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의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B-뷰티는 발전할 수 있을까?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3 부산 뷰티화장품산업 육성 전략 포럼’에서 7명의 전문가 패널은 ‘가능성’과 실천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좌장을 맡은 경성대 이진태 화장품학과 교수는 “지방마다 권역 외로의 인구 유출을 막고 일자리 창출이 지방정부의 최대의 과제다. 이를 해소하려면 화장품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화장품산업은 혁신 기술과 아이디어만으로도 고부가가치 창출과 다양한 분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B-뷰티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안해달라”고 주문했다.
벡스코로 가는 도중에 듣게 된 “1970년대 신발 이후 부산시에서 내세울만한 산업이 없다”는 택시기사의 말이 실감났다. 부산은 먹거리 산업을 울산, 경남에 내주고 ‘잠만 자는’ 베드타운화가 심해졌다는 하소연이다.
현재 K-뷰티는 top 3위에서 4위로 한 단계 하락한 상태. 자칫 ‘사라진 별’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성신여대 김주덕 뷰티산업대학원장은 말했다.
그는 “한국 수출산업은 가발(60년대)→신발(70년대)→섬유(80년대)→전자, 반도체, 조선, 철강, 자동차(90년대~2010년대)를 지나 21세기엔 화장품산업을 주목해야 한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경쟁력은 한국식 화장법, BB크림, 쿠션, 시트 마스크팩 등 혁신 제품에서 나왔다”며 “부산 화장품산업에서 아이디어 혁신 제품 개발이 나올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방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2의 쿠션·BB크림 같은 아이디어 혁신 제품이 개발될 수 있도록 ▲ 도전과 창의력 있는 인재 양성 ▲ 규제 개선에서 정부 입증 책임 방식 도입 ▲ B-뷰티 산업 생태계 조성 등 지방정부의 화장품 특성화 전략 수립을 촉구했다.
부산화장품산업협회 이승준 회장은 “기업으로선 지역 대표 화장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해운대 선크림’처럼 지역 상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 또 관광객과 소비자 접점을 위한 팝업스토어 마련, 브랜딩 및 마케팅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정기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관련 지원을 요청했다.
㈜퓨어터치 윤성준 대표도 “부산지역에서 화장품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다. 당장 인체 적용시험, 원료 평가, 피부테스트, 자외선차단 평가 등을 수행할만한 임상기관이 없다”며 어려움을 전했다.
이에 대해 (재)제주테크노파크 바이오융합센터 김봉석 팀장은 “제주도 화장품산업은 지난 20년간 양적으로 발전했지만 질적인 측면에선 아직 걸음마 단계다. ‘청정 제주’에 초점을 맞춰 △ 지속적인 정책 △ 산·학·관 다양한 의견 수렴과 협업 △ GMP 제조소, 임상센터, 올해 원료센터 출범 등 인프라 구축 등을 진행 중”이라며 제주도 화장품산업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기술개발 역량을 갖춘 기업이 부족하다. 기술·인재·연구 중심의 브랜드를 육성하고 마켓 전략을 수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봉석 팀장에 따르면 부산지역 화장품 기업 수는 제조소 74곳, 책임판매업 376곳, 수출액은 9200만달러이며, GMP 지정업소 1개소로 인프라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부산을 찾는 관광객이 연간 2800만명에 이를 정도로 다양한 자원 보유, 부산국제영화제 등 문화 콘텐츠, 해양생물자원, 휴양 및 레저 인프라 등은 연간 1400만명이 찾는 제주와 비교해도 화장품산업과 연계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고 높게 평가했다. 따라서 “부산광역시만의 특화된 콘텐츠를 활용한 브랜드 및 마케팅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정책 발굴 및 지원으로 기업의 제품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화장품산업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참석자들은 지역 화장품산업 발전은 기업의 역량 강화 노력과 지방정부의 정책 의지가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점에 공감했다.
㈜아람휴비스는 두피 관련 빅데이터 10만여 건을 보유한 디지털, 맞춤형화장품 기업이다. 산업통상부로부터 ‘개인별 피부·모발 특성 등을 제조단계부터 고려한 맞춤형 화장품 제조 판매’의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를 받기도 했다. 박동순 대표는 “△AI 맞춤 두피케어 관리 시스템, △기초화장품 소분시스템 △고객별 맞춤 두피 샴푸 세럼 소분시스템 △고객별 맞춤화장품 제조시스템 등의 설비를 갖추고 디지털 맞춤형화장품 생산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박 대표는 “부산엑스포가 유치된다면 부산은 무엇을 세계 시장에 선보일 것인가?”라고 반문하고 “미래 화장품시장을 선도할 맞춤형 화장품을 부산시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류보미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 정보와 K-뷰티 체험홍보관 ‘뷰티플레이’ 운영을 통해 부산 화장품기업의 마케팅 방안을 조언했다. 그는 “각국의 온라인 마케팅 성공 사례를 통해서 ①소비자 성향에 맞는 맞춤형 콘텐츠 ②신뢰도 높은 경험 정보 제공 ③인플루언서와의 협업 ④소비자 참여와 구매를 높이는 SNS 활용 ⑤현지 상황을 반영해 마케팅 수준 및 방법 결정 등 5가지 성공 포인트”를 소개했다.
류 연구원은 “마케팅에서 어떻게 하면 튈 수 있을까? 온·오프라인 접점 노출, 바이어를 어떻게 만날까? 등을 고민해야 한다.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과 스토리, 열정이 중요하다”라며 “연구원의 명동 ‘뷰티플레이’에서 부산 화장품기업 홍보를 위해 협회 등과 협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패널 토의를 지켜본 부산시 류재주 치의학화장품팀장은 “기업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역할을 고민하고 지원방안을 찾아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1+1은 2가 아니라 11”이라는 말이 있다. 화장품 업계는 조선미인, 코스알엑스, 롬엔 등이 불과 수년 사이 수천억대 매출로 화제다. 이런 소식은 부산 기업에게 동기 부여는 충분하다.
기업의 혁신 제품 개발 노력에 부산시의 화장품산업 육성 의지가 더해진다면 B-뷰티의 부흥은 가능하다는 게 패널들의 공통 인식이다. 이번 포럼은 산·학·관·연이 참여해 부산시의 미래 대표 산업으로 ‘B-뷰티’의 자리매김을 위한 첫 걸음을 뗐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