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불만을 토로하지 않고 산재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밤늦도록 10개의 대리점 중 어느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매일 방문하였다. 그렇게 회사에 복귀했을 때는 이미 아무도 없는 텅 빈 사무실에서 나만 혼자인 경우가 허다했다. 나는 매일 저녁도 먹지 못한 채 외근 중에 발생했던 일을 정리하고, 주문 받았던 것을 전산에 입력하는 일을 마치고 나서야 퇴근하였다. 그렇게 집에 와서 어머니가 차려 준 밥을 먹을 때가 보통 10시였으니, 집에서 9시 뉴스를 본적이 언제인지 모를 정도였다. 게다가 연로하신 어머니가 매일 밤 늦게 음식을 차려주시는 일도 내겐 큰 아픔이었다. 그래서 그 후 나는 간신히 어머니를 설득해서 서울을 벗어난 경기도 화정 쪽의 작은 오피스텔을 빌려 독립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노력은 점차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힘든 일만 시켜서 나를 내보내려고 했던 지점장의 의도와는 달리, 내가 맡았던 문제 대리점들의 매출이 서서히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긴 회사에 버림받고 용산전자상가에서 제품을 사입해서 팔 던 곳들이 대부분이었던지라, 회사에서 매입하는 실적은 바닥을 친 곳들이나 다름없었으니 더 이상 떨어질 것도 없는 공포의 외인구단 같
“그러니 시간 많은 네가 해야지. 아니 이건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잘 들어봐. 이팀장은 어차피 김상무 사람이야. 그리고 자신이 출시한 브랜드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 하려고 들지 않아. 그래서 이제부터는 이팀장 몰래 준비해야 하는 일이 필요하단 말이야. 난 지금 우리회사가 이 정도로 어려워진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김상무와 이팀장 때문이라고 생각해. 아미앙떼처럼 고보습 화장품은 이제 아무나 다 만드는 시대라고. 콜마 코스맥스 같은 데서는 그보다 더 좋은 제품도 돈만 가지고 오면 마구잡이로 찍어내고 있어. 그런데 이런 비차별적인 제품으로 시장에서 경쟁을 하려니 우리만 죽어나도록 힘든 거 아니냐?” “알아, 나도 그 문제는 보고서에 여러 번 지적한 바 있어. 그런데 뭐, 아무도 새겨 듣지를 않더라고.” “신대리, 너 진짜 멍청한 거니, 아니면 순진한 거니? 세상에 어느 누가 자기가 데리고 있는 팀원이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데 좋아할 사람이 있어? 아마도 네 의견은 사장님까지 가기가 쉽지 않았을 꺼야. 중간에서 이리 고치고 저리 고쳐서 왜곡된 보고가 갔을 거라고. 나야 네가 직접 보내주니까 그 동안 도움이 되었지만….” “진짜? 설마…. 그 동안 이팀장님이 나를
“그러다 보니, 지금 시장에 깔아 논 미수금이 장난이 아냐. 어느 화장품전문점이 담보를 제공하고 장사하겠니? 게다가 요즘은 브랜드숍이 증가하면서 전문점들도 수시로 사라지고 있는 판인데, 이렇게 제대로 된 담보도 없이 계속 거래하다가 큰 전문점이 몇 개 터지면 말이야..., 그대로 난 쪽박 찬다, 쪽박...! 신대리 생각해봐. 솔직히 말해서 이게 내 사업이라면 그런 위험을 감수라도 하겠지. 위험 부담만큼 내가 노력하면 돈이라도 많이 버니까 말이야. 그런데 회사 월급만 받고 계속 이렇게 영업하다가 부실 채권이라도 떠안게 되면, 회사는 분명 내게 물어내라고 할 것이 뻔하잖아. 처음엔 부실채권도 그리 얼마 안 되어서 할증과 장려금으로 나름대로 조정하면서 떨어냈는데, 그게 어느새 조금씩 쌓이더니만, 이대로 1년만 더 가면 수 천만 원이 될 것 같아. 나중에는 월급에, 퇴직금까지 못 받고 쫒겨 날까 두렵다, 두려워~. 그런데 이런 고민을 누구에게도 말을 못하겠어. 뒤늦게 영업소장 된 친구들은 아직 이런 사태까지 파악을 못하고 있어. 게다가 최상무님까지 그만 두신다고 하니….” “뭐? 최상무님이 그만 두신다고?” “응. 최상무님은 원래부터 직영영업소 확대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