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유럽에선 '클린뷰티' 아닌 '지속가능한 뷰티'만 팔린다"

Clean Beauty(×) Sustainable Beauty(○)... 조성선 대표 "ESG 활용해 K-뷰티의 브랜딩+기회 삼아 새로운 도전 필요"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의 첫 글자를 딴 ESG가 화장품 기업의 화두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화장품산업의 ESG 현실은 어떨까?

유럽에서 K-뷰티 수출 및 유럽인증 대행사를 운영하는 네모브랜즈(Nemo Brands) 조성선 대표는 “유럽에서 ‘자사 제품은 클린뷰티(clean beauty)이며 중국에서 잘 팔린다’고 말하는 순간, 바이어는 등을 돌리게 돼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일반 소비자보다 디스트리뷰터나 MD를 설득하는 게 너무 힘들다. K-뷰티는 트렌디(trendy), 귀여운(cutie)라는 인식이 있다. 그런데 거기까지다”라고 말한다. 사실 유럽에선 클린뷰티 아닌 건 아예 매장에 내놓을 수 없다고 한다. “중국에서 잘 팔려요, 동물실험 안했어요” 한국 브랜드가 하지 말아야 할 말이다. 유럽에서 동물실험은 금지 규약이다. 

제품의 강점, 독특한(unique) 특징이 무엇이냐?가 중요하다. K-뷰티가 시카(cica) 성분 제품을 쏟아내는 걸 보고 “왜 다 똑같냐?”라며 반문한다고 한다. 처방엔 관심이 없다. 유럽 브랜드는 ‘브랜드 철학’을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 다른 데와 달리 ‘이런 콘셉트다’라고 하면 관심을 기울인다. 지속가능한 뷰티(sustainable beauty)가 키워드라고 조 대표는 강조한다. 



우리나라 화장품산업의 ESG 실천은 세부적으로 유럽·미국·일본에 비해선 미미하다. 혁신성장 피부건강 기반기술개발 사업단(NCR)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가장 중요하고 대응이 시급한 글로벌 이슈로 친환경, 윤리문제(ESG, SDGs)’라는 응답이 세 명중 한 명꼴로 나왔다.(33.2%)  ( ‘2022 한국 화장품 기술수준 조사 보고서’) 

NCR은 “우리나라는 소재 개발시  친환경·탄소저감형(공정), 미세플라스틱 대체(환경) 등 ESG와 연계된 Green Engineering 기술이 필요한데 이 분야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실제 투자나 개발이 부족하여 글로벌 국가에 비해 미흡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비해 프랑스는 환경 규제와 이슈를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ESG에 대응하는 새로운 공정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일본도 매년 ESG 관련 박람회인 ECO-PRO를 개최한다. 

NCR은 처음 조사된 ‘지속가능성 제형기술’ 분야에서 “EU, 미국, 일본이 최고기술 보유국으로 평가된다. 국내 기술수준은 81.9%로 최고기술 보유국과의 기술격차는 2.5년으로 조사됐다. 기술격차 추세는 △ 61.1%가 축소 중 △ 23.6%는 유지 중 △ 15.3%는 확대 중 등으로 응답했다“고 밝혔다. 

유럽의 ESG는 ‘그린딜과 디지털’을 중심으로 추진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EU는 ‘21~’27년도 장기 예산의 30%를 기후변화 대응에 투입하고, 관련 규제 도입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지속가능을 위한 그린딜 정책은 화장품의 원료 제조과정, 포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EU내 뷰티 업계 및 소비자들은 사람·환경·동물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소비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EC와 EU 회원국의 소비자 보호 당국이 친환경 주장 기업들의 웹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42%가 과장이나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는 불공정한 상거래 관행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EU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EC)는 ‘지속가능한 제품이 시장의 표준이 되는’ 방안으로, 내구성이나 재활용 가능성 등 지속가능한 친환경 디자인에 대한 규제를 도입함과 동시에 EU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에 대한 ‘디지털제품 증명(digital product passports, DPPs)’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제품 증명은 제품의 재활용 가능성, 위험한 성분 포함 여부 등을 추적할 수 있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유럽 화장품 업계는 DPPs의 도입이 브랜드와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고 원산지, 정품 여부, 위조품의 유통 등을 막을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며, 공급망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법으로 평가하면서 화장품 업계에 NFT나 메타버스 등의 첨단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성선 대표는 “K-뷰티의 정의(definition)와 브랜딩을 유럽에 인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브랜드가 진출했지만 유럽에 없는 카테고리의 마스크팩, BB, 쿠션, 캐릭터 패키지 등 호기심, 아이디어 상품으로만 알려지고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글로벌 이슈인 ESG를 활용함으로써 K-뷰티의 브랜딩이자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