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애프터케어 고수가 평창으로 향한 이유

[인터뷰] 페북스타 ‘두꺼비 여사’ 김애화 씨. 의료지식·중국어통역 겸비 ‘메디컬 매니저’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성형외과 ‘애프터케어’팀 도입 장본인. ‘개인 사업’부터 ‘사회 봉사’까지 시간 쪼개 왕성한 활동 이유…“다문화여성 사회 진출 돕고파”

“안녕하세요, 두꺼비 여사 김애화에요!” 환한 미소로 전혀 거리낌 없이 자신을 ‘두꺼비 여사’라 소개한다. 그는 이 애칭을 전혀 부끄럽게 생각지 않는다. “두꺼비와 비슷하게 생겼다며 남편이 지어준 별명”이라고 당차게 말하는 페이스북 스타 ‘두꺼비 여사’의 요즘 근황은 ‘짐 꾸리기’ 한창.  

김애화 씨가 두꺼운 외투와 내복 등을 꼼꼼히 챙기는 이유는 이달 9일부터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추위가 너무 싫다”고 투덜거리는 말과는 다르게 표정은 밝다. 내심 첫 공식 경기 참가여서 인지 기대가 큰 까닭이다. 그가 참가하는 종목은 동계 스포츠가 아닌 ‘메디컬 매니저(의료 통역)’다.

그의 메디컬 매니저에 대한 각오는 남다르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활동하기 위해 종합병원 국제협력팀장 자리까지 반납했다. 



“메디컬 매니저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봉사하게 돼 영광이다. 의료 통역은 통역 분야에서도 매우 어려운 분야에 속한다. 제대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 환자의 목숨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지식과 정확한 통역이 핵심이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큰 사고 없이 안전하게 마무리되길 바라지만 현장에서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준비했다.”

그는 동계올림픽에서 중국인 관중과 중국인 선수들의 의료 통역을 도맡는다. 동계올림픽 기간 중 한시적으로 중국인에게 무비자 입국이 허용됨에 따라 중국인의 대거 유입이 예고되면서 그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올림픽 조직위에서도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사실 그의 모국어는 중국어로 중국인 응대에 문제가 없다. 또 중국인이라 밝히지 않았다면 전혀 모를 정도로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지녔다. 물론 의료 관련 전문지식도 검증됐다. 중국에서 간호학과 졸업 후 간호사로 근무하다 지난 2004년 조선대학교로 유학을 왔다. 모성간호학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해 의학 전문지식을 함양했고,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종합병원과 성형외과의 애프터케어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외국인 응대 경험도 풍부하다. 현재는 이 분야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그는 메디컬 매니저 선발이 확정되자마자 한동안 ‘메디컬 드라마’와 ‘다큐’에 푹 빠져 살았다. 간호사와 애프터케어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을 보유했지만 올림픽과 같은 공식 경기는 그에게도 첫 경험이기 때문이다. ‘메디컬 드라마’에서 동계 경기와 관련된 사례를 찾아 ‘매뉴얼 북’을 정리했다. 함께 활동하는 동료와도 공유하기 위해서다. 

김애화 메디컬 매니저는 “현장에서도 매뉴얼 북 정리는 계속할 예정이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더욱 전문성 있는 메디컬 매니저로 봉사하고 싶다”며 “공식 경기에서 의료 통역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서도 매뉴얼 북을 꼼꼼하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성형외과 애프터케어 성공사례 제시

사실 김애화 씨는 성형외과에 애프터케어팀을 도입시킨 의료 사후관리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다. 터닝 포인트는 의료관광법이 제정된 2009년. 그해 외국인 담당 ‘코디네이터’를 뽑는 성형외과 면접에서 그는 “나는 코디네이터를 지원하러 이 자리에 온 게 아니다. 애프터케어 담당자로 선발해달라”고 오히려 제안했다. 

