀벌이 생산하는 꿀(생산과 축적)이 아니라 수많은 익명의 꿀벌이 의도치 않게 수행하는 ‘꽃가루받이’(기여)에 있다”고 말한다. 박광열 대표는 제주화장품산업계에서 송이를 ‘꽃가루‘로 하는 생태계를 창조한 이로 기억된다. 

박 대표는 “포항제철을 그만두고 사업차 인천에서 LCD용 연마기를 국내 최초로 시도해 성공하려는 찰라, 대기업에 고전하면서 중소기업의 특허권 보호가 어렵다는 현실에 부닥쳤다. 이후 ’93년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로 세계화, 개방화가 되면서 대기업과 부딪치지 않는 연마재로 ‘송이’에 주목했다”며 창업 당시를 회고했다. 

송이의 제품화에는 10년이 걸렸다. 당시 미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내열 타일을 제작한 로크웰인터내셔널사에 근무했던 오근호 한양대 교수를 찾아 제주 지역만의 독특한 광물질인 송이에 대한 자문을 구한 게 시작이었다. 송이의 우수성을 확인한 그는 규슈에서 홋카이도까지 일본 전역을 일주하며 온천장을 찾아, 일본 화산석과 제주 화산석을 비교했다. 

그러길 3년여, 신주쿠 대의 비교 연구를 받아본 박 대표는 쾌재를 불렀다. “제주 화산석은 일본 화산석보다 라돈 방사능이 없고,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자료에서, 일본 온천은 ‘라돈탕’이라는 게 확인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일본 온천장에서는 박 대표에게 제주 화산석 공급을 요청했고 이를 상품화해 수출했다. 신일본제약코스메틱이 마스크팩 소재로 송이를 채택하면서 비로소 ‘송이’는 화장품 소재로서 기능이 확대됐다. 

송이(scoria)는 “제주특별자치도 일원에서 육상의 화구(火口)로부터 기원 되거나 용암류(熔岩流)의 상하부(上下部)에 형성된 적갈색·황갈색·암회색·흑색 등을 띠는 다공질(多孔質)의 화산쇄설물(火山碎屑物, Pyroclastics)을 말하며 크기로는 화산회(火山灰, Volcanic Ash, 2mm 미만), 화산자갈(火山礫, lapilli, 2~64mm), 화산암괴(火山岩塊, Volcanic Block, 64mm 초과), 화산탄(火山彈, Volcanic Bomb) 등을 포함한다”라고 ‘보존자원 관리 조례’에 기록되어 있다. 

쉽게 말하면 ‘송이’는 “마그마가 폭발 시 점토가 고열에 탄 화산석인 돌숯”을 지칭한다. 제주 방언으로는 ‘가벼운 돌’이란 뜻으로 ‘숑’→송송→송이로 불리다가 이니스프리가 ‘화산송이’라고 상품명을 쓰면서 널리 통용됐다. 이니스프리는 ‘화산송이 모공 폼’을 출시해 두 달만에 80억 원을 판매고를 올리면서 화장품 소재로 폭발적 인기를 모았다. 오늘날 송이는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에 의해 엄격하게 보호되고 허가받은 장소에서만 채취하며 완제품이 아닌 상태로는 반출이 금지된다. 

㈜송이산업에선 송이를 조분쇄하고 이물질을 제거한 후 미분쇄한 다음 사이클론 여과기와 집진시설을 통해 용도에 따라 325메쉬(mesh: 한 변이 1인치(25.4mm)인 정사각형 속 구멍의 수)에서 나노까지의 미분을 얻은 후 건조 살균·처리하는 과정을 거쳐 향장품 원료를 만든다. 

부피보다 밀도가 좁고 다공성 광물인 송이를 향장품 원료로 가공함으로써 미네랄 성분 등의 다양한 영양 공급 성분을 이용하여 송이팩이나 기능성화장품을 제조한다. 현재 ㈜송이산업에서는 화산송이(JEJU-SCORIA) 공급 및 자사 브랜드(배럴스킨, BETTERSKIN)를 통해 ‘시트마스크’, ‘VC폼클렌징’ 등을 판매 중이다. 

‘송이’는 국제화장품원료집(ICID)에 ‘VOLCANIC ASH’로 등재되어 있다. 박광열 대표는 특허 30여 건을 취득했으며, 협업 및 자료 공유를 통해 ‘범 제주자원’이라는 인식 아래 화산송이 연구·개발, 제품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통 화산송이에 제주해조류 염생 식물과 육상식물뿐 아니라 어류, 마유 같은 동물성 원료를 첨가한 미용 제품이 인기다. 

“송이는 ①원적외선 효과(인체 세포 활성화, 혈액순환과 신진대사 촉진 ②항균력 효과(각종 곰팡이 발생과 병원균 및 박테리아의 서식 억제) ③중금속 전자파 제거 효과 ④악취 포름알데히드 제거 효과(탈취제거) 등이 특징”이라고 박 대표는 덧붙였다.  

최근 박광열 대표가 신제품 원료로 개발 중인 게 ‘송이 레스베라트롤’이다. 땅콩 산지로 유명한 우도의 화산석+산호모래 토양에서 자란 땅콩 새싹에서 추출한 ‘레스베라트롤’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과 혈청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역할로 알려져 있다. 

처음 ‘송이’를 화장품 소재로 개발한 안목에다 제주화장품산업 육성 의지를 바탕으로 박광열 대표는 2011년 ‘제주화장품기업협회’ 초대 회장으로 취임, 발전에 이바지했다. 이후 제주도 내 이·업종 간 기술 융합을 통한 공동 상생을 위해 2018년 ‘중소기업융합 제주연합회장’으로 경쟁력 강화 정책 개발에 앞장서기도 했다. 

그는 “풍부한 자원을 단순 산업화하는 것은 좁은 개념이다. 도내 중소기업 간 경쟁환경 해소를 위해서는 ‘Jeju Made in Korea’라는 특화상품의 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자원 가치를 알아보고 이업종이라도 첨단 기술을 들여와 ‘제주 잇(It)’를 위한 융합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회원사의 결속과 스킬업(skill up)을 강조했다. 

어느 산업이나 우수 인력 양성이 과제. 박 대표는 “제주 출신 청년의 머릿속에 ‘희망’을 주어야 한다. 도내 대학을 졸업하고 취·창업에 나서는 청년에게 실질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중소기업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창업 기초를 다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기여 방안을 꾸준히 도에 건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콜럼버스의 달걀’은 단순하고 쉬워 보이지만 쉽게 떠올릴 수 없는 뛰어난 아이디어나 발견을 의미하는 일화다. 박광열 대표의 공(功)은 제주 화산석 ‘송이’를 일본산보다 우수한 소재임을 확인함으로써 제주 고유자원 가치를 보는 안목을 높인 점이다. 꿀 채취보다 꽃가루받이 역할이 생태계를 풍성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그는 '변화 촉진자'(change agent)다. 지금 박 대표는 방통대 중국어과 3년에 편입 여전히 공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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