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 전 세라젬한·중국법인대표가 마케팅 소설 ‘인식의 싸움’을 출간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 사이에서 독보적 마케팅론으로 두터운 팬덤을 형성한 그다.
이미 자기계발서 ‘챌린지로 변화하라’와 화장품 중국 진출 소설인 ‘우당탕탕 중국 이야기’로 필명을 날린 마케터 출신 작가다.(참조: 본지 11월 23일자 http://www.cncnews.co.kr/news/article.html?no=2725)
이번에 펴낸 ‘인식의 싸움’은 저자가 마케팅 최전선에서 직접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로 구성된 자전적 마케팅 소설이다. 그는 1988년부터 전자회사와 화장품사를 오가며 마케팅 외길을 걸었다.
마케팅 소설인만큼 이론적 근거는 잭트라우트와 알리스 공저인 ‘22가지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다. 마케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 관점이 아니라 기업 활동을 소구해 주는 소비자 관점, 즉 ‘소비자 인식을 포섭’하는 활동이라고 책은 강조한다. 제품과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포지셔닝 전략의 키워드는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한 ‘인식의 싸움’이고, 마케팅 전쟁도 제품 싸움이 아닌 ‘인식의 싸움’이어야 한다는 것이 작가의 지론이다.
소설은 영업부에서 마케팅부로 옮긴 샐러리맨 주인공이 시장조사부터 브랜드 론칭, 성공 과정을 마케팅 프로세스 순서에 따라 업계 현장을 묘사한다. 숱한 마케팅 용어와 이론+실무를 코앞의 풍경인 양 실감나게 그려낸다. 또 에피소드에 따른 갈등 상황을 '삼국지' 속 영웅호걸의 전략전술, 병법 36계로 비유하며 쉽고 재미나게 표현하는 센스가 돋보인다. 소설 한 권을 읽으면서 화장품 마케팅 이론서 한 권 떼는 일석이조의 독서다. 고사성어는 덤이다.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는 말은 저자가 직접 겪은 생생한 묘사에서 실감할 수 있다. 현실 세계의 치열함에 맞서는 샐러리맨의 열정과 끈기, 기업인의 담대한 마케팅 전쟁은 픽션이 아닌 팩션(faction=fact+fiction)이기에 저릿한 감동까지 준다.
또 마케팅 성공 여부에 따라 회사 운명이 뒤바뀔 수 있음에도 기업 내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 때문에 혁신성 발휘가 어렵다는 점은 교훈으로 남는다. 경로의존성은 과거 선택이 관성 때문에 쉽게 변화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견제와 무시, 왕따였던 신 대리가 마케팅 팀장이 되어 신제품 개발의 어려움, 인간관계 갈등을 극복해 대박성공을 일구지만, 결국 논공행상에서 배제돼 사직서를 내게 되는 씁쓸한 결말이 바로 그것이다.
‘인식의 싸움’은 ‘스타 마케터’로까지 불리는 화장품 BM이 되고픈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에겐 더할 나위 없는 화장품업계 가이드서다. 현역 실무자들도 마케팅 전쟁에서 자사 브랜드의 소비자 포지셔닝을 위한 ‘인식의 싸움’의 이론서로 충분하다.
제품이 좋다, 나쁘다가 아닌 소비자의 마음에 어떻게 자리잡을 것인가에 대한 마케팅 본질을 들여다보게 했다는 점에서 ‘인식의 싸움’은 성공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