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10. 마케팅부에서의 첫 시작(3)

이팀장은 긴 자기자랑을 끝내고 마케팅 STP 전략에 대해 강의를 시작하였다.

“STP Strategy는 말이야, Segmentation(시장세분화), Targeting (표적시장 선정), 그리고 Positioning(포지셔닝), 세 가지에 대한 이니셜을 합쳐서 만든 것이야. 먼저 Segmentation이란 한 마디로 시장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Category별 동질적 Group으로 나눠서, New market의 기회를 발견하기 위한 Strategy로써, 주로 인구통계적, 지리적, 고객행태 별로 세그(Segmentation의 줄임 말)를 하는 일이란 말이야.”

이팀장은 생각보다 재미있고 다양한 사례를 들며 열띤 강의를 하였지만, 마치 신대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강의 자체를 스스로 즐기며 자신의 많은 지식과 경험을 뽐내는 것처럼 많은 미사여구와 영어를 사용하는 폼이 ‘나는 무척 잘났고 교만한 사람입니다’라고 스스로 떠들어 대는 사람처럼 보였다.

“지금까지 세그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설명하였고, 이와 연계하여 세그에 맞는 고객을 타게팅(Targeting)해야 하는데, 이때 중요한 건 경쟁사 대비 우리 내부역량의 강점이 크고, 시장의 매력도도 큰 가능성이 있는 시장으로 타게팅 되어야 한다는 말이야. 즉 3C라 부르는 Consumer(소비자), Competitor(경쟁사), Company(자사)의 현황을 파악하고 분석함으로써, 고객을 타게팅할 수 있단 말이지.

이렇게 세그를 통해 타게팅된 시장에서 특정 브랜드의 차별화된 Benefit(혜택)과 Value(가치)를 Consumer 입장에서 찾아내어 그들의 마인드에 깊게 자리잡도록 Recognition(인식)시키는 작업이 바로 Positioning(포지셔닝)이란 말이야. 소비자는 경쟁 브랜드보다 먼저 포지셔닝이 잘 된 브랜드를 떠올리고 제품 구입 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되므로, 마케터는 항상 Consumer Language로 말하고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단 말이야. 신대리는 경영학과를 나왔으니, 이런 용어들은 이미 들어봤지?”

소비자의 언어로 소비자 눈 높이의 소비자 마인드로 일해야 한다는 사람의 입 밖으로 나오는 말들이, 도통 자신을 배려하지 않은 자기우월주의적 용어들 뿐이라고 신대리는 생각하며, 생각과 행동이 저렇게 다르니 우리회사의 마케팅이 그 동안 문제였구나 하며, 이팀장의 교육을 통해서 간파할 수가 있었다.

그 동안 영업에 있으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이번 OJT를 통해서 BM들과 이팀장의 강의를 들어보면, 마케팅부의 사고 및 업무 방식들이 좀 더 현실적이고 시장 중심적이지 못한 것 같았다. 그들이 말하는 시장현황 및 대책 안들은 다분히 피상적인 것으로써, 시장을 리드하는 경쟁사가 하니까 대응책으로 우리도 한다는 식의 전형적인 ‘따라하기(Me too)전략’이었으며, 설령 따라 하더라도 그 속에 뭔가 남들과 다른 전략이 살아있지 못했던 것 같았다.

문제는 말로만 원칙적으로 한다고 떠들어 대고 있지만, 현재 회사의 위치와 경쟁 환경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이 부족했으며, 향후 시장에 대한 전망도 없는 것 같았다. 단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현재의 매출 증대를 위하여 결국 신제품 출시에만 너무 급급하다는 인상이었다.

이번 일주일 간의 교육만으로는 신대리가 그 동안 가지고 있던 의문들은 풀리지 않았다. 분명히 시장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데, 저렇게 품목만 추가하는 식의 신제품 출시는 당장의 매출 목표 달성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경쟁환경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장기적 기반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신대리는 자신이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르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이런 의문들은 후에 그가 직접 브랜드를 런칭하게 될 때까지 이어져서, 그가 진정으로 원칙에 입각해서 일을 수행하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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