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21. 세장조사 업무(8)

신대리는 안테나 매장 설문조사 결과와 함께 경쟁사 동향을 함께 정리하는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이로서 회사는 고객의 의견과 경쟁사 현황을 정기적으로 보고 받을 수 있는 체계적인 마켓 인텔리전스 시스템(Market Intelligence System)을 부족하나마 가지게 되어, 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12월 정책으로 실시하는 장려금, 할증, 판촉물, 신제품 출시 계획과 12월의 매출계획을 서로 비교함으로써 회사가 경쟁사 대비 어떤 위치에 있는지 쉽게 알아 볼 수 있도록 도표화도 하였다. 그의 보고서를 보면 회사는 확실히 장려금이나 판촉물 지원이 경쟁사에 비해 별 차이가 없었지만, 전문점의 마진과 직결되는 할증정책은 후발업체보다 부족했고, 신제품 수나 제품의 차별점은 선두업체보다 부족한 것이 무엇 하나 뚜렷하게 잘하는 게 없는 것으로 보였다.

결국 그는 지금의 지독한 경쟁환경에서 회사가 생존할 수 있는 확실한 차별점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더욱이 브랜드숍을 운영하는 회사들의 엄청난 가격 경쟁력과 톡톡 튀는 제품들을 보면, 언젠가는 이 화장품시장이 모두 브랜드숍으로 변할 것만 같은 두려움도 앞섰다.

이런 신대리의 보고서는 이팀장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설마 하였지만, 큰 기대도 걸지 않았던 신대리가 그 동안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정보를 이 정도 수준으로 일목요연하게 작성해올지를 몰랐기 때문이다. 그 동안 막연하게 느꼈던 마케팅의 문제점이 이 보고서 하나에 녹아 들어 있는 것 같았다. 단지 12월 한 달에 국한된 자료였지만, 향후 이런 자료가 지속적으로 축적된다면, 매우 의미 있는 정보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와우~ 아주 잘 만들었군 그래? 신대리, 이런 정보들을 어떻게 다 구했지?”

“그냥, 그 동안 영업하면서 아는 사람들이 많아서요. 여기저기서 입수하게 되었습니다”

이팀장의 질문에 신대리는 간단히 웃어 넘기며 말했다.

“그래…, 이 정보가 신뢰성 있는 것들인가? 그렇다면 이거 그냥 나만 알고 넘어갈 일이 아니란 말이지….”

“네, 100% 확실합니다.”

“그럼 신대리 이렇게 하자. 일단 영업지원부에 자료를 공유하고, 시간 내서 신대리가 프리젠테이션(Presentation)할 수 있도록 준비하란 말이야. 난 이사님께 먼저 보고 드릴 테니.”

“프리젠테이션이요? 제가요? 네에~ 알겠습니다.”

시간이 급하다고 생각해서인지 프리젠테이션은 다음 날 오전에 바로 열렸다, 마케팅과 영업 이사를 비롯해서 영업지원부장 및 모든 BM들과 영업지점장들이 가득 모인 자리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한 적이 없었던 신대리는 손에 땀이 고이고 가슴이 크게 뛰었다. 갑작스런 일정에 어제 밤 급하게 깨알 같은 보고서를 파워포인트 형식으로 다시 다듬고, 집에 돌아와서는 거울을 보며 발표 연습도 하긴 했지만, 막상 대회의실에 가득 모인 사람들을 보니 도무지 마음이 진정 되지 않았다.
이 팀장의 소개 얘기가 끝나고, 드디어 신대리의 시간이 왔다. 신대리는 마른 침을 간신히 삼키며 앞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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