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84. 마케팅 팀장이 되다(12)

“이사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신팀장은 조윤희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조윤희는 사업개발부의 인재로서 불어와 영어에 능통하고 적극적이며 스마트한 직원이라며,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을 하였다.

 “그런데 사업개발부도 매우 중요한 부서인데…, 송팀장도 그렇고…, 게다가 신팀장이 있었던 곳 아닌가?”
  민이사는 해외파인 송팀장을 잘 보고 있었던 터라, 사뭇 주저하는 눈치였다. 신팀장은 안되겠다는 듯이 단호히 입을 열었다.
       
 “다름이 아니라 송팀장과의 관계 때문에 조윤희씨가 그만 두려고 합니다. 이 부분은 개인적인 문제라서 제가 이사님께 자세히 말씀은 드릴 수 없습니다만, 어쨌든 우리회사는 조윤희씨 같은 인재를 놓치면 안됩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꼭 잡아야 합니다, 이사님.”



  신팀장은 차마 송팀장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조윤희를 잡아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은 충분히 전달하려 노력하였다. 마침내 민이사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네. 뭐가 되었든 그런 인재가 회사를 떠나면 않되지. 내가 오후에 송팀장을 만나 볼 테니, 기다려 보게나!”
       
  신팀장은 고개 숙여 크게 인사하며 고마움을 표하고 자리로 돌아가 이내 일 속에 빠져들었다. 어느 새 퇴근 시간 즈음이 되자 송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송팀장은 자신에게 이럴 수 있느냐는 식으로 매우 화가 난 억양으로 마치 신팀장이 수를 써서 조윤희를 빼가는 식으로 몰아 부쳤다. 신팀장은 뭐라 항변을 하고 싶은 마음을 끝까지 억누르고 죄송하게 됐다는 식으로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간신히 일을 무마시켰다. 
  그리하여 신팀장은 조윤희를 마침내 팀원으로 확보할 수가 있게 되어, 조윤희는 기초화장품 담당자로, 허진희는 색조화장품 담당자로서, 두 사람과 함께 색조 개발과 병행해서 기초제품도 준비할 수가 있게 되었다.
       
  일주일이 지나 사업개발부 업무인수인계가 끝나고 합류한 조윤희는 허진희보다 2살 많은 언니였다. 둘은 회사의 소문난 미녀들이었지만, 매우 달랐다. 허진희가 긴 생머리에 청순하고 소녀 같은 느낌이라면 조윤희는 짧은 단발에 섹시하고 세련된 전문 커리어 여성 티가 났다. 허진희는 옷 입는 스타일도 케주얼한 반면, 조윤희는 몸에 딱 맞는 원피스나 정장 스타일의 옷을 입어 확실히 외모적으로도 나이와는 달리 상당히 성숙해 보였다. 둘은 언니 동생하며 이내 친해졌지만, 업무적으로는 상당한 경쟁심이 있음에 틀림없었다. 
        
  허진희는 업무욕심은 많았지만, 아직 신입 티를 벗지 못하고 마음이 여린 편이라서 신팀장은 일일이 업무를 지시하고 체크하며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줘야 하는 반면, 조윤희는 자신이 책임감 있게 알아서 업무를 추진해 나갈 수 있었기 때문에, 신팀장은 조윤희가 하는 업무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방향만 일러 주고, 주요 사항만 체크하며 믿고 맡기는 방식으로 두 사람에 맞게 각자 다르게 코치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신팀장은 조윤희와 허진희를 각각 일대일로 면담을 하는 과정에,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팀장님은 진희씨만 이뻐 하시는 것 같아요.” 

  조윤희가 말했다.

  “응? 무슨 소리야? 내가 뭘?”

  “진희씨에겐 하나하나 자세히 가르쳐 주시며 꼼꼼하게 챙겨 주시는데 제게는 너무 소홀하신 거 같지 않으세요? 이럴 거라면 저를 왜 데려 오셨나요?” 

  조윤희의 감정 섞인 말투에 신팀장은 당황하여 한 동안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윤희씨~! 그렇지 않아. 나랑 함께 일해봤으면서 왜 그래? 진희씨는 아직 어리고 신입이라 내가 맡기고 일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내가 직접 챙기지 않으면 일에 차질이 날까 봐 하나하나 가르치고 지시해줘야 해. 반면 윤희씨는 알아서 잘하잖아. 이미 나와도 일해봤었고, M&C에 대해서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하지만 저도 마케팅은 처음이니까, 일이 어렵고 힘들거든요. 저도 고민이 많고 어찌할지 잘 모르겠어요. 팀장님이 자세히 가르쳐 주셔야 한단 말이에요.”

  “그래, 알았어. 내가 더 노력할게.” 
       
  신팀장은 조윤희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고 너무 무관심 했지 않았나 싶어, 다소 미안한 마음을 생겼다. 그리고 다음으로 허진희와 1:1 면담을 하였다. 허진희는 원래 자신의 속마음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없었는데, 이 날은 부러 마음을 먹었는지 보다 과감하게 말하였다.

  “팀장님은 윤희 언니만 이뻐하시는 것 같아요.” 

  순간 신팀장은 머리를 꽝 맞은 것 같았다. 둘이 짰나 싶을 정도였다.

  “무슨 말이지? 난 진희씨에게 더욱 관심을 가지고 노력했는데….”

  “윤희 언니에겐 뭔가 믿고 맡기시는데 제겐 그러지 않는 게, 저를 별로 안 좋아하시는 것 아닌가 싶어서요….” 

  허진희는 말꼬리를 흐리며 말을 끝까지 잇지를 못했다. 순간 신팀장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하하하~, 이런…! 아까 윤희씨는 내가 진희씨에게만 관심을 가지고 이뻐한다고 그랬는데, 진희씨는 그 반대로 똑 같은 말을 하네~”

  “네?”
         
  “진희씨, 난 누구를 더 이뻐하고 더 도와주고 그러는 것 없어. 두 사람의 스타일이 다르듯이 그에 맞게 방법을 달리할 뿐이야. 진희씨는 아직 신입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은데,  얼른 자리를 잡아서 본인이 스스로 알아서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성장해줘. 그러면 나도 분명 믿고 맡길 수 있을 거야. 나는 지금 진희씨 일에 일일이 참견하는 게 아니라, 진희씨가 스스로 걸어갈 수 있을 때까지 손을 잡아주고 일으켜 주고 있는 것이니까 오해는 말아줘.”

  신팀장은 그러면서 허진희의 업무 상 문제점을 하나씩 짚어주며 그런 것만 좀 고치면 충분히 훌륭한 브랜드 매니저가 될 것이라며 허진희를 칭찬해주었다.
        
  여직원 둘과 팀을 꾸려 나간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신팀장은 아직도 사업개발부에 남아있는 박성준이 더욱 아쉽기만 했지만, 조윤희를 데려오면서도 작은 소란이 있었던 마당에 당장 박성준까지 데려올 수는 없었다. 이렇게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보이지 않는 경쟁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서로를 아끼는 좋은 동료이자 선후배였고, 무엇보다도 적은 인원에 신팀장을 중심으로 큰 일을 이루어야 하는 사명감과 열정이 가득 차 있었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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