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69. 마케팅 밀림 속을 헤매다(5)

신대리는 포장개발팀 김대리의 도움으로 전반적인 신제품 개발과정과 절차에 대해 알 수는 있었으나, 주로 포장재 개발에 치우치다 보니 역시 BM의 도움 없이는 일이 여전히 힘들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소했던 포장재에 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 것만 하더라도 지금으로선 큰 수확이라 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그 동안 플라스틱은 다 똑 같은 플라스틱인 줄만 알았는데, 거기에도 ABS, AS, PE, PET, PVC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그 쓰임새가 용기의 디자인 및 특성에 따라 모두 다르게 적용됨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포장개발팀을 비롯하여 R&D 및 디자인팀이 신제품 개발을 착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신제품 런칭(Launching) 계획 품의”를 작성하여 CEO의 결재를 받아야만 비로소 일이 진행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신대리는 마케팅에 와서 2주간 다른 BM들이 해왔던 과거 품의서 자료를 봐왔기 때문에 런칭 품의서가 무엇이고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를 확연히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작년에 사업개발팀에 있으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만들었던 M&C 사업계획서를 더욱 구체화하여 실행 계획(Action Plan) 측면을 보강하면 어렵지 않게 작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자 일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즉, 환경 SWOT분석, STP 전략, 4P Mix의 기본적인 포맷(Format)에 충실한 품의서가 빠르게, 그러나 충실하게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 할 수록 어려워지는 걸림돌은 언제나 유통이었다. 이젠 더 이상 망설일 수가 없었다. 이젠 브랜드숍으로 밀어 붙여야만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렇게 신대리가 M&C 브랜드숍에 대한 계획에 열중해 있는 동안 회사에서는 신대리 인생을 뒤바꿀 만한 매우 중요한 만남이 준비되고 있었다.
        
  2006년도 이제 한 달뿐이 안 남은 12월 첫째 날 아침, 연말이라고 왁자지껄한 분위기와는 달리 신대리는 자나깨나 온통 브랜드숍 구상에 헤어나오지 못한 채 회사에 출근했다가 뒤늦게 뜻 밖의 소식을 들었다. 마케팅 임원으로 그 동안 겸임해왔던 최상무는 영업에만 집중하는 대신, 민이사라는 분이 새로 왔다는 것이다. 이미 마케팅부에서는 소문이 나돌고 있었지만, 홀로 브랜드숍 계획과 씨름하고 있었던 신대리만 오늘에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민이사는 회사에서 과거 많은 히트 상품을 만들었던 BM 출신으로 남다른 사고와 열정으로 회사의 핵심인재로 인정 받았으나,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외국계 회사로 자리를 옮겨 35세의 젊은 나이에 임원이 된 샐러리맨의 입지적인 사람이었다. 그리고 7년이 지나, 어려운 회사 사정을 돌파하기 위한 히든카드로, CEO의 간곡한 요청에 의해 의리와 새로운 비젼을 위해 마케팅 이사로 다시 돌아 온 인물이었다. 
     
신대리가 회사를 옮겨 왔을 때는 이미 민이사가 다름 회사로 떠난 후였었기 때문에, 그는 같이 근무해 본적도 없고 과거에 단지 지나가는 소리로 이름 정도만 몇 번 들은 바가 전부인 민이사가 단지 과거 김상무 같은 사람만 아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오전 내내 CEO 및 임원진들과 오랜 대화 끝에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민이사는 마케팅부로 올 수가 있었다. 전원 대회의실로 모이라는 연락을 받고 회의실로 들어 간 신대리는, 민이사와의 첫 대면에 대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가슴이 몹시 떨려왔다. 잠시 후 민이사가 들어왔다. 
       
  그 나이 또래보다 키가 크고 건장한 체구에 고급 브랜드의 짙은 갈색 정장이 깔끔하고 단정하게 어우러져 보이는 그는, 파란색 와이셔츠와 대변되는 빨간 명품 넥타이가 너무 브랜드를 과시하거나 튀어 보이기 보다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으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다소 촌스럽게 생긴 남들 보다 크고 넓직한 얼굴에 올백으로 넘긴 짧은 헤어 스타일과 어우러지는 알이 작은 뿔테 안경 넘어 보이는 작은 눈에서 내뿜는 날카로운 눈빛은 그가 매우 고집 쌔고 단호하며 강한 성격의 소유자임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신대리는 그가 다소 촌스러운 외모를 나름대로의 패션감각으로 잘 커버하고 있는 것을 보며, 확실히 스스로를 마케팅할 줄 아는 확실한 사람임을 단 번에 알 수 있었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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