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94. 모델 선발 대회(2)

오후가 되어 어느 정도 숙취가 가신 신팀장은 다시 예전의 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에게 제품의 콘셉트부터 최종 디자인까지 두 시간에 걸쳐 설명을 마치자 슬쩍 영업 쪽에 화두를 던졌다.
    
  “이 사업의 성공여부는 뭐니뭐니 해도 새롭게 만들어지는 브랜드숍을 빠른 시일 내에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품이 출시되고 1호점이 오픈하면 사업설명회를 통해 바로 전국적인 프랜차이즈로 쫙 깔아 나가야만 합니다. 그래서 미리미리 우수한 화장품전문점들 중에서 프랜차이즈 후보점들을 리스트하고, 우리와 거래할 점주들과 사전협의를 해야겠죠.”
     
“그런데 제품도 없이 디자인 사진 몇 장만 가지고 어떻게 점주들과 상담을 하죠?” 

부산지역 문지점장이 질문하였다. 신팀장도 이것이 가장 큰 풀리지 않는 고민인지라 바로 대답을 할 수 없었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았다.
      
  “맞습니다. 어려운 일이죠. 그러니 여러분들 같은 베테랑들을 벌써부터 미리 뽑은 것 아니겠습니까? 마케팅에서도 좋은 안을 준비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또한 M&C 브랜드숍에서는 철저하게 가격할인을 하지 않는 정가제를 실시할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요즘처럼 화장품 가격이 무너져 화장품전문점들이 수익을 보지 못하는 시점에서 M&C 브랜드숍을 모집하는데 가장 큰 장점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프랑스 유명 브랜드에 소비자가도 다른 경쟁 브랜드숍들보다 높은 편이라서, 매장에서의 하루 실판매도 높고 부가가치도 크리라 보입니다.”
        
 “그건 맞아요. 이미 중대형 화장품전문점들도 브랜드숍이나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대형 체인점들 때문에 갈 곳을 잃고 있으며, 브랜드숍들의 저가공세에 많은 전문점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매장을 전환하거나 문을 닫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저가 브랜드숍을 운영하는 점주들은 수량적으로 더 많이 팔려 바쁘긴 무지 바쁜데, 과거에 비해 수익률은 떨어진다며 무척 불만이라 하더군요. 분명히 그 중에 건실한 전문점이나 저가 브랜드숍에 불만있는 점주들을 잘 포섭하면 승산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브랜드숍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는 송대리가 신팀장을 거들어 주었다.
      
  “그래도 뭐 보여줄 것이 있어야 하지…. 아무리 회사 믿고 나를 믿고 따라와라 해도 말이야~.” 문지점장이 또 다시 불만을 토로하였다.

“그리고 가격이 더 높다는 것은 어쩌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 아닙니까? 전국의 수많은 전문점에선 할인판매를 하고 있고, 브랜드숍에선 저가 공세를 하고 있는데, 우리만 독야청청 중고가에 할인도 않하다가 소비자가 비싸다고 외면하면 어떻게 하나요?” 

대전의 김과장도 불편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아, 그걸 제가 말씀 안 드렸군요. M&C는 처음부터 우후죽순처럼 아무에게나 매장을 허락하지않을 것입니다. 철저한 선택과 집중을 할 것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파레토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죠? 80/20의 법칙이라고도 부르는데, 매출적으로 보면 20%의 주력제품이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20%의 유명 영화배우가 80%의 영화 흥행실적을 올리고 있으며, 20%의 부자가 80%의 부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화장품 시장도 상위 중대형 전문점의 매출이 전체의 70~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일단 전국에서도 대도시 주요상권에서 판매력이 우수한 중대형 전문점을 거점으로 해서 100개 매장만을 선별하여 우선적으로 브랜드숍으로 전환하도록 할 것입니다. 그래서 처음엔 매장 수도 많을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영업2부는 소수의 매장을 대상으로 철저히 브랜드 이미지와 가격질서를 유지, 관리하며 거래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영업하기도 더 수월할 것입니다.”
       
  이내 장내가 술렁거리며 사람들은 서로들 이렇다 저렇다 하며 오랜 시간 동안 소란스러웠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뜻을 품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자신이 없어하는 표정으로 바뀌는 것을 신팀장은 놓치지 않았다.

“자자~, 여러분~! 잠시만유~!” 

서울 강북 박지점장이 특유의 넉살스러운 충청도 사투리로 말을 꺼내며 장내를 정리하였다.

  “열띤 논쟁에 시간도 많이 지나버렸고, 난 벌써 배가 고픈데 말이여~, 오늘은 그만들 하시고, 우리 신팀장 한번 믿고 좋은 방안을 기다려 보는 걸로 해보면 어떨까유~. 내 최상무님께 가서 법인카드 얻어 올 테니 우리 다같이 쐬주나 한잔 합시다 그려~”
       
  시간은 벌써 5시가 넘어 가는 상황이었다. 모두들 동의하며 회의실을 빠져 나가는 중에 박지점장이 신팀장에게 다가와 말했다.

  “워쪄~, 오늘 아침에 보니 술 냄새가 장난이 아니던데…. 그래도 함께 가야지~? 중요한 사람들인데 말이여~.”

   “그러죠. 뭐~, 이미 술 다 깼습니다. 언제 제가 술자리 마다한 적 있나요?”

   “그려~. 내 이래서 신팀장이 좋다니까 말이여~.”
    
  박지점장과 헤어지고 자리로 돌아오는 신팀장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했다. 제품도 나와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이 무슨 수로 후보자들과 거래를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전문점주들이 다른 회사의 브랜드숍으로 전환하지 않고 우리회사를 믿고 기다려 줄 수 있는 특별한 뭔가가 절실하기만 했다.

  ‘휴~, 오늘도 또 술이구나. 또 얼마나 달려야 할지….’ 

  오늘 하루가 이렇게 또 저물어가도,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 하나로 그는 오늘도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었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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