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68. 마케팅 밀림 속을 헤매다(4)

포장개발팀에서는 디자인팀에서 제시한 목업(Mock-up)을 바탕으로 제품과 금형(Mold)을 설계하는데, 이때 그 디자인이 양산(Mass Production)하기가 매우 어려움을 발견하였고 이에 따른 개발의 문제점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디자인은 촉박한 출시 일정이라는 이유로 수정 없이 최종 결정되어 그대로 진행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협력업체를 통해 금형을 개발하고 포장재를 생산, 구매함에 있어서 아미앙떼 디자인을 바로 소화할 수 있는 업체는 결국 디자인 초기 단계에서 이미 관여했던 유일한 A 업체뿐이었다. 
   
  자재 구매팀은 기본적으로 거래선을 다원화해서 유사 시의 위험을 분산시키는 한편, 거래선 간 경쟁을 통해 품질을 향상시키고, 구매단가를 떨어뜨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디자인에서 진행했던 A 거래선으로만 갈 수 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마케팅 BM의 조율 및 의사결정이다. BM은 각 개발 관련 팀의 의견을 수렴해서 우수한 상품이 나올 수 있도록 매번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 BM이 기본적으로 포장재 개발 과정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며, 또한 포장재 관련 업무는 자기 일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그냥 맡겨둔 채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되면 결국 마케팅은 빠지고 포장개발 쪽과 디자인 쪽의 싸움이 벌어지게 되는데, 말주변이 약한 엔지니어(Engineer) 출신이 대부분인 포장 개발팀 인원들에 비해, 미사여구와 시장환경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는 디자인팀이 항상 승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신제품이 출시되면 결국 예견됐던 문제점들이 항상 발생하였고, 이에 대한 책임은 지금까지 개발 및 구매부서에서 떠맡게 되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그러면 이런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때문에 일이 힘들어지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회사에 끼치는 손해, 즉 원가상승, 품절 및 불량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하락과 이에 따른 매출 및 이익 하락 등은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디자인팀인가? 포장개발, 구매, 아니면 공장 생산팀의 책임인가? 
     
  그렇지가 않다. 최종적으로는 브랜드의 매출실적과 이익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마케팅이 책임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BM들은 이렇게 된 원인이 처음부터 자신의 잘못된 선택에 의해 저질러진 것을 모른 채, 제품에 문제가 발생하면 생산과 개발, 구매 쪽만 탓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아직도 일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신대리님께 당부하고 싶은 것은 M&C가 어렵게 외국에서 들여오는 것이고 전사적으로도 관심이 높은 중요한 브랜드라는데, 이런 과정을 또 되풀이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개발적인 측면에서는 우리가 가르쳐 드리고 도와 드릴 테니, 작년에 마케팅에서 했던 것처럼 BM으로서 소신 있게 M&C와 회사를 위해서 일 해주시기 진정으로 바랍니다.”
      
  김대리는 마지막 당부의 말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긴 얘기를 맺었다. 이런 사항이라면 신대리도 마다할 일이 아니었다. 신대리는 어차피 이팀장과 어려운 싸움을 헤쳐나가면서 제품 개발을 해야 하는 막다른 골목에 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를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면 마케팅을 떠나던가, 아니면 이팀장에게 무릎 끓고 사정할 수 밖에 없었다. 김대리의 얘기는 신대리 입장에서 일석이조의 제안이었다.
     
  “휴~! 잘 알겠습니다.”
  신대리는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바로 소주잔을 한잔 비웠다. 그리고 안주도 없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가 이내 확신에 찬 굳은 의지를 표명했다.
     
  “작년에 제가 마케팅에서 상사에게 반하는 일을 했던 것은 순전히 회사를 위한 것이었고, 저는 그 때 이미 사표를 쓰고 일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마음은 변치 않습니다. 그리고 M&C는 그 때부터 시작되어 근 2년 동안 제가 매진하여 만든 결실입니다. 저는 무조건 M&C를 성공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짤릴 것이고, 저도 회사를 미련 없이 떠날 것입니다. 제가 비록 지금 보잘 것 없는 위치에 처해 있지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여러분의 바램에 못 미치지 않도록 노력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짜로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우리 함께 그 동안 선례들을 타파할 수 있는 새로운 NPD 프로세스를 만들고, 이를 통해 성공적으로 신제품 M&C가 출시될 수 있도록 한번 해봅시다.”
       
  신대리의 자신에 찬 말에 모두 동의 한다는 듯이, 박과장 특유의 예스러운 능청과 함께 건배의 잔이 다시 한번 비워졌다. 누군가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이 밤도 회사 뒷 골목 조그만 감자탕집에서 새로운 역사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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