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장품수출협회 신임 이경민 회장은 “회원사들로 ‘수출 선단(船團)’을 구성해 신흥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겠다”라며 "K-인디 브랜드의 성장에 기여하겠다”라는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지난 4일 기자와 만난 이 회장이 꼽는 신흥시장은 라틴아메리카, 튀르키예, 인도 등. 그중 브라질을 K-인디 수출 선단의 글로벌 테스트 마켓으로 제안했다. 그동안 화장품 수출이 개별 브랜드별로 이뤄졌다면 이젠 협회 차원에서 시장개척 노력이 필요하다는 ‘규모의 경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다. 그가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원료 비즈니스’를 하면서 수많은 ‘브랜드’를 객관적으로 들여다 본 안목도 한몫했다. ‘원료×브랜드=함께(together)’라면 시장 진출 가능성과 확장성이 크다는 깨달음이다.
이경민 회장은 “브라질은 미국, 중국, 일본에 이은 세계 4위 시장이다. 이젠 미답(未踏)의 브라질 시장에 진출할 때이며, 그래야 K-인디브랜드의 다양성과 포용성(Diversity & Inclusion, D&I)을 살릴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화장품의 대 브라질 수출액은 1800만달러로 전년대비 99% 증가했다.(‘23) 순위는 31위. ’24년 1~2월 누적 수출액은 347만달러(+43%)이다. 시장 규모에 맞게 순위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게 그의 도전이다.
이 회장의 ‘Run to Brazil'은 ’21년부터 ‘인코스메틱 라틴 아메리카’에 참가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우리나라 중소 브랜드가 반드시 진출해야 할 시장이자 기회 창출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 배경엔 ▲ 넷플릭스를 통한 한류 팬의 확산 ▲ 복잡한 수입 절차로 직접 진출 필요성 ▲ 원료+α, 트렌디(trendy) K-인디 브랜드의 경쟁력 등을 꼽았다.
이를 위해 올해 브라질에서 개최되는 △ 인코스메틱 라틴 아메리카(9월 25~26일) △ 세계화장품학회(IFSCC, 10월 15~17일)에 참가해 한 달여 브라질 시장을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그는 “현지 시장을 움직이는 ➊ 교민 ➋ 현지인 커뮤니티 ➌ 일본인 커뮤니티 ➍ 화장품 관련 협회·기관 등의 4가지 접점을 확보한다는 게 1차 목표”라며 “이를 토대로 화수협 회원사들과 스터디 모임을 통해 2년여 브라질 진출 전략을 구상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수의 기업이 참여할 수 있게 sku가 적더라도 경쟁력 있는 제품이라면 화수협 공동 부스에서 판매 및 상담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경민 회장은 이와세코스파 한국본부장으로 18년째 재직 중이다. 일부에선 외국계 원료사 대표가 K-뷰티 수출협회를 어떻게 이끌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진다.
이에 대해 이경민 회장은 “일본기업이지만 한국 원료를 이와세코스파의 유럽·일본 등 8개 해외본부에 수출하는 등 비즈니스 폭이 넓다. 또 수많은 브랜드사와의 만남을 통해 성장해왔다. 그 혜택을 돌려줄 기회이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고민 끝에 회장직을 맡았다”라며 “회원사들이 절대 후회하지 않게 해드리겠다”며 밝게 웃었다.
그는 “한국은 인디브랜드가 뷰티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유일한 국가다. 스몰 브랜드의 어려움은 해외 유통 개척이다. 앞으로 회원사를 대상으로 교육+컨설팅을 실시해 개별 경쟁력을 키운 다음 함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화수협의 현안인 ‘제조사 표기 삭제’에 대해서도 그는 “브랜드 - OEM/ODM 생태계에서 중소 브랜드의 노하우를 보호해줄 필요가 있다. 품질 좋은 유럽, 일본도 굳이 제조사를 체크하지 않는다. 이는 소비자의 알권리와도 상관없다”라며 “수출로 먹고사는 K-뷰티로선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뿜어 나오는 하이 데시벨의 열정적인 울림을 느낄 수 있다. SNS에선 도전과 노력, 따뜻함도 이따금 목격된다. 이 회장은 “평소 같이 일하고 싶은 분들을 운영진으로 모셨다. 그들이 흔쾌히 수락해서 기뻤다. 앞으로 수출과 교육을 강화해 젊고 실력 있는 스타트업에게 ‘꿀 정보’를 제공해 성장을 돕겠다.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다”라며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