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41. 마케팅 전략 조사보고(12)

“Stuck In The Middle이라, 이에 대해 여러 번 보고한 바가 있다고?”

사장은 신대리의 말을 끊고 다시 한번 강한 눈초리로 이팀장과 김상무를 노려 보았다. 왜 신대리가 직속 상사를 뛰어 넘어 이런 모험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비로소 알 것만 같았다.

“네, 사장님. 매월 시장조사 보고서를 통해 정기적으로 보고 드렸습니다.”

“알겠네. 그래, 어디 계속 얘기해 보게.”

사장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 누르고 온화한 눈빛과 미소로 다시 신대리에게 말했다.



“네. 저는 작년에도 하버드대의 마이클 포터 교수가 말한 본원적 경쟁 우위에 대해 여러 임직원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한 바가 있습니다. 경쟁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품의 차별화 및 집중화, 아니면 원가적 우위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중간한 상태가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 변한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비록 여러 가지를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무엇 하나라도 경쟁사와 다른 것이 있어야만 합니다. 송곳처럼 날카로운 다른 점 하나가 고객의 마인드를 파고들어가 한 자리를 차지하게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전략을 보면 모두가 비슷비슷합니다. 특히 유통적인 측면에서 화장품전문점의 시대는 점차 저물어 가고 있는 상황인데도, 우리는 직영영업소를 늘려가며 저무는 태양을 붙잡으려고 목매달고 있습니다. 이는 시대의 큰 흐름을 외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직영영업소가 갈 길은 지금이라도 브랜드숍으로의 전환뿐이 없습니다. 나중에 전문점이 다 사라지고 나면 우리는 불안정한 홈쇼핑 외에 갈 곳이 없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잘 알겠네. 또 다른 사람들은 하고 싶은 말이 없습니까? 
영업을 맡고 있는 최상무 생각은 어떤가?”

“사장님, 신대리가 한 얘기는 지금까지 제가 현장에서 느낀 점을 그대로 말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 동안 저도 끊임없이 비슷한 말씀을 드렸지만 대부분의 경영진들이 귀담아 듣지 않았기 때문에 저도 사표를 제출하게 된 것인데, 그런 점에서 오늘 신대리를 보니 제가 부끄럽습니다. 신대리의 노력과 용기에 비하면, 저는 아무 노력도 없이 말로만 해결하려고 했고 이를 알아주지 못하는 현실로부터 도망가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신대리의 보고가 헛되지 않기를 바라뿐 입니다.”

최상무의 말 속에는 자신을 반성하는 의미와 함께, 다시 회사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사장은 최상무의 의지를 알았다는 듯이 최상무에게 살짝 미소를 보내고는 김상무에게 시선을 바꾸며 말했다.

“김상무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김상무는 말문을 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의견 없습니다, 사장님. 신대리의 보고를 잘 검토해서 마케팅 전략을 처음부터 재점검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장은 김상무의 말이 끝나자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제스춰를 취하곤 회의를 이만 끝내겠다는 의미의 말을 하였다.

“나는 오늘 아침에 이 보고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두 번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내가 뭔지 모르게 놓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비로소 알게 된 느낌이었습니다. 비록 이미 내년도 사업계획이 다 끝난 상황이지만, 이 것은 우리회사의 사활이 걸린 일이라 생각됩니다. 점심 식사 후, 오후 2시에 긴급 임원진 회의를 소집하여, 내 년도 사업계획을 재 수립하는 걸 검토했으면 합니다. 신대리는 그 때 다시 한번 프레젠테이션 하기를 바랍니다. 이따 오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사장실을 나오면서 최상무가 신대리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칭찬의 말을 던졌다.

“신대리 훌륭했어. 그리고 이팀장, 김상무는 걱정하지마. 자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는 않을 테니. 이미 사장님 의견은 확고하시니, 다음 일은 나도 물러서지 않고 힘써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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