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9. 마케팅부에서의 첫 시작(2)

김과장은 신대리의 질문을 짧게 받아 회피하며, 지금 그녀에게 할당된 내용을 시간 내에 빨리 전달해 줘야만 하는 의무감으로 계속 진도를 나갔다.

“그래서 여러 조사를 통해 우리를 둘러 싼 환경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해요. 환경에는 외부환경과 내부환경이 있는데, 먼저 외부환경이란 특정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거시환경과, 제품이 속한 산업 내 고객의 트렌드, 경쟁사 현황, 기술의 변화 등의 산업환경이 있지요. 이런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라 기업은 위협을 받을 수도 있고 반대로 시장의 기회를 발견할 수도 있답니다.

또한 내부환경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금력, 기술력, 유통력, 마케팅력, 인적자원 등의 내부적 역량이 산업 내에서 경쟁사에 비해 차지하고 있는 정도라고 할 수 있겠죠. 따라서 기업은 스스로를 분석해서 경쟁사 대비 강점과 약점이 무엇이고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내/외부 환경분석을 통한 내부 역량의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외부환경의 기회(Opportunity)와 위협(Threat)을 분석함으로써,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기존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방향을 제시해 주는 방법으로, 네 단어의 알파벳 이니셜을 따서 SWOT분석이란 것을 하는 것입니다.”

김과장은 SWOT분석의 사례를 통해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신대리에게 직접 작성도 해보게 하며, 근 두 시간을 매달린 끝에 오전 강의일정을 꽉 채워 끝냈다. 신대리는 중간중간에 질문을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진도 나가는 것에만 열중하고 있는 김과장의 이야기를 더 이상 끊을 수가 없어, 차마 입 밖으로 말도 꺼내지 못한 채 오전 수업을 마쳤다. 그러나 점심 시간 내내 그는 머리를 떠나지 않는 한 가지 화두 때문에 마음이 더욱 답답하기만 했다.

‘원칙적으로는 다 맞는 말인데, 왜 우리는 이렇게 하지 못할까? 이런 걸 다 아는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혹시 그 동안 마케팅부 직원들이 진짜 이런 기본적인 원칙에 입각해서 일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은데….’

오후 시간이 되자 이팀장이 들어왔다. 그는 교육에 앞서 신대리에게 마케팅에 온 것을 축하한다며 긴 서론을 풀어댔다.

“신대리는 말이야…, 영업본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우리회사 최고의 엘리트 집단인 마케팅부에 온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므로, 매우 자부심을 가져야 한단 말이야. 그 동안 여러 부서에서 마케팅에 오고 싶어 하는 직원들이 많았지만, 나는 마케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며, 한 명도 받아 들이지 않았거든. 특히 영업 쪽 출신들은 더욱 더...”

그는 마케팅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 세상이 온통 마케팅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 마냥 거북할 정도의 자만심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 지금이 교육 시간인 줄도 모른 채 그의 마케팅 자랑은 끝날 줄 모르다, 30여분이 지나서야 마무리가 되어 갔다.

“그래서 말이야…, 난 차라리 아무런 때도 묻지 않은 신입사원을 받아서 키우는 게 더 낫단 말이지. 애니웨이(Anyway, 어쨌든), 신대리는 이미 들어왔으니 다시 한번 축하하고, 내 교육 잘 받고 잘 따르길 바란단 말이야.”

말의 처음과 끝이 매번 ‘말이야’로 끝나며, 처음부터 대놓고 반말부터 하는 이팀장의 모습이 참으로 거슬렸다. 그는 앞으로 이런 사람을 상사로 모시고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 속으로 한숨부터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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