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통 JYP'의 성공 알고리즘은?

[인터뷰] 코스메랩 박진영 대표…정치 리스크 딛고 일본에서 'K-뷰티 새뚝이'로 우뚝
'코끼리상을 조각하는 법' 알고리즘 증명

뷰티업계의 ‘일본통(通) JYP'가 언론과 첫 인터뷰를 가졌다. 코스메랩 박진영 대표다. 업계 간담회에서 식약처장 면전에 ’브랜드 업체 죽이는 ODM사 제조명 표기를 없애야 한다“고 쓴 소리를 마다않던 그다. 또 총리 앞에서 발언 신청을 제지당할 정도로 ‘할 말은 하는’ 기업인이다.


그는 "혁신 제품을 개발하면 ODM업체가 중간에서 미투(me too) 제품 양산을 방조하는 화장품법 개정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영 대표는 “노키아 사례에서 보듯 ‘대마불사’는 없다. ICT업계가 이노베이션을 강조하듯 K-뷰티 스타트업의 디스럽션(disruption; 파괴적 혁신)이 절실하다. ODM업체의 무임승차는 K-뷰티 혁신에 찬 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했다.




박진영 대표는 ‘알고리즘’을 중시한다. 알고리즘이란 ‘문제 해결을 위한 절차나 방법’을 말한다. 알고리즘은 매일같이 접하는 정보를 줄 세우고 솎아내고 가려내는 것으로 그는 데이터 분석에 능하다.


1990년대 말 화장품 유통은 ‘가격 할인’을 내세운 전문점이 몰락하고 ‘가격 파괴’를 내세운 마트와 인터넷 쇼핑몰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혼돈기였다.


삼성물산 대형마트 화장품 바이어로 업계와 인연을 맺은 박진영 대표는 유튜존을 거쳐 도쿄로 건너가 일본화장품 회사에서 한국 소싱을 담당했다. 4년여 섭렵한 일본 화장품시장 알고리즘은 “코끼리상을 조각하는 방법은, 코끼리가 아닌 부분을 모두 깎아낸다”였다. 꼭 필요한 성분만 넣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제외한 다이어트다.


이후 일본 업체 대표의 만류에도 귀국한 그는 체리야닷컴을 맡아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알고리즘을 분석, △가격 할인 경쟁 △회원 판매 △각종 프로모션 등 드라이브를 걸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또한 인터넷 쇼핑몰 ‘싸이닉’을 맡아 한국에 없고 일본에 있는 ‘효소 세안제’를 빅히트 시키면서 명성을 얻었다. 이후 ‘베스트셀러’ 잡아먹는 아이템을 연거푸 기획하면서 11번가 대표 브랜드로 키웠다.


현재 운영하는 코스메랩(Cosme Lab)은 2006년 설립했다. 박진영 대표는 “상호에 랩을 넣은 이유는 체리야닷컴 시절 R&D 소홀에 대한 반성의 뜻이 있다. 이젠 성분과 효능 중시 처방에 포인트를 뒀다. 이를 위해 2009년 자체 연구소를 설립 ‘제대로 알고 만들자’라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고 했다.


박진영 대표의 성공 알고리즘은 무엇일까? 코스메랩의 브랜드 스토리에 답이 있다. 바로 성분과 효능의 특성화를 강조한 ‘베리썸(Berrisom)’과 ‘지나인스킨(G9 SKIN)’이다. 베리썸은 슈퍼푸드라 불리는 3가지 베리와 2가지 블러썸에서 추출한 항산화 성분 함유 화장품 콘셉트다.


지나인스킨은 ‘도시생활에 지친 피부 정화’를 슬로건으로 9-9-9 레시피를 제시한다. 9가지 스트레스(자외선·건조·대기오염·스트레스·피부열·불규칙 생활습관·유해성분·잘못된 메이크업·스킨케어 습관 등)를 착한 9가지 식물성 성분으로 9가지 효능(수분·미백·영양·탄력·피부정화·민감성·모공케어 트러블·자외선 차단 등) 가이드를 제안한다.




한편 화장품업계는 중국=사드, 일본=혐한이라는 정치 리스크에 직면한 상태. 문제는 항시 재발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이다.


박 대표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 ‘스킨가든(SKIN GARDEN)'은 도쿄 신주쿠구 신오쿠보에 있다. 신오쿠보는 한국식 음식점·주점·패션가게·잡화점이 밀집된 지역. 한류 붐과 동시에 한국 방문 후 신드롬을 앓는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은 내게 아찔함과 자신감이 교차되는 생존터다. 2012년 8월 오픈해 불과 4개월만에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따른 혐한시위의 대표 장소로 지목돼 매출이 급락했다. 2013년 30억원 적자로 사업을 접을 뻔했다”고 박 대표는 회고했다.


“오픈 시 매출이 월 10억원에서 제로로 떨어지니 하릴없던 때였다. 정치 리스크는 기업에겐 ‘속수무책’ 숨죽이고 있어야 하고 자칫 목숨도 위협받는 악재”라고 했다. “요즘은 ‘반헤이트 차별금지법’으로 혐한시위 자체가 불법화되면서 예전 분위기로 돌아선 데다 최근 신오쿠보 거리에 ‘치즈닭갈비’가 유행하면서 1020세대의 발길이 잦아졌다. 주말엔 하루 매상 4~5000만원 올릴 정도 된다”고 전했다.


‘스킨가든’은 네이처리퍼블릭·잇츠한불·토니모리·조성아·이지듀 등 경쟁력 갖춘 K-뷰티 브랜드의 집산지다. 폐쇄적인 유통망에 좀처럼 제품을 바꾸지 않고, 자국산 애호가 강한 일본 소비자가 한국산 화장품을 골고루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접점이다. 박 대표는 “일본 진출을 원하는 기업에 상생의 노하우를 제안해줄 수 있다“며 ”언제든 방문 환영한다“고 했다.  


정치 리스크로 사업을 접을 위기였던 그에게 반전 기회를 준 제품이 ‘마이 립 틴트 팩’이다. 대출 받아 빚잔치 겸 마지막 노림수로 준비했으나 2014년 4월 18일 론칭 이틀 후 세월호 침몰로 ‘근조(謹弔) 방송’하에서 홈쇼핑 채널을 두드렸던 제품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에게 돕는다’고 했던가, 의외의 히트로 기사회생 할 수 있었다. 44차례 완판으로 기반을 새롭게 다진 박진영 대표는 △정치 리스크 대비 △R&D 중요성을 새삼 일깨웠다.
 
그는 “‘일본 올인’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체 브랜드 론칭 △일본 브랜드 OEM 시작 △수출 다변화로 아시아·유럽 등 22개국 진출 전략을 짰다. 그 과정에서 유럽인증(CPNP)과 '월마트 오딧(audit)'을 통해 글로벌 수준을 체험하는 등 한 단계 발전했다”고 했다.


알고리즘은 정답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정답을 이끌어내는 과정’임을 박진영 대표는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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