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수 195만 1096명, 사망자 수 11만 770명. 6월 10일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피해 현황이다. 코로나19는 미국의 소비 트렌드를 바꿔놓았다.
코트라(KOTRA)는 최근 ‘코로나19가 바꾼 미국 소비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e커머스 활성화 ▲집에서, 따로 또 같이 ▲생활방역 시대의 도래 ▲정신건강을 지켜라 ▲buy local 열풍 등을 주요 트렌드로 꼽았다.
미국은 3월 중순 셧다운 이후 10주간 4천만명 이상 실업자 발생, 4월 실업률 14.7%로 급증했으며 소매판매는 전월비 16.4% 급감했다. 5월 중순부터 주정부 별로 단계적 경제재개를 시작했으며, 현재 50개 주가 동참했다. 연방정부는 대규모 경기부양책 마련, 연준은 제로금리 향후 3년간 유지 등을 선언하며 전폭적인 유동성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물지표가 점차 개선되고 있으나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경제회복은 2~3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구매패턴이 온라인으로 급속히 바뀌며 구매의 디지털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신선식품, 자동차, 가구 등 온라인을 통한 제품 구매 영역은 더욱 확대되고 성장함에 따라 온라인 소비자 쇼핑을 돕는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기술 활용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둘째 홈코노미 시대의 도래다. 재택근무 전환으로 화상채팅 플랫폼 사용량 증가, 원격수업 진행, 집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쾌적한 시간을 보내려는 소비자 요구는 웰빙가전과 스마트홈 수요로 이어졌다.
셋째 경제재개 이후에도 살균·소독의 일상화는 지속되고 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세척용품·손소독제 수요는 과거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 의무화 시행으로 일회용 마스크와 천 마스크가 일상화됐으며 패션기업들이 천 마스크를 출시했다. 대신 공유경제, 재사용 트렌드는 약세다.
넷째 격리와 실직, 뉴노멀 등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미국인이 증가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디지털 헬스기기와 앱 사용량 급증, 향기·음식·셀프케어 등 컴포트 이코노미(comfort economy)가 소비자 주목을 받았다.
다섯째 ‘buy local’ 트렌드 확산이다. 락다운으로 비필수 산업군의 영업이 제한되며 소규모로 운영되던 지역 비즈니스 살리기 운동이 확산됐다. 또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소비자들은 로컬 브랜드를 구매했으며, 제조와 유통과정이 짧고 투명한 식품 선호는 트렌드가 됐다.
한편 셧다운과 대량해고 여파로 소매판매 분야는 4월 전월비 16.4% 감소했다. 매출 급감으로 대형 소매업체(J.Crew, Nieman Marcus, JCPenny 등은 파산보호 신청) 등이 도산위기에 몰렸다. 투자은행 UBS는 온라인 쇼핑 전환으로 2025년까지 약 10만개의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의 소기업 D2C 브랜드가 선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뉴욕에서 탄생한 고급 스킨케어 브랜드 Tula다. 유해성분 제거, 과일·곡물 추출물 등 슈퍼푸드와 발효성분 등을 첨가한 제품으로 구성, 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4월 매출이 400% 증가했으며, 3월 대비 100% 상승했다. 소셜미디어 영향으로 고객 중 75%가 35세 미만이다. 업체 측은 “소비자들이 코로나19로 가정에 머물면서 건강과 웰니스에 투자”한 것이 매출 확대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손소독제, 손세정제, 살균성분이 함유된 표면 세척제가 필수 휴대품으로 자리잡고 직장과 가정, 공공장소 등 비치로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소규모의 뷰티·퍼스털케어 브랜드들도 손소독제, 살균효과가 있는 세척제 등을 잇달아 출시 중이다.
경제재개 후에도 지속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가 요구되며, 마스크 수요도 이어질 전망이다. 주정부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천 마스크 재사용 및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들은 천 마스크를 제작, 판매에 나섰다.
코트라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바이어 선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즉 “뉴노멀 시대 소비자 행동을 반영한 이커머스, 라이브 커머스, 옴니채널의 적절한 활용 여부 , 효과적인 소셜미디어 홍보, 소비자와의 원활한 소통 등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소비자 행동 변화에 따른 수요 변화를 파악하고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팬데믹으로 그동안 시도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브랜드를 구입하고 새로운 사이트에서 쇼핑하는 소비 행동 변화는 한국 기업에 기회요인이 될 수 있는 관측이다. 친숙하지 않은 브랜드라도 필요하면 구입하겠다는 소비자 의사는 시장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 니치 브랜드, D2C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호감도 긍정적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코트라는 “미국 소매업체가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스토어 브랜드(private label)을 통한 미국 시장 진출을 고려해야 한다”며 “브랜드 인지도가 낮으나 가격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면 스토어 브랜드를 통한 미국 수출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고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