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58. 사업개발팀(15)

"나름 객관적인 조사와 분석을 통해 판매예측을 했더라도 이것이 정확할 수는 없어. 그런데도 지금 우리는 이를 믿고 투자해야 한단 말이야. 그러니까 이 불확실한 판매예측을 통해 미래에 들어올 수 있는 수익에 대해 투자하는 것은 미래가 아니라 지금 현재란 말이지. 그럼 만약 같은 돈을 M&C가 아니라 다른 사업에 투자를 하면 어떨까? 아니면 금융상품이나 부동산에 투자할 수도 있고, 가장 쉽게는 그냥 은행에 넣어두고 이자만 받아 먹을 수도 있겠지.

아니지, 현실은 그게 아니라, 우리회사는 분명 자기자본이 부족하니 돈을 빌려와야 할 것이야. 그러니 부채가 증가하고 이 부채에 대해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이거든... 회사는 그런 현재의 부담을 가지고 M&C에 투자하는 거야. 그런데 우리가 예상하는 5개년 손익에는 이런 리스크 중 차입금 이자율에 대한 것만 반영되어 있고, 투자에 대한 기회비용이나 미래의 화폐가치 등에 대한 변수들은 나타나 있지 않다는 거야.



이렇게 많은 회사들이 투자를 할 때, 간단히 매출 및 손익예측만 하거나 경영자의 동물적 감각만 믿고 넘어가는 경우들이 많은데, 나중에 가서 ‘그때 내가 왜 그런 결정을 하였을까?’ 하며 뒤늦게 땅을 치고 후회해봤자 소용없는 일이잖아? 따라서 미래의 손익을 통한 Cash flow(현금흐름)를 자본비용이 반영된 현재의 가치로 환산하여 현재의 실투자금과 비교해서 경제성을 평가해야만 하는데, 이것이 사업경제성 평가의 주요 목적이야. 알겠니?”

신대리의 열띤 강의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알듯말듯 뭔가 명확한 그림이 보이지 않는 듯, 뭐라고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신대리는 두 사람의 표정을 보고 ‘휴’하고 한숨을 쉬며 다시 말했다.

“자~,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해 줄게. 잘 봐봐.”

그는 두 사람과 잠시 눈을 맞추더니, 펜을 들어 화이트 보드에 숫자를 적으며 다시 설명하였다.

“내가 만약에 1억원이 있는데, 1억원을 더 빌려서 화장품 매장을 하나 창업하려고 한다고 하고, 은행이자는 편의상 년 5%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총 2억원으로 사업한 결과 차입금에 대한 이자 5백만원을 갚고, 총 비용을 공제한 후 5백만원의 이익을 봤다고 하자. 그럼 이건 이익이 난 거니 투자를 해야 하나?”

“글쎄요. 순이익이 5백만원 났으니, 투자할 만 하지 않나요?”

박성준의 대답에 신대리는 조윤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윤희씨는 어떻게 생각해?”

“음~~.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이자도 갚고 더 돈을 벌 수 있다면 해야 하지 않나요?”

“그러게… 나도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었어. 그런데 그렇지가 않아. 내 자기자본금 1억원에 대한 기회비용이 있잖아. 만약에 이 1억원을 다른 곳에 투자해서 5백만원 이상을 더 벌 수 있었다면 어떨까? 작은 부동산을 사서 월세를 받아도 이보다 더 벌 수 있었을 테니 말이야. 걔다가 요즘은 주식이나 채권에 잘만 투자해도 5%이상 수익은 가능할 수도 있고.”

“아, 그렇군요.”

이제서야 박성준은 이해가 간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단순히 이익만 난다고 좋은 게 아니라, 우리가 기대하는 수익은 그런 기회비용보다 더 커야 되겠군요.”

조윤희도 질세라 박성준의 말에 한마디 거들었다.

“그렇지. 이제야 이해들을 하는구나.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골치 아픈 것이 하나 더 있는데, 지금까지 말한 미래의 수익이 아니라 Cash flow에 대한 개념이야. 이익과 현금의 흐름은 그 개념이 상당히 다르거든.”

“현금흐름이요? 그건 또 뭐죠? 기회비용을 초과하는 수익만 나면 되는 것 아닌가요?”

박성준의 질문에 신대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잠시 생각하였다가 이내 대답하였다.

“흑자도산이란 말을 들어봤지? 분명 이익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잘 돌지 않아서 부도가 나는 경우야. 보통 잘못된 예측으로 인해 무리한 투자를 하여 공장설비에 자금이 묶이거나, 창고에 잔뜩 재고가 쌓이다 보면 제품회전이 안되어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돌아오는 어음이나 수표를 막지 못해 부도가 나는 경우라 할 수 있어. 분명 손익계산서 상에는 이익이 나는데 말이야. 그래서 단순한 이익이 아니라 미래의 Cash flow가 어떤가가 중요한 거야. Cash Flow에 대한 정의부터 알아보면, 현금흐름이란 투자로 인하여 유입된 현금(Cash inflow)과 유출된 현금(Cash Outflow)의 차이야. 즉, ‘현금흐름=현금유입-현금유출’이지.”

신대리는 화이트보드에 간단한 산술공식을 적으며,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잘 이해하고 있다고 제스처를 보내는 것을 확인한 후에 현금의 유입이란 무엇이고 현금의 유출은 무엇인지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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