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101. 모델 선발 대회(9)

“이사님, 마케팅 4P에서 유통도 마케팅이 해야 할 일이라고 이사님께 배웠습니다. 그런 것이 아닌지요?”

  “그런 게 아니라 지금 모델 선발대회가 막바지인데다가, 새로운 매장 디자인은 어떡할 건가? 그런데도 자리를 비워도 되냐 하는 말이야! 그리고 한창 용기 견본들이 나오고 있는 신제품 진행사항도 다 일일이 컨펌해줘야 하지 않나?” 

  신팀장의 말 대꾸에 민이사의 짜증은 점점 화로 변하며 언성이 더 높아졌다.

  “네. 일에 차질이 없도록 팀원들과 대행사와 업무정리하고 다녀오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알았어. 다녀 오게.” 
      
  민이사는 더 이상 뭐라 말하지 않고 고개를 확 돌려 신팀장을 외면하며 말을 맺었다. 민이사의 방에서 나오며 신팀장은 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일이 진행되면 될수록 민이사와 최상무의 사이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으며, 두 사람은 마치 고부 간의 갈등처럼 신팀장을 사이에 두고 상대방을 비난하며 한심하고 답답하게 여겼다. 
      
  최상무는 화장품 시장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마케팅을 한다며 현실과 안 맞게 뜬 구름만 잡으며 잘난 척만 한다고 민이사를 비난하였고, 민이사는 영업은 유통을 확보하여 마케팅 전략에 따라 매장에 제품만 제대로 유통하면 되는데 뭘 안답시고 마케팅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냐며 최상무를 비난하였다. 
      
  문제는 신팀장이 영업 출신이다 보니, 영업상황을 잘 모르는 민이사를 위해 영업적인 상황을 이해시켜주기 위해 말한 것들이 발단이 되어 민이사는 신팀장이 자꾸만 최상무의 편에 서서 자신에게 대응한다고 오해했기 때문이다. 사실 민이사는 5년동안 화장품 회사를 떠나 다국적 기업인 생활용품 회사에서 근무하였기 때문에, 급변하는 화장품 시장에 대해서는 현실감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신팀장은 그런 점을 보완하고자 한 것인데, 생활용품적인 마케팅 로직으로 꽉 차있던 민이사에겐 오히려 불신의 발단이 된 것이었다. 
     
  어느 날 영업 조직과 유통계획에 대해서 얘기가 오갔을 때였다. 민이사는 영업은 제품을 제대로 깔기만 하면 끝나는 것이고, 결국 판매는 영업이 아니라 마케팅이 광고와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때 신팀장은 그런 점에서 자신의 의견을 소신 있게 말했다가 낭패를 당한 적이 있었다. 
        
  “이사님, 화장품 시장은 생활용품과 다릅니다. 생활용품은 소품종 대량 생산 품목으로써 제품이 복잡하지 않고 경쟁 브랜드도 많지도 않으며, 단일품목별 개별 브랜드가 따로 되어 있어 특별한 설명이 없어도 광고를 통해 소비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이라는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유통과 가격질서 속에서 소비자가 진열되어 있는 상품을 보고 직접 선택해서 구매할 수 있는 시장입니다.  따라서 이사님 말씀처럼 마케팅에서 광고를 통해 브랜드를 인지시키고 영업은 유통을 확장해서 제품을 잘 입점시키고 좋은 매대에 진열시킨 후 온팩(On-Pack), 인팩(In-Pack) 등의 판촉을 통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이 중요한 게 맞습니다.
          
  하지만 화장품은 다품종 소량생산 제품으로 수백 개의 회사가 수 천 개의 브랜드와 수 만개의 품목을 가지고 경쟁하는 혼란스러운 시장입니다. 게다가 유통도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고 가격질서도 무질서해서, 매장 판매사원의 교육을 통해 우리 제품을 충분히 숙지시켜야 하고, 유통마다 다른 가격 및 각종 장려금과 프로모션 등으로 매장 판매원이 우리 브랜드를 권장판매하게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영업이 단순이 유통채널에 제품을 배치시키는 것을 넘어 판매원의 교육과 정책적인 접근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신팀장은 그 동안 자신을 믿어주고 지지해준 민이사였기 때문에 스스럼 없이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며 진심으로 민이사를 깨우쳐 주려고 얘기한 것이었지만, 민이사의 안색이 싸늘하게 식으며 그의 작은 눈이 뱀처럼 반짝이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였다. 그 날 이후로 민이사는 신팀장이 너무 영업적이라 마케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며, 최상무 밑에 있었던 사람이라 아직도 최상무 편이 아닌가 하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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