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96. 모델 선발 대회(4)

이미 여러 잔이 오가는 동안 눈이 반쯤 감긴 팀원들을 보고 미용연구팀 정대리가 최근에 새로 입사한 영업지원팀의 김우진을 데리고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아니, 이게 뭡니까? 우리들은 뼈빠지게 일하는 동안, 팔자 좋게 술이나 마시고 있어도 되는 거에요?”

  그녀는 항상 부럽다는 표현을 핀잔 섞인 투덜거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입버릇처럼 된지 오래였다.
  
 “우리도 논 거 아냐. 지금까지 얼마나 열띤 회의를 했는데? 아무튼 우리가 낸 지금까지의 아이디어를 설명할 테니 새로운 사람들이 새로운 의견을 좀 더 줘봐.”

 “어~? 우진이도 함께 왔구나. 어서 와~. 너도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내가 함께 오라고 불렀다. 그런데 윤희씨, 성준이는 안 온데?”
     
  신팀장은 박성준에게 전화했던 조윤희를 바라 보았지만, 조윤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가로 저을 뿐이었다. 조윤희 혼자 마케팅에 합류한 이후 신팀장과 박성준은 더욱 거리가 멀어져서, 신팀장이 아무리 전화를 해도 전화를 받으려고 하질 않았다. 신팀장은 박성준에 대해서 항상 마음이 마냥 무겁기만 하였다.
      
  이때 정대리가 항의하듯 말했다.

  “너무 부려 먹으려고만 하지 말고, 우리도 일단 맥주 한잔부터 합시다.”

  신팀장은 얼른 맥주를 시켜 다 같이 한 잔을 하였다. 그러다 뭔가 주제를 토의하려고 하면 다른 사람이 띄엄띄엄 한 명씩 합류하는 바람에 이내 여러 번의 건배만 오가게 되었을 뿐, 도대체 진도가 나가지 않고 미팅은 점차 먹자판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시간이 자꾸 갈수록 신팀장은 점점 더 취해 가는 것만큼이나 더욱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 순간 기회를 낚아 챈 그는 얼른 말하고 싶은 주제를 꺼내 방향을 전환하고는, 순간을 놓칠 새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그 동안의 내용을 설명해줬다. 한 동안 설왕설래가 오가며 서로들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시간은 하염없이 지나기만 했고, 술만 더 마시게 되는 회식 분위기는 점점 더 건질 것이 없는 것만 같아, 신팀장은 괜히 다른 이들도 불렀나 후회스럽기까지도 했다. 그러다 한 순간 이미 혀가 꼬부라진 정대리가 술잔을 높이 들며 내뱉듯이 말했다.
      
  “까지 것 다해버려~, 모델도 뽑고, 이벤트도 하고, 광고도 하고, 기사 만들어서 신문에도 내고…. 다해 버리면 될 거 아니에요?”

  “정대리, 누군들 모르겠어. 예산이 한정되어 있으니 다 할 수가 없잖아. 아예 정대리 같이 이쁜 일반 사람을 모델로 뽑는다면 모를까?”

  정대리의 말에 신팀장은 답답하다는 듯이 대답을 하였다. 그 순간 그의 머리에 뭔가 한 줄기 빛이 스치는 것 같았다.

  “어? 이것 봐라?” 
      
  신팀장이 뭔지 모를 아이디어의 실체를 찾아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김우진이 말했다.

  “우리 일반인을 대상으로 모델 선발 대회를 하면 어떨까요?”

  순간 모든 사람들의 눈이 영업지원팀의 한 신입사원에게 꽂혔다. 
    
  김우진은 대학에서 불문과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MBA를 전공한 석사출신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키에 곱슬머리를 길게 휘날리는 그는 제법 옷도 세련되게 입고 자칭 파리지앙이라 스스로를 칭하고 다니었지만, 남들 보기에는 그저 키 작고 평범한 전형적인 한국인이었다. 하지만 생긴 것과는 달리 판촉 담당자로서 지금까지 기존의 틀과는 다른 참신한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게 마음에 들어, 신팀장도 함께 마케팅에서 일하고 싶어 몹시 탐을 내는 직원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그는 김우진을 일부러 찾아 이리로 오게 한 것이었다.
      
  “우리 타겟이 직장여성이니까, 직장인 모델 선발대회가 맞겠네요.”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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