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74. 마케팅 팀장이 되다(2)

“그래서 지금 저는 이사님이 가지고 계신 사업개발팀에서 만든 M&C 프로포절을 기반으로 어제 브랜드숍 런칭 품의서를 작성 완료하였고, 이제 결재만 올리면 됩니다.”
    
민이사는 신대리가 이팀장이 왜 어제 회식 자리에서 그를 따돌렸는지, 다른 직원들이 왜 왕따를 시키는지, 현재 마케팅부 직원들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열정이 없는지 등 세부적인 문제점들을 꼬집어 얘기해주기를 기대했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M&C에 대해서만 얘기를 하자 다소 아쉽기도 하였으나, 내심 신대리가 진정으로 자기 브랜드를 사랑하는 타고난 마케터구나 하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번진 미소를 지울 수가 없었다.
       
  사실 지금까지 신대리가 한 얘기는 민이사 정도면 그간의 보고서만 보더라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라서 그리 새로울 게 없었지만, 민이사는 처음 소 도살장 끌려 가듯이 풀이 죽어 있었던 신대리가 M&C에 대해서는 어린 애 마냥 신나서 입이 마를 새도 없이 떠들어대는 모습에서, 자신의 과거 모습을 발견하는 것 같아 차마 그의 말을 끊을 수가 없었다.
       
  “그래, 그 품의서를 나도 빨리 보고 싶으니, 오늘 바로 결재 올리고, 그 외 일하다가 어렵거나 힘든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나를 찾아오게. 내 방은 언제나 신대리에게 열려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네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이사님.”
        
  신대리는 민이사가 확실히 과거 김상무와는 다른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민이사와 함께라면 M&C도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점점 더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민이사와 짧은 면담을 통해 그 동안 노심초사했던 고민을 훨훨 털어버린 그는 마침내 이팀장에게 M&C 런칭 계획 품의서를 제시할 수 있었다.
        
  이팀장의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을 뒤로하고 신대리는 자신 있게 자리에 돌아왔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했던가, 이제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다했고 지금부터는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마음을 편히 놓을 수가 있었다.
        
  며칠이 지나도록 신대리가 올리기로 했던 품의서는 도무지 민이사 책상까지 올라오지 않았다. 민이사는 급한 마음에 다시 신대리를 찾았다.
  “품의서 올리기로 한지가 언젠데 왜 이렇게 늦지?”
  “네, 그게, 바로 그날 결재를 올렸는데…, 이팀장께서 아직 검토 중인가 봅니다.”
  “올리라고 했으면 바로 내게 올려야지 왜 그걸 밑에서 그리 오래 점검하나? 그러면 내가 검토할 시간이 자꾸 손해보지 않나?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그냥 내게 바로 가져오게.”
  “그래도 결재라인이 있고 이팀장은 제 직속 상사인데, 이를 뛰어 넘고 이사님께 바로 결재 올릴 수는 없습니다.”
        
  신대리는 단호했다. 지난 해 사건 이후로 조직 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데, 또 한번 바로 위계질서를 넘어설 경우 도무지 혼자 견뎌낼 자신이 없을 것만 같았다. 특히 M&C의 성공을 위해서는 이팀장의 방해를 막아야만 했기 때문에, 그는 더 이상 이팀장 눈밖에 나지 않는 것이 절실하였다.
  “알았네. 그만 나가보게. 그리고 이팀장 들어오라고 하게.”
          
  신대리가 전하는 민이사의 부름에 이팀장은 틀림없이 M&C에 대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며칠 동안 이팀장은 신대리가 올려 놓은 품의서를 읽어보지도 않고 다른 서류 뭉치와 함께 쌓아 놓고만 있었다. 이팀장은 일부러 늦장을 부리다가 출시일정에 쫓기게 되면, 결국 신대리가 경험이 부족하여 지연시켰다는 핑계로 신대리를 쫓아내고 자신이 직접 M&C 프로젝트를 차지할 생각이었다. 
      
그러다 매일 거래선에 나간다며 탱자거리던 신대리가 어느새 품의서까지 완성해 오자 내심 놀라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네놈이 뭘 어쩔 수 있겠냐며 대수롭지 않게 그냥 서류뭉치 속에 던져버리고 마냥 방치만 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뒤 늦게, 민이사의 부름에 부랴부랴 품의서를 찾아,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얼른 살펴 보고 민이사의 방으로 들어갔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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