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44. 사업개발팀(1)

인사 및 조직 개편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었다. 기대한 만큼 파격적인 조치는 아니었지만, 마케팅 김상무가 다른 사업부로 떠나게 된 것이 큰 사건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팀장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남아 있을 수 있었으며, 최상무도 스스로 회사를 떠나지 않고 계속 남아있기로 하였는데, 마케팅부는 새로운 마케팅 임원이 올 때까지 최상무가 당분간 겸임하게 되어, 그 동안 최상무에게 사사건건 반대해왔던 이팀장의 입장이 더욱 난처하게 되었다. 그리고 신대리와 박성준은 새로 신설된 사업개발팀에서 그들이 제안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다행인 것은 껄끄러운 이팀장 밑에서 계속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장조사 업무는 앞으로 마케팅부에서 하지 않고 영업지원팀에서 하게 되었기 때문에, 신대리는 영업지원팀의 새 담당자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하느라 사업개발팀에 일주일 늦게 합류하게 되었다. 신대리가 사업개발팀으로 짐을 옮겼을 때는 이미 골방 같았던 작은 공간도 어엿한 사무실로 그럴싸하게 바뀌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드디어 제가 왔습니다.”

신대리는 밝은 표정으로 박성준과 사업개발팀 조윤희에게 인사를 하였다.

“어머! 어서 오세요. 미리 말씀을 해주셨으면 제가 좀 도와 드렸을텐데….”

사업개발팀장인 송팀장은 때마침 자리를 비우고 없었으나, 누구보다도 기쁘게 맞이해 주는 박성준과 홍일점인 조윤희의 미소가 사무실을 더 밝게 만드는 것만 같았다.

조윤희는 이번에 새로 뽑은 불어실력이 유창한 경력사원이었다. 그녀는 화장품 회사 경험은 없었지만, 국내에 있는 프랑스계 외국인 회사에서 2년간 프랑스 시장에 대한 자료 수집 및 번역 업무를 하였었다. 사업개발팀 신설 목적이 외국 브랜드, 특히 프랑스 브랜드를 라이센싱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불어가 능통한 그녀가 채용된 것이었다.

그녀는 어려서 부모님을 따라 불어권의 아프리카에서 여러 해를 살았고 고등학교 때 한국에 돌아와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하여서 그런지, 짧은 단발 머리에 몸에 딱 붙어 S라인이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모습은 여느 한국여성과는 다른 개성 있고 세련된 멋스러움을 가진 파리지엔느 같아 보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녀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외모에서 풍기는 세련된 스타일과는 정반대의 순수하고 친절하며 착한 마음이라 할 수 있었다.

신대리는 짐을 옮기고 자리에 앉아 PC를 켰다. 이내 눈에 익숙한 윈도우 화면이 더디게 나타나는 동안 신대리는 감개가 무량함을 느끼며, 책상을 손으로 쓸어 만져봤다. 비록 새 책상에 새 의자는 아니었지만, 이 순간 사무실 안,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바로 출시된 따끈따끈한 신제품들처럼 새롭게만 느껴졌다.

‘그래, 이 곳이 바로 앞으로 내가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새로운 무대다. 이 팀은 내가 만든 거나 다름없다. 여기서 내가 뭔가 특별한 것을 만들지 못한다면, 아마 내 인생도 평범한 그렇고 그런 샐러리맨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신대리의 뭉클한 가슴이 새로운 다짐으로 마음 깊이 자리잡아 가고 있을 즈음 송팀장이 들어왔다.

송팀장도 조윤희처럼 최근에 외부에서 영입한 사람으로서, 신대리보다 두 살 연배의 젊은 나이에 영어와 불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이른바 외국통이었다. 외국인 회사에서 근무하며 미국과 프랑스에서 다년 간 근무한 경험과 높은 연봉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 회사는 젊은 나이에 경력도 길지 않은 그에게 차장의 직급과 함께 팀장의 지위를 주어야만 했다. 송팀장은 사교적인 사람은 아니었으며, 검은 안경테 때문인지 다분히 학구적인 연구원 스타일로 보였다. 지위가 사람을 만든다고 나이에 걸맞지 않게 어딘지 겉늙어 보였고, 말과 행동도 다소 느린 것이 누가 봐도 충청도 출신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어! 드디어 왔군 그래. 우리 앞으로 잘 해봅시다.”

송팀장의 환영의 악수를 시작으로 비록 네 명밖에 안 되는 단촐한 멤버이지만. 사업개발팀은 회사의 새로운 사업을 이끈다는 커다란 꿈을 품고 거친 비바람과 파도가 도사리고 있는 망망대해로 떠나기 위해 마침내 힘찬 돛을 올렸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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