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T는 소강 상태였다. 이제는 모두 각 자의 부서에서 디자인하고 R&D에 집중할 때였다. 다소 여유를 찾은 듯 보였지만 신팀장에겐 떠나지 않는 화두가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이 많은 제품들을 허진희와 단 둘이서 진행해 나갈 수가 없어 마케터의 보강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브랜드숍 매장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느 곳에 매장을 오픈해야할지 등의 업무를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제품 디자인만 해왔던 회사의 디자인실에서도 도움을 기대하기 힘들어 전문적으로 숍 비지니스를 했던 경력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마케터 보강은 민이사에게 진작부터 요청한 바 있었지만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도대체 내부조직에서는 마땅한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고, 점포개발 경력자 채용에 대해서는 아직 시기가 이르다는 이유로 증원이 보류되어 신팀장은 그저 답답하기가 그지 없었다.
그렇게 1월이 지나고 2월의 추위가 마지막 겨울을 아쉽다는 듯이 기승을 부리던 날 아침, 신팀장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남들보다 이른 아침을 시작하였다. 평소와는 달리 신팀장의 자리에는 따뜻한 커피가 추위에 얼은 그를 반기며 향긋하고 구수한 내음을 풍기고 있었다.
“어? 이게 웬 커피지?”
신팀장은 어리둥절하며 주위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는 의자에 털썩 몸을 던지듯이 앉고는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마치 와인을 음미하듯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때였다. 낭랑한 여자의 음성이 그의 고요한 하루의 시작을 깨웠다.
“팀장님! 안녕하세요?”
“어? 이게 누구야? 윤희씨~! 잘 있었어?”
신팀장은 그 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조윤희의 출현에 다소 놀라기도 했지만, 이내 바쁘다는 핑계로 소원했음에 대한 미안함이 먼저 다가왔다.
“그러게… 그 동안 너무 하신 거 아니어요? 전 이제나 저제나 팀장님 소식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조윤희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
“커피는 맛있으신가요?”
“아~! 커피! 너무 좋은데? 가뜩이나 오늘 따라 왜 이리 추운지…. 윤희씨의 커피 한잔에 몸도 녹고 마음도 녹아버렸어~. 하하하~!”
신팀장은 화통하게 웃으며 그 동안의 서운함이 날아가 버리길 바랬다.
“그나저나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웬 일이야?”
조윤희는 이내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냥…뭐~! 마지막으로 팀장님 얼굴 보고 싶어서 왔어요. 업무시간엔 너무 바쁘시잖아요. 회의도 많고 외근도 많으시고…. 사실 몇 번 찾아왔었는데….”
조윤희는 말끝을 흐렸다.
“엥~? 마지막이라니 뭔 소리야?”
- 계 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