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63. 사업개발팀(20)

미셸 리는 확실히 프랑스인들의 사고방식과 그들의 비지니스 방법을 잘 이해하고 있었으며, 수 년간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쌓아온 경험으로 M&C 프로젝트가 한국에서 큰 성공을 하리라는 동물적 감각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그녀는 사업개발팀원들의 열정을 믿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다른 어떤 일들 보다 우선적이고 적극적으로 M&C에 매달렸으며, 그녀의 노력과 협상력의 결과로 M&C본사도 어느새 그녀의 열정을 믿기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 사업개발팀원들은 수 십 번도 넘게 프로포절을 만들고 고치기를 반복하는 힘들고 지루한 시간을 보냈고, 신대리는 그 어떤 일들보다 기다리는 일이 가장 힘든 일임을 새삼 느꼈다. 그 와중에도 사업개발팀원들은 M&C 이외에 송팀장이 던져준 남성용 및 헤어 브랜드로 또 다른 해외 라이센싱 사업을 진행하는 등 여전히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야만 했다.

그리고 그 결과 그 해 가을이 되어서야 비로소 M&C의 라이센스 계약이 회사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하는 것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즉, 계약기간은 5년이고, 러닝 로열티는 매출실적 등급별로 3~5%를 지급하며, 미니멈 로열티도 첫 해에는 5천만원에서 시작하여 2억원까지 매년 점차 증가하게 되었지만 예상 매출 대비 크게 부담 없는 금액이었다. 더욱이 한국에서 M&C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더 올리기 위해 광고판촉비를 프랑스 본사에서 일정 부분 지원해준다는 개념으로 로열티를 전체 매출실적이 아닌 실적의 90%에 산정하기로 하여 로열티의 10%를 절감하는 성과도 이루었다.

청명한 가을 하늘을 시샘하는 것인지, 여름을 아직은 보낼 수 없다는 막바지 몸부림처럼 때아닌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9월의 마지막 주, 프랑스 M&C 본사의 라이센스 디렉터의 방문은 사업개발팀원들을 아침부터 분주하게 하고 있었다. 신대리는 오늘 있을 일을 꼼꼼히 검토하며 팀원들이 해야 할 업무를 분장하고 있었다. 송팀장은 오늘 일과에 대해 경영진께 뒤늦은 보고를 한다며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

"오늘 오후에 마담 소피를 공항으로 마중 나가는 것은 윤희씨가 사장님 기사와 함께 가고, 계약 조인식 때 탁상용 프랑스기와 태극기, 그리고 현수막도 준비됐고, 이건 성준씨가 총무팀과 함께 대회의실을 깨끗하게 꾸며주길 바라며, 그들이 도착하면 팀장님이 함께 수행하며 사장님실에서 최상무님과 함께 차를 한잔 하고, 간단한 오피스 투어(Office Tour) 후에 대회의실로 이동해서 계약 조인식을 한다. 그리고… 이때 기념사진 촬영은 홍보팀에서 준비해서 꼭 기사화 하기로 했고, 계약이 끝나고 역시 윤희씨가 마담 소피를 호텔로 모셔다 드렸다가 사무실로 돌아오면 우리 일은 끝나는 것이네. 그리고 저녁 7시에 한정식집에서 만찬을 하는데, 이때 참석범위는 사장님과 임원들, 그리고 송팀장님이 함께하며...."

갑자기 신대리는 쓴 웃음을 지었다. 결국 이 모든 일을 진행한 자신보다도 윗 사람들과 함께하는 만찬에는 대리의 신분인 자신이 참석할 수 없고 송팀장이 대표한다는 것에 서운함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신대리는 자신의 노력을 언젠가는 알아줄 때가 올 것임을 항상 믿어 의심치 않았다. 행사 체크 리스트(Check List)를 보며 하나씩 점검해본 결과 모든 준비는 다 되어 있었다. 이제는 정식 계약식만이 남아 있었다.

"자 다들 알겠지? 우리가 9개월 간 고생한 보람이 드디어 결실을 맺는 날이 왔다. 오늘 하루 한번만 더 수고하자. 비록 만찬에는 참석하지 못하지만 우리도 끝나고 우리들만의 파티를 하자고."

"네, 그럼 우리 모처럼 회사 근처를 벗어나 보면 어떨까요?"

조윤희의 의견에 박성준이 좋다며 말을 이었다.

"우리도 한번 강남으로 진출해서, 오늘 화끈하게 놀아보죠~!"

박성준의 활기찬 목소리에 모두들 좋다며 찬성을 표하고, 오늘은 정시에 퇴근해서 강남에서 그들만의 회식을 하기로 약속하였다. 그리고 각자 주어진 일을 위해 제자리로 돌아간 그들은 스케쥴을 재차 확인하고 점검하며, 전화기를 내려놓지 못한 채 분주한 오전을 보냈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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