병원 측은 검토 끝에 애프터케어팀을 창설했고, 김 씨는 1인 1팀제로 사후 관리를 전담했다. 성형외과에서 애프터케어 전담 팀 창설은 처음. 포문을 연 그는 입사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애프터케어 센터로 격상시켰다. 

“한번은 얼굴리프팅 시술을 받은 50대 중국 남성이 2개월 후 컴플레인을 위해 직접 성형외과를 찾았다. 성격이 무척 급하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항의하자 남자 직원들은 슬금슬금 도망갈 정도였다. 일단 그가 원하는 부분을 경청하며 미소로 응대했고 ‘도와주겠다’고 설득했다. 불만으로 병원을 찾은 컴플레인 고객은 주변 사람까지 소개할 정도로 VIP로 변했다.”
 
‘두꺼비 여사’ 특유의 친밀감과 의료에 관한 해박한 지식이 외국인 고객의 사후 불만을 최소화시켰다. 또 ‘컴플레인’ 제기 고객을 오히려 ‘재방문 고객’으로 둔갑시키는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김애화 씨는 강단에 설 때마다 “애프터케어는 보람찬 일”이라고 강조한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인력개발원에서 ‘중국인 리스크 관리’ 부문 메인 강사로도 맹활약 중인 그는 매년 최소 4~5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한다. 애프터케어, 컴플레인 대처법, 리스크 관리 등 간단한 컴플레인 대처부터 의료사고 발생 시 법적 대응까지 상세히 코치한다. 열정적인 그의 강의는 실제로 인기가 무척 높다. 전문화된 현장 사례가 강의에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의 전문성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작성하는 ‘환자 일지’에서 비롯된다. “통장은 어질러놔도 환자 일지는 특별관리한다”는 말에서 일지에 대한 애정이 엿보인다. 환자마다, 케이스별로 A4 용지에 기록한 5권의 일지를 소중히 관리하는데 재편집해서 책으로 발간하자는 제안도 받을 정도로 축적된 데이터는 상당하다. 



다문화 여성 사회 진출 위한 고군분투는 진행 중

김애화 씨는 좀처럼 쉴 틈을 만들지 않는다. 넘치는 에너지 때문도 있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서다. 평창 동계올림픽 메디컬 매니저를 마치면 곧 병원 메드맥스 국제협력팀장으로 현역 복귀한다. 애프터케어는 물론 의료관광 유치, 의료기기 수출 등 전문가 역량을 십분 발휘할 예정이다. 

또 영국 명품 마스크 브랜드 ‘프레카(FREKA)’의 한국·아시아 총괄 디렉터로 나서며 개인 사업도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다문화가정을 위해 직접 봉사에도 나섰다. 혼자 익힌 그림 솜씨는 작가라고 해도 믿을 정도. 3월 봉사 기관과 함께 출간하는 ‘전래 동화’의 일러스트를 맡았다. 수익금은 다문화가정 지원금으로 사용된다. 

밤잠을 줄이면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공식 행사인 동계올림픽 메디컬 매니저로 활동하려는 이유는 개인적인 욕망 때문이 아니다. 그는 “편견 때문에 사회생활을 생각지 못하는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아직 많다”며 “내가 더 열심히 활동해 이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다. 이들이 사회에서 보석과 같은 귀한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애프터케어를 천직으로 삼으며 ‘진심’과 ‘신뢰’의 중요함을 깨우쳤고 자신의 진정한 꿈 ‘다문화 여성’의 사회 지위 회복에 녹여내고 있다. 김애화 씨가 애프터케어에 몸담은 사회 첫 걸음이 역량을 표출하고 싶은 다문화 여성의 간절함이었다면 ‘메디컬 매니저’, ‘사회 봉사’, ‘개인 사업’으로 딛는 두 번째 발자국은 희망의 메시지다. ‘두꺼비 여사’의 승승장구 발걸음에 ‘멈춤’은 없다. 항상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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