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과 트렌드, 미래의 기회

뷰티 최고위, 마케팅 최고위 연재 칼럼 (4) 코스웨이㈜ 김수미 대표

『화장품은 브랜드의 감성과 이미지가 제품 효과 이상으로 중요한 영역이다. 그래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바라보는 외부 시각이 매우 중요하다. CNN 보도를 빌리면 한국이 잘하는 10가지 중 하나로 화장품을 꼽았다. 대한민국 화장품 트렌드를 알면 전 세계 화장품이 보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온라인 기반과 모바일의 급속한 성장,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IT 기술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화장품 시장은 유통 채널 전략이 브랜드의 성패를 결정지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모바일의 향후 발전 속도는 가늠할 수 없기에 고객 중심의 옴니채널 전략이 브랜드 성장과 생존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전략은 거점 지역의 선정과 채널 운영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린다. 최근에는 온라인을 통한 중국 진출과 홍콩을 플랫폼으로 하는 글로벌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한류(Hallyu)와 케이팝(K-pop)으로 무장한 케이컬쳐(K-culture)의 위력이 케이뷰티(K-beauty)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러한 트렌드를 발판으로 대한민국의 화장품 브랜드가 글로벌 케이뷰티로 도약할 수 있도록 성장시키기 위한 각 브랜드만의 필살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앞서 거론된 내용은 4년 전 학회의 총설논문으로 발표됐던 본인의 원고 일부분이다. 마치 오늘을 얘기하는 것처럼 지금 우리의 시장 현실과 많은 부분이 맞닿아있다. 

다양한 트렌드의 홍수 속에 유독 숨가쁠 정도로 돌아가는 뷰티 시장에서 트렌드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트렌드를 감지함과 동시에 트렌드에 뒤처졌음을 발견하게 되는 반복 과정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트렌드를 바라보는 지금 이 순간 뜨겁게 불타오르는가? 이 순간만 확 불타올라서는 안 된다. 트렌드의 흐름에 올라탔을 때도 늦지 않을 징조와 징후들을 찾아야 한다. 우리 브랜드에 맞는 트렌드를 찾기 위한 지난한 과정이 글로벌화 된 화장품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2014년은 대한민국 화장품 시장에 있어 큰 의미를 지닌다. 화장품 수출이 수입을 처음으로 넘긴 수출 원년의 해다. 4년이 지난 지금, 올해 상반기까지 화장품 수출은 수입을 상회하고 있다. 

언더독(Underdog), 일명 ‘듣보잡’이라고 일컫는 신생 브랜드가 시장을 흔든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대규모 M&A 열풍에는 BB크림, 마스크팩, 쿠션파운데이션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히트 상품들이 내수를 넘어 중국과 동남아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세계 시장 점유율 3%를 차지하는 서열 10위의 대한민국은 화장품 판에서 3%의 지분보다 더 막강한 인플루언서로서의 영향력을 가졌음을 자본의 흐름이 증명하고 있다. 

4차 산업이 투영된 시장의 흐름은 4년 전과 지금, 여전히 유효하다. 모바일과 빅데이터, 옴니채널의 기반은 더욱 강화됐다. 사물인터넷과 맞춤형서비스, 음성인식을 활용한 하이테크 서비스가 뷰티와 기기와의 결합으로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 빠링허우와 주링허우, 포노 사피엔스라고 불리는 각 나라별 디지털 세대들은 시장의 판도와 유통의 흐름에 막강한 영향력을 부여한다. 빅 브랜드와 빅 모델로 쏟아붓는 광고 따위는 이들을 움직이기에 역부족이다. 

이 새로운 포노 사피엔스가 남긴 디지털의 흔적, 빅데이터와 팬덤이 흐르는 원류를 이해하고 그들이 열광할 상품과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브랜드가 시장에서 트렌디하게 성장해 나가는 경향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화해, 글로우픽, 뷰라벨로 이어지는 랭킹 시스템은 소비자가 직접 순위를 정하고 내가 직접 브랜드 향방을 선택한다는 ‘브랜드슈머(Brandsumer)’로서의 만족감을 극대화시켰다. 랭킹에 대한 몰입도와 팬덤을 강화한 장치가 됐다. 마치 프로듀스 101의 강다니엘이 아이돌 평판 1위 자리를 지키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화장품에는 어울릴 것 같지 않던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도 랭킹 시스템의 뒤를 이어 시장에 진출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또는 기존 브랜드가 새롭게 단장해서 시장에 알리는 방식 등 다양한 트렌드가 존재한다. 

소비자가 소비의 주체에서 브랜드의 향방을 결정하고 거대 자본과 상관없이 자신만의 SNS를 통해 거대한 제국을 형성하는 시장이 엔터를 뛰어넘은 뷰티만의 거대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2년 연속 빌보드 뮤직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부분을 수상한 방탄소년단은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데미 로바토, 션 멘데스 등 유명 팝스타들을 94%라는 놀라운 득표율로 압도했다. 글로벌 투표 80%를 받은 BTS의 글로벌 전략은 뷰티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의 표지 모델로 등장한 카일리 제너(Kylie Jenner)는 2015년 말에 론칭한 ‘카일리 코스메틱스’의 성공으로 포브스가 선정한 최연소 자수성가 억만장자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BTS는 유튜브, 이제 갓 스무 살인 카일리 제너는 인스타그램에서 자신들만의 제국을 구축했다. 

한편, 세포라의 한국 진출 뉴스로 멀티숍과 드럭스토어의 미래에 대한 시장의 논의가 분분하다. 비단 업계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어떤 브랜드의 어느 제품이 어떠한 가격으로 선보일지 각자의 의견을 피력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화장품 산업을 둘러싼 이슈와 트렌드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어지러울 정도로 빠른 속도와 쏟아지는 정보에 압도되지 않고 내가 올라탈 시장을 선택하기 위한 안목을 기르는 훈련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대가도 하루만 연습하지 않으면 대번 관객이 알아본다고 하듯, 트렌드에 대한 관찰과 분석 역시 하루만 게으름을 피우면 소비자가 더 전문적으로 브랜드를 이끌고 가는 판을 종종 목격할 때가 있다.

트렌드를 통한 미래 시장의 대비는 혼자가 아닌 오픈 이노베이션(Opne Innovation)을 통한 융합과 협업으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코스메틱밸리(Cosmetic Valley)로 성장해가는 한국의 뷰티가 제조업의 한계를 넘어 지식산업 그리고 플랫폼산업으로 자리 잡는 그때, 대한민국 화장품 산업의 위기라고 모두가 외치는 ‘늪’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K-뷰티의 설 자리도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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