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77. 마케팅 팀장이 되다(5)

회사가 발칵 뒤집혔다. 회사 창사 이래 대리가 팀장이 된 적도 없었지만, 마케팅 경험이 부족한 신대리를 중요한 프로젝트의 팀장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너무도 위험하고 즉흥적인 발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이사는 마케팅 전문가인 자신이 뒤에서 직접 봐줄 테니까 그런 걱정일랑 하지들 말라며 그들의 말을 일축하고, 결국 신대리를 마케팅 M&C 팀장으로 인사발령 내도록 했다.
       
  신대리는, 아니 신팀장은 이팀장 자리 바로 옆에 수평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아직 팀원이 한 명도 없었지만 이후를 대비하여 두 개의 빈 책상이 신팀장 앞으로 놓여졌다.
         
  신팀장은 다른 사람들의 시기와 부러움의 따가운 시선에 아랑곳 없이 선뜻 팀장의 자리에 앉았다. 아직 팀원 한 명도 없는 팀장이지만, 언젠가 저 빈 자리에는 자신만의 직원이 채워질 것이라는 기대에 마음이 뿌듯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한 숨 돌릴 겨를도 없다는 듯 바로 새 팀의 필요사항들을 요청하러 민이사의 방을 노크하였다.
        
  “이사님, 아무래도 M&C 런칭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기존의 조직과 프로세스를 전면 재수정해야 할 듯 합니다. 저야 M&C 한 브랜드만 가지고 일을 하지만, 다른 팀들 즉, 포장개발, 구매, 디자인, R&D 등은 모두 여러 BM들과 여러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M&C에 전적으로 매진하기도 힘들거니와, 제가 매 번 일을 진행할 때마다 다른 팀에 협조 요청을 해야 하고 그 팀에서는 이를 다시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허락을 받는 과정 등과 같은 불필요한 시간적 로스(Loss)가 많다고 생각됩니다. 바로 이런 일들을 제거하지 못하면 런칭 타임을 맞추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주면 되겠나?” 
  민이사가 시원하게 화답하였다.
      
  “일단 TFT(Task Force Team)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합니다. 그리고 그 멤버들도 각 팀의 최고 인재로 포함시켜 주십시오. 명단은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여타의 TFT가 진행됐지만 대부분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 사라져 버렸던 이유는 TFT에 속한 사람들이 기존 일상의 바쁜 일을 계속하면서 시간을 쪼개어 마지못해 TFT 업무를 하다 보니, 거의 형식적으로 회의에만 참석하는 식이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이번 TFT는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오직 M&C에만 그들의 모든 시간과 열정을 쏟아 낼 수 있도록 책임과 권한 소재를 명확히 해야 될 것입니다. TFT팀 리더는 제가 될 것이고, 이사님은 스폰서(Sponsor)로서 설령 디자이너라 해도 결재는 디자인 팀이 아닌 TFT 결재 라인을 통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저를 지원해 주셔야 합니다.”
         
  “앱소룰루리(Absolutely).... 그리고?”
  민이사는 기분 좋게 대답할 때마다 하는 습관대로, 혀를 굴려 미국식 발음으로 아무런 문제도 제기하지 않고 흔쾌히 대답했다.
  “다음은 예산과 인원입니다. 아무래도 TFT를 이끌려면 팀 운영비와 회의비 등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필요 예산을 책정해봤는데….”
  “됐네. 그건 볼 필요도 없어.”
  처음과는 달리 민이사는 예산에 대해서는 신팀장 말을 바로 짤라 말했다.
         
  “이미 일 년 예산 편성이 다 끝났기 때문에, 지금 M&C팀에 별도로 추가 예산을 편성해 주기는 어려우니, 내 예산을 그냥 쓰게. 내가 비서에게 말해 놓을 테니 자네가 필요하면 언제나 마음 것 쓰도록 하게.”
      
  이렇게 되면 매번 경비 정리할 때마다 민이사의 결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신팀장 입장에서는 여간 껄끄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현재 회사 사정 상 예산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되어 신팀장도 마지 못해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일할 직원이 일단 한 명이라도 필요합니다.”
  “그것도 내가 생각한 바가 있네. 지난 번 내가 면담했을 때, 눈 여겨 본 애가 한 명 있는데, 작년 하반기에 들어온 허진희라고 알지? 대학도 남들보다 6개월 일찍 졸업할 정도로 똑똑하고, 얼굴도 예쁜 것이 M&C처럼 감각적인 브랜드에는 적격일 것 같으니, 내가 허진희씨를 M&C에 붙여주겠네.”
        
  “하지만 이사님, 아무래도 제가 경험이 부족하니, 신입사원 보다는 경력 있는 사원으로 하는 것이….”
  순간 민이사의 안색이 확 변했다. 신팀장은 찌푸린 그의 얼굴 낌새를 눈치채자 차마 말을 계속 이을 수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내 민이사는 꾸짖는 투로 말했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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