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누구나 최초가 되기는 어렵다. 어느 영역에 최초로 들어간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최초로 뛰어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두 번째로 이어진 '영역의 법칙'이다. 그렇다면 큰 연못 속의 작은 고기가 되는 것보다 작은 연못 속의 큰 고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사람들은 두 번째 미국 대통령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16번째인 링컨 대통령을 기억한다. 그 이유는 링컨이 노예를 해방한 첫 번째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바로 세분화된 시장에서 첫 번째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 최초로 나오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영역에서든 선도적 브랜드는 거의 대부분이 고객의 기억 속에 맨 처음 자리잡은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조건적으로 최초가 되기 위해 신제품을 시장에 먼저 출시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기억 속에 맨 먼저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 '기억의 법칙'이 시작됐다.
과거 콜럼버스는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동쪽으로 계속 가면 동양이 나올 것이라 믿고 동쪽으로 항해를 떠났다. 그러다 도착한 대륙이 신대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콜럼버스는 그곳이 동양인 인도라고 믿었다. 덕분에 그 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아직도 인디언(인도인)이라고 부르는 어쩔 수 없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메리고 베스푸치는 그 곳이 인도가 아니라 신대륙임을 발표하였고, 그 신대륙은 결국 그의 이름을 따서 아메리카 대륙이 되었다. 만약 콜럼버스가 그 곳이 신대륙임을 알았다면 아메리카 대륙의 이름은 어쩌면 콜럼부스의 이름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즉, 첫 번째 발견한 콜럼버스가 아닌 아메리고 베스푸치가 신대륙임을 대중들에게 인식시켰기 때문에 그 곳이 아메리카라는 이름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한번 겪어 알게 된 기억을 쉽사리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장에서의 싸움보다 소비자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싸움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마케팅 불변의 네 번째 '인식의 법칙'은 마케팅이 제품의 싸움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라고 했다. 마케팅 세계에 있어 최고의 제품이란 없다. 소비자나 잠재고객의 마음 속에 담겨있는 인식이 바로 실체이다. 그래서 제품의 품질이 마케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생각에 젖어 있는 한, 성공을 거두기는 쉽지가 않다. 마케팅은 제품의 싸움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케팅이란 이런 인식을 다루어 가는 과정이다.
'아하~! 그래서 우리나라 최초의 자양강장제인 박카스의 경우도 수 많은 아류제품들이 나왔어도 흔들림 없이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구나. 하긴..., 다른 회사제품들도 모두 박카스로 통칭되고 있을 정도이니..... 사람들의 인식 속에 한번 자리 잡힌 브랜드를 바꾸기는 쉽지가 않은 일이겠어.'
그의 생각을 알고 있다는 듯이 책은 인식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잠재고객 기억 속에 한 단어를 집중적으로 심어야 한다며, '집중의 법칙'으로 넘어갔다. 수 많은 회사와 브랜드들의 광고와 홍보의 홍수 속에 소비자는 철벽과도 같은 방어의 벽을 치고, 브랜드 정보의 수를 제한하는 극도로 단순화된 마인드를 가지게 되어 주절주절 많은 내용을 담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진실은 무의미하다. 이제는 고객의 인식을 재구성(Restructure)하여, 단순한 한마디를 지속적으로 소비자의 마인드 속에 심어 놓는 일을 해야 한다.
이는 알게 모르게 일종의 세뇌를 시키는 작업과도 같은 일이다. 그렇게 소비자들의 인식은 그들도 모르게 현실로 수용되어 마음 속에 자리잡게 되는데, '볼보-안전', '네이버-지식검색', '고향의 맛-다시다' 등과 같은, 극도로 단순화한 메시지(One Word) 하나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소비자의 마인드 속에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집중의 법칙을 지나 마지막 22번째 재원의 법칙까지 한 호흡에 다 읽어 버렸을 땐, 이미 12시가 넘은 지 오래였다. 그는 책장을 덮으며 벅찬 감동에 사로잡혔다.
‘마케팅이 이런 것이었나? 인식의 싸움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