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불량정보로 인한 소비자 불안, 화장품과학자가 직접 나서라

[취재파일] 위해평가시스템 시행 10년...화장품에 만연한 소비자 불안, 화장품과학자가 직접 설득, 해소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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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불량정보는 소비자의 불안을 먹고 자란다. 불안은 사실로만 잠재울 수 있고 가라앉힐 수 있다. 과학에 근거한 사실을 어떻게 소비자와 소통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화장품 위해평가에 근거한 과학적 위해소통 강화방안’ 세미나가 지난 3일 더케이호텔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사)소비자권익포럼, 창원대산학협력단, 씨앤앤아이(C&I)소비자연구소가 주최했다. 

패널로는 에이치앤제이 정혜진 대표, 코스맥스 임두현 이사, 대한화장품협회 송자은 차장, (사)소비자권익포럼 김혜란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소비자가 화장품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이를 조장하는 사람은? 식약처의 미지근한 방관자 비판까지 화장품 불량정보는 업계의 건강성을 좀먹게 하고 사회적 불안 야기와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는 악순환 고리다. 즐거워야 할 화장품 쇼핑이 ‘복잡하고 헷갈리게 하는 노동’이 된 현실에서 자칫 K-뷰티 불신으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씨앤아이소비자연구소 최지현 선임연구원은 “소비자는 작은 위험이라도 불안을 얘기한다. 예를 들어 계면활성제 제품에서 발생하는 1,4디옥산이 정제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지 않느냐고 묻는다. 이에 대해 검출 한도가 있다고 답한다. 그러면 여러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한도를 넘어가고, 또 손에 묻다 보니 입으로 흡입되면 위험할 수 있는 게 아니냐?라며 반문한다”라며 “그렇게 되면 입으로 들어갈 수 있는 양까지 계산하는 위해평가를 해야 하는가?”라며 소비자 불안 사례를 소개했다. (발제 ‘화장품에 만연한 비과학적 사고와 그 대응방안 모색’)

소비자 불안은 미디어(SNS, 언론)를 통해 양산되고 논란이 확대되고 온갖 억측이 난무하다 흐지부지 넘어가고 ‘화장품 불신’으로 층층이 쌓여만 간다. 

최 연구원은 “우리나라 화장품 문화에는 △성분에 대한 비과학적 사고 △효과에 대한 비과학적 사고 △제도에 대한 비합리적 사고 △과학에 대한 반과학적 사고 등 4가지가 만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튜브 화장품비평가 최지현 https://www.youtube.com/watch?v=t6VM4ibaVk8&t=120s )

대표적인 게 성분에 대한 비과학적 사고다. 최 연구원은 “①합성성분은 위험하고 천연성분은 안전 ②독성, 발암성 있는 성분은 화장품에 들어가서는 안된다 ③독성이 있는 성분은 아무리 적은 함량이라도 위험할 수 있다 ④대체성분이 더 안전하다 ⑤피부에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성분 때문이다 등 괴담 정보가 돌아다닌다”라고 꼬집었다. 

사실 식약처가 올해 1~10월 내린 행정처분 총 150건 중 ‘유통 화장품 품질기준 위반’은 6건(사용할 수 없는 원료 사용 2건, 세균 진균 초과 검출 4건)일 정도로 미미하다. 반면 SNS와 유튜브, 언론미디어에는 온갖 화장품 불량정보가 넘쳐나며 소비자 불안을 키우고 있다라는 게 최 연구원의 지적이다.  

그는 “소비자 불안은 화장품 성분의 위험성이 아니라 SNS를 통해 유포되는 불량정보와 EWG·앱 화해·비전문 유튜버·일부 기업의 마케팅에 의한 검증되지 않고 확산하는 ‘화장품 케미포비아’라며 “‘진실의 반대말은 신념이고 과학의 반대말은 체험담’이라는 말이 있다.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5가지 해야 할 일로 ▲활발한 팩트 체크 ▲과학 독해력 교육 ▲화학물질에 대한 긍정 캠페인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제도 강화(화학물질 비방광고, 공포마케팅, 안전마케팅 규제 등) 등을 제안”했다. 



소비자 불안은 미디어에 어떻게 비쳤을까?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유현재 교수는 “소비자들은 생활화학제품을 일상생활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기지만 정작 제품에 관한 지식(이해)의 수준은 낮은 편이다. 가습기 살균제 파동 및 각종 화학물질 사고 등 영향으로 생활화학제품 사용에 대한 위험의식은 뚜렷히 나타났다”라며 “이런 일이 화장품으로 번지지 않도록 화장품업계가 위해소통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발제 ‘합리적인 위해소통을 위한 정책방안 모색‘)

식약처는 2008년 10월 18일부터 화장품 제조에 사용된 모든 성분을 기재토록 하는 화장품 전성분 표시제를 시행했다. 이의 부작용으로 성분 마케팅이 활성화되면서 화장품 케미포비아도 만연해졌다. 

패널토론에서 에이치앤제이 정혜진 대표는 “소비자가 성분을 안다는 게 피상적이며 인용하거나 퍼 나르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이 있어도 발표 환경이 없지 않은가? 전문가들이 적재적소에 발표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스맥스 임두현 이사는 “전성분 표시제는 ▲인체에 안전한 성분만 공개 ▲특정 성분 알러지에 대한 사용을 배제할 권리 보장 ▲의사에게 해당 정보 제공 ▲공개를 통해 기업이 책임지고 운영, 추적 가능 등의 목적이 있다. 화장품 위해성은 처음부터 원료 수준에서 관리되므로 성분에 대한 소비자 불안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한화장품협회 송자은 부장은 “전문가 그룹이 있는데도 기업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신뢰가 떨어진다는 어려움이 있다. 소비자가 쏟아지는 정보만으로 위해성을 구분하기 어렵다. 협회에서도  바르게 잡는 사이트 구축을 추진하고, 모니터링을 통한 자정활동 외에 ICCR(국제규제조화협의체)에서의 국제적 활동을 홍보하는 등 소비자 우려를 불식시키려 노력하고 있다”라며 소통 노력을 전했다. 

(사)소비자권익포럼 김혜란 변호사도 “표시광고 자체 심의와 같은 협의체를 구성해 ’위해소통‘을 해야 한다. 또 유사 광고에 대한 법제 정비를 검토해야 한다”라며 소비자단체와 전문가의 적극적인 위해소통을 강조했다. 

화장품은 화학물질의 복합체다. 화장품법은 안전하지 않은 성분은 금지하고, 조금이라도 위험한 성분은 함량을 제한한다. 

독성학에서 ‘유해성’은 물질의 고유 독성을 의미하며, ‘위해성’은 화학물질에 노출됐을 때 건강이나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유해물질의 검출 자체가 인체 안전성 기준이 될 수 없다. 유해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자료를 근거로 삼아야 한다. 

소비자 불안은 성분의 유해성과 위해성에 대한 오해나 과도한 해석에서 야기된다. 유럽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SCCS)처럼 당사자이자 전문가인 화장품과학자들이 과학적 위해소통을 위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소비자는 화장품과학자로부터 사실에 기초한 과학적 근거를 직접 듣고 싶어 한다. 불량정보가 나돌아도 ‘침묵하는 화장품과학자’가 만든 화장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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