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닛 정리’ 잘하고 있나요?

[CNC News 칼럼]업체마다 작년 말부터 재고 처분 비상...거래처 관리 4원칙 준수 필요

화장품 업계에서 살아남는 법칙 제 1조는? 바로 재고정리입니다. 속칭 ‘캐비닛 정리’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존폐가 결정된다는 게 업계 정설입니다. 작년 연말 브랜드사마다 재고를 밀어내기 하느라 영업부서마다 외부에 알릴 수 없는 홍역을 치렀습니다.


최근 한 유통업체 A대표는 자신이 취급하는 제품 중 20만개가 덤핑으로 풀린다는 소식을 듣고 맥이 풀렸습니다. 브랜드사에서 경로를 달리해 여러 곳에 뿌리다보니 그중 판매가 부진한 채널에서 공구 또는 온라인 개인 판매상을 통해 대폭 할인한 가격으로 물량을 대거 푼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타 채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덤핑으로 인터넷 가격이 무너지면, 유통 제품 이미지가 깎이고, 기존 채널 판매도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무너지면 고스란히 매출 하락을 겪는 건 채널마다 똑같습니다.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채널마다 아우성입니다.


덤핑 의혹을 받은 유통업체는 ‘유통기한’이 다가오고 재고가 쌓이자 원가 이하라도 팔아서 손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겠다고 처분을 시도한 것입니다. 정작 이를 제재할 방법이 브랜드사도 없다는 게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계약서에 관련 내용이 있지만, 대금 납부를 못할 정도면 어쨌든 원가 이하라도 처분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린다는 변명입니다.


A대표는 브랜드사에 연락, 사실을 알리고 대책을 호소했습니다. 법적으로는 막아도 실익이 없고, 계약 위반으로 걸어도 벌금형에 그쳐 실효성이 없습니다. 그마저도 판매 부진으로 어쩔 수 없이 했다는 데야 법적 책임 추궁이나 브랜드 손실액 반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업계 이야기입니다.


그러다보니 달래고, 어르고,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엄포에 그칠 뿐입니다. 다행히 브랜드사의 경고와 판매자 개개인에게 법적인 책임까지 묻겠다는 등의 강경 조치에 해당 채널은 자진 회수로 물러섰습니다.


A대표는 “가격과 유통질서는 브랜드사의 명운이 걸린 문제다. 다행히 설득을 통해 자진회수→법적 조치 예고(유통상)→개인 판매원에게 법적 조치 고지 등을 통해 문제가 해결됐지만, 만일 그대로 됐다면 브랜드사와 유통상 모두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경우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해, 브랜드사에서 전량 매집, 폐기 하거나 손실처리 해야 할 정도로 사안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이런 예가 리더스코스메틱의 경우입니다. 리더스코스메틱은 작년 거액의 영업적자를 냈습니다. 이유는 △매출 채권 소송에 따른 대손상각비 설정(102억원) △판매수수료 증가(33억원→106억원) 등 두 가지였습니다. 과감히 손실처리 했지만 결국은 매출 부진에 따른 재고정리 차원에서 불거진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소비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로컬브랜드가 치고 올라오면서, 한국의 마스크팩 유통가격도 30% 이상 떨어진데다 물량마저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마스크팩은 손쉽게 시장 진입이 가능하고 물량공세로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반면 대리상에 의해 좌우되다 보니, 미수 발생 시 수습이 어렵다는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중국 유통채널은 제조사→총대리상→1·2급 대리상→대리상(经销商)→소매유통 마트·슈퍼의 단계를 거치며 거미줄처럼 깔려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한 고리에서 연락을 끊거나 덤핑 처리에 나서면 한국 업체가 낭패를 당하기 쉬운 구조입니다.


국내 H&B숍, 면세점에 납품하는 B업체 대표는 “H&B숍은 1년, 면세점은 1.5년을 남기고 반품 회수가 시작된다. 제품을 출시해 거래처에 납품하다보면 정작 판매기한이 짧아 재고정리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용기는 MOQ의 3배 수준에서 발주하고, 충진은 재고 발주 속도에 따라 조절한답니다.


중국 유통업체 C대표는 “보세창고에도 3일분이면 한국에서 보충이 가능하다. 때문에 그 이상은 발주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수출사관학교 박영만 소장은 중국 대리상을 상대할 때 4가지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첫째 대리상의 판매역량입니다. 개런티에 속지 말라고 말합니다. 구두 약속은 그뿐, 안 될 때 대책을 추궁해야 한답니다. 둘째 판매 부진 시 대응입니다. 안 팔릴 때는 상대나 한국 업체는 난감할 뿐입니다. 그럴 때 어떻게 할지 최소한의 방침이나 대책을 세워 둬야 한답니다.


셋째 잘 팔리는 경우 부딪치는 게 이미테이션 제품 출현입니다. 기자가 듣기로는 잘 나가는 제품을 컨테이너에 실으면서, 뒤에는 짝퉁을 바로 채운다는 게 선전 유통상 얘기입니다. '커튼치기' 수법입니다. 넷째 대리상의 재무상태 파악입니다. 계약 시 정작 상대방의 재무상태에 대해선 묻지 않는데 차라리 안 팔더라도 파악할 건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화장품 유통기한은 보통 3년입니다. 시즌제 상품이라면 첫 해 출시하자마자 유통채널에 깔고, 자칫 계절을 놓치면 그 다음해에 H&B숍이나 면세점에서 반품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잘 나가는 제품이라고 무작정 주문대로 출시하다간 큰 코 다칠 수 있습니다.


말은 안하지만 두둥실 떠도는 게 우리나라 빅2도 재고관리에 몸살을 앓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중국 매체에서 LG생활건강 ‘후’가 마트에서 덤핑 가격으로 팔린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는 이유는 손해를 무릅쓰고 판매하는 유통상 때문이겠지요.


‘캐비닛 정리’ 잘하고 계시나요? 기업의 성패는 서바이벌이 목표이지, 당장의 밀어내기 출고가 다는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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