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누구나 최초가 되기는 어렵다. 어느 영역에 최초로 들어간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최초로 뛰어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두 번째로 이어진 '영역의 법칙'이다. 그렇다면 큰 연못 속의 작은 고기가 되는 것보다 작은 연못 속의 큰 고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사람들은 두 번째 미국 대통령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16번째인 링컨 대통령을 기억한다. 그 이유는 링컨이 노예를 해방한 첫 번째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바로 세분화된 시장에서 첫 번째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 최초로 나오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영역에서든 선도적 브랜드는 거의 대부분이 고객의 기억 속에 맨 처음 자리잡은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조건적으로 최초가 되기 위해 신제품을 시장에 먼저 출시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기억 속에 맨 먼저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 '기억의 법칙'이 시작됐다. 과거 콜럼버스는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동쪽으로 계속 가면 동양이 나올 것이라 믿고 동쪽으로 항해를 떠났다. 그러다 도착한 대륙이 신대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콜럼버스는 그곳이 동양인 인도라고 믿었다. 덕분에 그 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닉네임 ‘조통령’으로 유명한 조성선 MD가 ‘홈쇼핑 채널전략’을 펴냈다. 이 책은 화장품 상품기획자에서 홈쇼핑 MD로 변신한 저자가 20여년간의 경험을 녹여낸 국내 최초의 ‘화장품 맞춤형 홈쇼핑 가이드’다. 저자는 “홈쇼핑은 ‘구슬 서 말도 꿰어야 보물’이라는 격언처럼 첫 단추인 MD와의 신뢰가 대박 성공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홈쇼핑채널은 기획자의 피땀으로 탄생한 화장품을 고객에게 매력적으로 방송함으로써 콜을 받아내야 하는 과정”이라며 “성공한 기획자가 되려면 △근면성 △창조적 아이디어 △끈질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먼저 저자는 “처음 방송사를 찾은 기획자가 ‘친절한 MD’를 만나기 어렵다‘며 ”이는 홈쇼핑이 PD-MD-쇼호스트를 축으로 한 수십여 명의 협업으로 방송되는 시스템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즉 “입점→론칭→타깃→상품기획→마케팅→방송 프로그램 전략 등을 거쳐 방송 후 콜을 받기까지 수많은 결정의 순간을 맞게 된다”며 “이를 조율하는 MD는 홈쇼핑 무대의 작곡자”라고 업무 특성을 소개했다. 그녀는 “성공한 브랜드의 경우 △상품 경쟁력 △약속 △매력 등에서 MD와의 협력이 원활하게 진행됐다”고 말한다. 기획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 상
“이번 정거장은 , 가라뫼, 가라뫼입니다. 다음은….” 버스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 소리에 깜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난 그는 여기가 어딘가 하며 차창 밖을 두리번거렸다. 집까지는 아직 몇 정거장이 더 남았다. 잠시 졸았기 때문인지, 살짝 열어둔 창 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에 문득 한기가 느껴져 왔다. 그는 얼른 창문을 닫으며, 다시 한번 숨을 길게 내쉬었다. 마치 오랜 꿈에서 깨어난 듯 지난 시간이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멀미에 뒤틀렸던 속도 조금은 가라앉은 것 같았다. 그러자 비로소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이 다시 한번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다음 주부터는 마케팅부에서 일해야 하는데…, 어쩌지?’ 그는 자신이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자, 문득 뭐라도 하나 해야겠다는 심정에 집보다 몇 정거장 떨어진 화정역 앞에서 얼른 내려, 동네 비교적 큰 서점으로 달려갔다. 마케팅 책이라도 한 권 사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였다.마케팅, 브랜드, 전략, 포지셔닝, 기획 등 마케팅 용어로 치장된 수 많은 책들이 넓은 코너를 장식하고 있었다. 한 순간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몰라 난감해 하며, 한편으론 그 동안 너무 책을 읽지 않은 자신을 반성하며, 그는 부끄러운 표정으로 카
그래서 그는 영업부에서 만큼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고 싶지 않았다. 만 3 년동안 주말도 쉬지 않고 밤낮으로 온 몸을 바친 결과 남다른 성과도 올렸으며, 선배 및 동기들과 어려움을 극복했던 노력과 경험, 그리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희열과 성취감 등이 그를 어느새 열정적인 영업사원으로 변신시켰다. 무엇보다도 그는 영업을 하며, 잘 몰랐던 거래관계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쌓고, 가장 큰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인적관계를 두텁게 할 수 있어 영업이 점점 더 좋아졌다. 이렇게 그는 자기도 모르게 영업이 바로 자신의 천직이라고 생각하게 되어, 앞으로도 계속 전문 프로 세일즈맨으로 성공하고, 언젠가는 돈을 모아 조그만 사업체를 운영하는 꿈도 꾸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직장상사인 허지점장과의 말다툼 끝에, 참을 수 없는 젊은 혈기로 사표를 내던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건 일순간의 섣부른 감정이 아니었다. 대기업 조직의 수직적 명령체계와 상급자의 개인적이고 부당한 요구에 대한 누적된 항변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후회로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지울 수 없는 자욱이 되어 남아있었다.그 후 백수시절의 방황이 6개월 간이나
