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14. 시장조사 업무(1)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아침, 이팀장은 주말동안 뭔가 생각했다는 듯이 출근하자마자 신대리부터 찾았다. 이팀장은 신대리를 자리 앞에 불러 세우고 앞으로 그가 마케팅부에서 해야 할 업무에 대해 말하였다.

“음.... 신대리는 아직 초보라서 지금 당장 BM을 할 수는 없단 말이야. 그러니 일단 영업 경험을 잘 살릴 수 있는 시장조사 업무를 맡아줬으면 좋겠는데, 어때.”

“시장조사요? 구체적으로 어떤 조사를 말씀 하시는지요?”

어떻게 보면 마케팅부 내부적인 ‘터부’도 작용한 것 같지만, 사실 영업 출신인 그가 마케팅부의 주요 업무인 상품기획이나 광고홍보 등에 관련된 일을 바로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으며, 그가 마케팅부에 오게 된 주 목적도 시장상황을 현실적으로 마케팅 전략에 반영하자는 취지였기 때문에, 그는 그리 놀라지 않으며 일을 받아 들였다.


“뭐라 할까~? 시장에서의 경쟁사 동향 및 마케팅 정책을 파악하여 우리 회사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정보를 조사하고 보고하는 거지. 그것이 아마도 BM들이 매월 수립하는 마케팅 정책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단 말이지.”

“네. 그럼 일단 여러 경쟁사들의 현재 판촉정책들부터 파악해 봐야겠군요.”

“맞아. 앞으로 매월 정기보고 해주기 바래.”

“잘 알겠습니다. 일단 어떻게 조사할 지부터 계획을 수립해 보겠습니다.”

신대리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기도 했고, 한편으로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일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괜찮겠다는 생각에, 그 일이 BM들을 보조하는 한정된 일이라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했다.

시장조사 업무는 BM들이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일이었지만, 가격과 판촉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급변하는 화장품 시장에서 매월 마케팅 정책 수립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으며, 시장조사란 업무 자체가 그가 다짐했던 회사 마케팅 전략의 근본적 문제점과 대책 안을 찾아 내기에도 가장 이상적인 일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 여기부터 시작이다!’

그는 스스로 마음 속으로 다짐을 하며 자리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시장조사를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 지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 동안 영업사원들이 파악한 것을 취합하는 형태의 조사 보고서는 비체계적이며, 상당 부분 주관적이고 너무 영업적으로 치우쳐서 현황에 대한 대안을 도출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과거 영업지원부에 있을 때도 영업사원들은 특정 한 사람의 말을 마치 전부인 것인 양 떠드는 경우가 많아서 자칫하면 오판을 하게 하는 경우도 상당히 있었으며, 이런 흩어진 의견들이 하나로 뭉쳐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되어 경영진에 보고되는 시스템이 없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었다. 하지만 전국의 모든 화장품전문점들을 조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 경쟁사들의 정책을 바쁘고 혼잡한 전문점에 방문해서 일일이 알아내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요즘은 브랜드숍이 심상치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03년 12월에 페이스샵이 미샤를 따라 1호점을 오픈한 이래, 1년간 상당한 화장품전문점들이 미샤와 페이스샵으로 간판을 바꾸었으며, 금년엔 막강한 아모레도 이니스프리를 독자적인 브랜드숍으로 런칭하고 만 것이다.

이 상태로 간다면 얼마 못 가 화장품전문점 수는 급격히 줄어들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인데, 회사는 이런 유통의 변화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다들 상품의 늪에서만 허우적거리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래서 시장조사 일은 모두들 필요하다고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막상 실행하기는 힘든 계륵(鷄肋) 같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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