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K-뷰티 ‘R&D’ 실종, 보건복지부 '진흥'도 올스톱?

NCR 해체 후 후속 지원 올스톱...상장사 기술투자비율 2% 불과, 중국 로컬브랜드의 기술 추격에 위기감

정부 관계자들이 정책설명회나 각종 세미나에서 하는 단골 멘트가 “그동안 한국화장품산업은 기업들이 이룬 성과였지, 국가에서 해준 건 별로 없다”였다.


이를 정부 입장에서 해석하면 “추가적인 정부 지원 없이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풀이다. 보건복지부 스스로 ‘착시현상’이라고 지적했지만 현실은 여전히 그대로 될 공산이 커졌다.


지난 11일 보건복지부는 작년 11월 글로벌코스메틱연구개발사업단 해체 후 처음으로 ’신코스메틱 R&D사업단‘ 발족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위한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산배정을 받지 못함에 따라 당분간 ‘R&D’ 관련 사업은 중단됐으며, 글로벌 Top3를 목표로 복지부가 제안한 ‘화장품산업종합발전계획’의 차질도 불가피해졌다.


보건복지부의 ‘화장품산업종합발전계획’의 4대 목표 중 R&D는 ①피부과학 응용연구를 통한 화장품선도기술 확보 ②화장품 공통기반기술(제형·평가기술·원료·소재) 개발로 품질 고도화 ③4차 산업혁명 미래형 선도기술 개발을 통한 신시장 개척의 3대 추진전략 하에 8대 실천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R&D가 유망소비재로써 화장품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담보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국내외 화장품업체 사정은 여간 어렵지 않다. 중국 화장품 유통전문가는 “한국 브랜드는 프리미엄시장에서 유럽+일본과 경쟁하며 매스티지는 중국 로컬에 추격받고 있다”며 “K-뷰티는 J-뷰티에 비해 급이 낮고 기술력이 떨어지며, 중국 소비자 사이에 ‘일본·EU·미국에 뒤떨어지고 중국보다는 조금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KOTRA의 ‘중국 스킨케어 브랜드별 시장점유율’ 조사(2017년)에 따르면 매출액 1위는 중국 브랜드 Pechoin(百雀羚)이며, Top 15 중 중국 브랜드가 9개를 차지했다. 스킨케어 카테고리에 강하다는 한국 기업은 하나도 없고 겨우 이니스프리가 16위였다.


현재 한국 브랜드들의 중국 오프라인 매장 철수도 잇따르고 있다. 작년 더페이스샵이 전면 철수했으며, 60여 개 매장을 가진 클리오도 이미 70% 정도는 철수 했고 올해 상반기까지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 에뛰드도 매출 하락으로 3년째 고전 중이다.


게다가 유커의 한국 방문 금지령 전면 해제도 오는 5월 시진핑 주석의 방한 확정 전까지는 타는 목을 겨우 축이는 정도여서, 내수 부진과 더불어 국내 경기도 아직 차갑기만 하다.


이렇듯 K-뷰티가 국내외의 샌드위치 신세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R&D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게 업계 공통의 인식이다. 또 J-뷰티의 예에서 보듯 기술력은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르는 정치 리스크 변수를 상쇄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작년 글로벌코스메틱연구개발사업단(NCR)의 화장품전문가집단 1100명의 설문조사 결과를 담은 ‘2018 한국화장품 기술수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화장품 기술은 선진국 대비 86.8%의 수준에 도달했고, 기술격차는 2.4년”이었다.


NCR의 선진국 대비 한국 화장품의 기술 수준은 첫 조사 시 67.4%(2007년)→86.8%(2018년)로 19.4%p 증가했고, 기술격차는 5.2년(2007)→2.4년(2018)으로 2.8년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의 R&D 지원이 큰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NCR 활동 종료 후 후속 R&D가 지체됨에 따라 선진국과의 차이를 줄이는 한편 중국 로컬브랜드의 추격을 따돌리기 어렵게 됐다.


중국 1위 OEM·ODM기업 임원 출신 A대표는 “중국 로컬브랜드는 다국적 기업이 시장 선점을 위해 기술을 이전해주는 속도가 빨라지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기술개발 능력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 화장품기업 연구원들의 대거 이동과 기술 습득도 한 몫을 했다”고 말했다. 또 "중국 화장품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맞춘 인디 브랜드의 출현과 성장으로 ODM업계가 활황세이며, 현지 한국 ODM 업체 출신 임직원의 중국 내 ODM기업 창업도 증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게다가 중국의 화장품산업은 알리바바가 이끄는 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기술혁신 혜택에 힘입어 거의 동시에 업그레이드하며 발전하고 있다. 이른바 풀셋(full-set)형 산업기반을 갖추고 있어 상용기술은 미흡하나 원천·기초기술 수준이 높아 한국에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에 한국 화장품기업 상장사 22개의 R&D투자 비율은 생산 규모 대비 2.1%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화장품 원료 70% 수입의존 현상은 여전하고, 피부과학 등 선진국 최신기술과는 기술격차가 현저하다.


R&D 지원이 끊기면서 87%선까지 쫓아온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더 벌어지고, 중국 로컬브랜드가 자국 시장에서 수입화장품 국가 1위인 K-뷰티를 몰아내는 시나리오는 상상조차 하기 두렵다.


5대 유망소비재 중 두 자릿수 연평균 성장률을 자랑하던 K-뷰티의 추세선이 꺾이는 순간이 오지않도록 R&D 투자는 시급한 현안으로 처리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능동적인 자세가 아쉽다.


CNC NEWS=권태흥 기자 thk@cn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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