어느덧 봄도 지나고 학교에는 또 다시 축제가 무르익어 가는 5월, 그는 나른한 오후의 졸음을 깨기 위해 시끌벅적한 교정을 거닐며, 나름 한가로운 자유로움을 만끽하였다. 그러나 캠퍼스 곳곳에 퍼지는 웃음소리와 한껏 젊음을 발산하는 후배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미래에 대한 불확실에 그의 굳은 입술 사이에도 한숨이 절로 베어 나왔다. ‘이러다 또 떨어지면 어떡하지? 휴~, 부모님께 더 이상 손 벌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유학 갈 형편도 아닌데…, 지금이라도 발벗고 나서서 취직자리를 찾아야 하나?’ 그는 이런저런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캠퍼스 구석구석을 꽤 많이 걸어 다녔는지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학생회관에 들어서자 그는 두리번거리며 어딘가 앉을 자리를 찾다가, 마침내 이미 여러 학생들이 다녀간 흔적으로 너저분하게 신문들이 널려있는 자리 하나를 발견하였다. 그는 구석 자리에 앉으며 자연스럽게 신문 하나를 주어 들었는데, 다 그렇고 그런 따분한 얘기로 채워진 학교 신문이었다. 신문 머리글자만 일견 흩어 본 그는 따분함에 신문을 접으며 탁자에 던져 놓는 순간, 문득 광고 하나가 그의 눈을 사로 잡았다. [ 신입사원 모집 - L전자 ] 졸
머리가 아파 퇴근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나와 집으로 가는 길은 평소보다 무척 한산했다. 버스 뒤쪽 빈 자리에 신대리는 몸을 던지듯이 털썩 주저앉았다. 버스가 몇 정거장을 지나도록 그는 미동조차 하지 않으며 초점 없는 눈으로 하염없이 차창 밖만 내다봤다. 어느덧, 어두워진 거리에는 가로등불이 하나 둘씩 켜지더니, 한 순간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마치 강렬한 빛으로 변해 그의 눈 앞으로 쏟아지듯 달려왔다. 순간 그는 아찔함을 느끼며 눈을 질끈 감았다. 가슴이 울렁거리며 몰려오는 어지러움과 메슥거림을 참으며 그는 간신히 창문을 조금 열었다. 가을 저녁 신선한 공기가 폐 속 깊이 찔러 들어오자 어느덧 답답함이 조금이나마 가시는 것 같았다. 그는 용기를 내어 눈을 다시 창 밖으로 돌렸다. 차 창가를 휙휙 지나가는 가로수 넘어 상가 간판들이 어지럽게 흩어졌다 모이며, IMF시절 어렵게 취업을 준비했던 당시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신대리는 IMF 환란이 기승을 부리던 세기말의 어둠 속에서 대학을 졸업하였다. 당시는 수십 년간 회사를 위해 목숨 바쳐 일했던 간부들이 거리로 내쫒기고, 수 많은 기업들이 부도가 나서 대한민국은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었던 때
신대리는 갑작스런 연락에 어리둥절해 하며, 이것이 기회인지 위기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 남들 다 가고 싶어하는 유명 대기업 전자회사를 3년만에 과감히 때려치우고 화장품회사인 이곳에 들어 온지도 이미 2년이 지났건만, 그 동안 그가 한 모든 노력에 대해 회사는 대부분이 침묵해왔기 때문이다. "허어~ 이제 와서 마케팅이라니….” 자조 섞인 웃음이 자기도 모르게 베어 나왔다. 바로 한 시간 전, 외근 중에 갑자기 사무실로 들어오라는 윤부장으로부터의 연락에 심상치 않은 뭔가를 느꼈지만, 이런 이동발령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줄은 전혀 몰랐었다. 사실 마케팅은 학창시절부터 그가 원했던 일이었으나, 이 회사의 마케팅부는 자신이 그리던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신대리는 그 동안 마케팅부에 대한 불만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소위 회사에서 잘난 사람들이라는 그들의 시장과 어긋나는 한심한 전략들에 휩쓸려, 영업부는 갖은 고생을 해도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였고, 그 책임을 온통 뒤집어 써야만 했다. 그래서 술자리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영업부의 안주거리 중의 하나가 바로 마케팅부였다. 그리고 특히 그는 가장 신랄하게 마케팅을 비판하는 사람으로서, 영업본부 내에선 회의시간
증권사의 올해 3분기 화장품 대기업의 예상 실적 수치를 보는 순간 기자는 아찔한 현기증(Vertigo)을 느꼈다. 실적이 곤두박질 치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업계의 쓴소리들을 기억해냈다.업계 관계자들 이야기에는 K뷰티의 현주소를 일깨워주는 내용이 많았다. “K뷰티가 잘 나가는 이유는 K팝이나 K드라마 등 한류 덕분이다. 일부 대업들이 자기들이 잘나서 물건이 잘 팔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쿠션 이후K-뷰티화장품 가운데이렇다할 신기술이 나오지 않는다. 신생기업들의 아이디어가 더 시장에서 먹히고 있다. 중국 빼고는 아모레퍼시픽보다 낫다.” “사드 때문에 중국 관광객이 들어오지 않아 면세점 매출이 반토막 났다. 명동은 파리 날리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중국인 관광객 그림자도 없다. 면세점 매출은 싼커의 대리구매나 웨이상 통해 겨우 메우는 수준이다.” “색조화장품 C업체가 반품을 받아주지 않아 대리점마다 난리다. 해지계약도 안해준다.” “사드가 최소 1년은 더 갈 것이다. 중국이 호락호락한가. 사드 때문이 아니더라도 업체들의 옥석을 가릴 시점이 됐다. 사드라는 핑계로 경쟁력 없는 중국 진출 기업이 정리될 것이다.” “현재 화장품 판매제조업체, 화장품제조업체가 1만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