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0월 7일 2026년 노벨 화학상의 공동 수상자로 앙리 카강(Henri B. Kagan) 교수와 소아이 겐소(Kenso Soai) 교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앙리 카강과 소아이 겐소는 100년 넘게 풀리지 않았던 화학적 수수께끼, 즉 단일 카이럴성(homochirality)이 어떻게 자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그들이 개발한 화학 반응은 실로 놀랍다"라고 노벨 화학상 위원회 위원장 하이너 링케는 말했다. 앙리 카강(Henri B. Kagan, 95세)은 프랑스 파리-사클레 대학교(구 파리-쉬드 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유기화학 및 금속 착물 촉매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1980년대부터 비대칭 합성 및 카이랄성 촉매 연구를 주도해 왔다. 소아이 겐소(Soai Kenso, 疎井 賢蘇, 76세)는 일본 도쿄과학대학교(구 도쿄이과대학) 명예교수다. 비대칭 유기촉매 및 생명의 기원과 관련된 물리유기화학 연구를 장기간 수행해왔다. 두 학자는 ‘비대칭 유기합성에서의 비선형 효과 및 비대칭 자동촉매 반응의 발견(for the discovery of non-linear effects and autocatalysis in asymmetric organic synthesis)‘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하게 됐다. 비대칭 유기합성(Asymmetric Synthesis)은 원하는 한쪽 분자만 선택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두 과학자는 생명체 구성 물질에서 특정 거울상 분자만 존재하는 단일 카이랄성(homochirality)의 출현 미스터리를 화학적 공정으로 입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미노산과 같은 생명체 내 일부 분자는 서로 거울에 비친 모습과 같은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오른손과 왼손처럼 구성 물질은 같지만 연결관계가 다른 성질을 ‘카이랄성’(Chirality)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신발과 장갑의 경우 왼손/오른손, 왼발/오른발은 양쪽 모양이 대칭이지만 서로 바꿔 신을 수 없다. 나사 및 나선도 오른나사와 왼나사가 회전 방향에 따라 진행이 다르다. 화학분자 중 카이랄성을 가지는 분자를 카이랄 분자(Chiral Molecule) 또는 입체이성질체(stereoisomer)라고 한다. 거울상 관계에 있는 한 쌍의 분자를 거울상 이성질체(Enantiomer)라고 한다. 주로 탄소 원자가 4개의 서로 다른 원자나 원자단과 결합할 때(비대칭 탄소 원자) 발생한다. 물리적·화학적 성질(끓는점, 녹는점, 밀도 등)은 거의 동일하지만 편광(빛)을 회전시키는 방향과 생물학적 반응에서 완전히 다른 거동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카이랄성이 중요한 이유는 생명체와의 상호작용 때문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 효소, DNA, 수용체 등 대부분의 생체 분자들도 카이랄성을 띠고 있다. 비유하자면 오른손 장갑은 오른손만 맞고 왼손은 맞지 않는 것과 같다. 카이랄성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 사건이 있다. 1950년대 입덧 치료제로 판매된 탈리도마이드는 R형과 S형 거울상 이성질체가 섞여 있었다. 그런데 R형 분자는 입덧 완화 및 안정을 돕는 효과적인 약효를 지니지만 S형 분자는 혈관생성을 억제해 기형아 출생을 유발하는 치명적 부작용이 있다. 멘톨(menthol)은 한쪽 거울상 이성질체는 시원한 민트향과 쿨링감을 주지만, 다른쪽은 향과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 생합성 과정에서 필요한 한쪽 거울상 이성질체만 선택적으로 합성되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적인 인공 화학합성에서는 두 이성질체가 50:50 비율(라세미 혼합물)로 만들어지기 쉽다. 따라서 원하는 한쪽 분자만 선택적으로 만드는 비대칭 합성(Asymmetric Synthesis) 및 비대칭 촉매 기술은 의약품 및 정밀화학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핵심 과제다. 예를 들어 생체 촉매(효소, enzyme)는 특정 반응물(기질)과만 결합하는 높은 선택성(기질 특이성)과 온화한 조건(체온, 중성 pH)에서 폭발적인 반응 효율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아미노산이나 혈당 등 생명체를 구성하는 유기물은 한 쪽 형태(L형 또는 D형)만 존재하는 특징을 보인다. 두 과학자의 연구는 우주나 원시 지구의 미세한 분자 불균형이 화학적 증폭 과정을 거쳐 오늘날 생명체의 분자적 불균형(호모카이랄성)으로 연결되었음을 밝혀내어 생명의 기원을 이해하는 핵심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고순도 의약품 및 신소재 합성 기술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카이랄성은 화장품 성분과 피부와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동일한 화학식이라도 카이랄성에 따라 피부 투과성이나 흡수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또 고기능성 화장품에서 특정 이성질체는 항산화 효과가 우수하지만 다른 이성질체는 효과가 약하거나 거의 없을 수 있다. 또 한쪽 이성질체는 피부 친화적인 반면 다른 이성질체는 자극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효눙은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기 위해 특정 광학이성질체만 분리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멘톨, 리모넨, 리날룰 등 식물 추출물에는 카이랄 분자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성분은 이성질체에 따라 향이 달라지고 진정 효과,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D-리모넨 → 오렌지 향, L-리모넨 → 레몬 또는 솔잎 계열 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 피부 노화 억제, 미백, 항염증 분야에서 카이랄 기술이 차세대 활성성분 개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앙리 카강 교수는 ‘비선형 효과 발견’(1986년)을 통해 촉매 반응 시 반응물의 카이랄성 비율과 생성물의 카이랄성 비율이 단순 비례(선형 관계)하지 않고, 특정 요인에 의해 비선형적으로 증폭될 수 있음을 최초로 증명했다. 즉, 아주 미세한 카이랄성 불균형만 있어도 최종 생성물에서 특정 한 쪽 거울상 물질이 훨씬 더 높은 비율로 생성됨을 보여주었다. 소아이 겐소 교수는 ‘소아이 반응 / 비대칭 자동촉매 반응’(1995년)에서 생성된 한 쪽 카이랄성 물질이 자신과 동일한 구조의 분자를 지속적으로 더 많이 생산하도록 자극하는 '비대칭 자동촉매 반응(Soai Reaction)'을 확립했다. 극도로 미세한 손잡이성 비대칭(예: 51:49 수준)에서 시작하더라도 반응을 거치며 거의 100% 단일 거울상 물질만 만들어내는 현상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주요 외신과 과학계 언론은 "100년 묵은 난제를 해결한 거장들에 대한 당연한 헌사"이자 "인류 생명의 근원적 신비와 현대 의약학 발전에 기여한 위대한 발견"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BBC, 가디언(The Guardian), AP 통신 등 주요 매체들은 두 학자가 발견한 '비선형 효과(Non-linear effect)'와 '비대칭 자가촉매 반응(Asymmetric autocatalysis, 소아이 반응)'이 “생명체의 단일 손대칭성(Homochirality) 수수께끼를 푼 과학적 쾌거”로 화학계의 오랜 미스터리를 해결했다고 보도했다. AP 통신과 주요 유럽 언론은 올해 95세인 앙리 카강 교수의 수상 소식을 크게 다루며, 과거 관련 노벨상 수상(2001년 등)에서 제외되었던 아쉬움을 딛고 마침내 카이랄 유기합성 분야의 선구자로서 정당한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과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은 소아이 겐소 교수의 수상으로 일본이 2년 연속 노벨 화학상을 배출한 것에 호외를 발행하며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는 모두 31명, 단체 1곳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