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미래가 된다. 실제 있었던 일은 미래에도 일어날 수 있다. 초보 화장품 연구원이 꿈꾼 ‘프랑스처럼 K-화장품의 국가 이미지 산업화’는 37년 후 ‘글로벌 K-코스메틱’으로 현재가 됐다.
성신여대 김주덕 뷰티융합대학원장이 『화장품의 정석』을 16일 출간했다. (김주덕·김지은·김행은·곽나영 공저) 화장품과학자이자 교육가로 봉직한(1987~2024) 기간 Cos-History가 어떻게 진화하고 미래로 펼쳐졌는지 후학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출간의 변이다.
![성신여대 김주덕 뷰티융합대학원장이 16일 '화장품의 정석'을 출간, 베스트셀러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http://www.cncnews.co.kr/data/photos/20250207/art_17396949872414_2a924f.jpg)
이 책에 소개된 에피소드는 소비자와 산업계의 대화록이자 K-코스메틱 변화 양상을 보여준다. 저자는 “화장품은 직접 체험해보고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이게 바로 정석(定石)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K-뷰티가 글로벌 ‘신드롬’이 된 이유도 발견할 수 있다.
김주덕 교수는 이 기간, LG생활건강 연구원부터 성신여대 뷰티융합대학원장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와 업계의 소통 창구이자, K-뷰티 미래 로드맵 설계자로 활약했다. 에피소드마다 그의 경륜과 숙고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저자는 화장품이 13대 수출유망 산업이자 정밀화학의 융·복합 화장품과학으로 자리잡기까지 무려 32년의 세월이 걸렸음을 고백한다. 그는 첫 ‘향장학’ 개념을 도입하고 수백여 명의 석·박사를 배출하며 학문 토양을 두텁게 쌓아왔다. 소비자의 궁금증을 직접 듣고 겪었던 소중한 경험이 화장품과학의 방향성을 정립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말한다.
김주덕 교수는 “‘95년부터 언론에 칼럼을 기고하고 KBS ’소비자고발‘,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 MBC의 ’불만제로‘ ’아침방송‘ 등 다양한 방송 활동을 통해 올바른 정보 전달에 힘을 쏟았다”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소비자를 잘 알아야 마케팅의 방향을 제안할 수 있었고, ‘좋은 산업’으로 발전한다는 신념을 가졌다”라며 “국산 화장품 애용 캠페인도 벌이고, 보건복지부의 미래 ‘기간산업으로의 기틀’을 다져가며 화장품의 발전 플랜을 수립한 것에 커다란 보람을 느낀다‘라고 회고한다.
90년대 만 해도 백화점 1층에 입점도 못했던 국산 화장품은 △ 정부 지원 제로(0) △ 산업적 배경과 학문적 이론 미미 △ 인재 양성 어려움의 3중고를 겪었다. 이 시기, 김주덕 교수는 소비자와 산업계-정부 간 가교 역할 및 화장품 성장전략으로 K-코스메틱 로드맵을 마련했다. 그는 △ 보건복지부 화장품산업발전기획단장·뷰티산업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 △ 식약처 기능성화장품 심의위원·화장품위해평가 자문위원 △ 공정위 화장품분야 전문가포럼위원 △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화장품발전협의회 위원장 △ 서울시 뷰티산업육성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화장품산업발전기획단장으로서 2017년 보건복지부 ‘화장품산업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해 당시 ‘2020년 G7 진입’ 목표를 3년 앞서 달성해 G3 화장품 강국에 올려놓았다. 그의 혜안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김 교수는 “1990년대 프랑스는 화장품을 7대 국책사업으로 선정, 적극 육성했다. 이후 화장품 강국이 됐고 세계1위 로레알을 안정궤도로 끌어올렸다. 이에 비해 K-뷰티는 인디 브랜드를 성장 발판으로 뛰어난 기술력과 품질, 트렌디한 아이디어로 세계가 인정할만한 강점을 충분히 갖췄다. 향후 자생력을 갖추도록 자본과 우수한 인적자원 수혈로 성장 기반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김 교수의 지론은 ‘Only K-Cosmetics’을 위한 인재양성에 투영된다. 성신여대 뷰티융합대학원에서 독자적인 ‘화장품학’ 박사 과정을 지난 ’21년 개설하며 김 교수는 “33년 화장품 인생에서 못 이룬 한을 풀었다”라고 말한다. 또한 2011년 한국화장품미용학회를 창립해, 화장품분야 융·복합 연구를 이끌고 있다.
그의 인재 양성은 40여 명의 박사와 70여 명의 석사 배출로 결실을 맺는다. ‘25년 대학원 과정에도 박사 9명, 석사 7명에 해외에서 20여명이 개강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교편을 잡은 32년간 배출한 제자는 석사 600여 명에 박사 30명에 달한다. 뷰티산업학과 학부 경쟁률은 32대1로 최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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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화장품이 학문이 아니라’는 비판을 깨부수는 게 그의 첫 목표였다. 때문에 소비자에게 화장품의 실체와 진실을 밝히는 데 초점을 모았다. 이 책의 구성 상 ➊ 파트1: ‘증명되지 않은 독성-4無 처방의 진실’은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마케팅의 허구성을 질타한다. ➋ 파트2: 주의해야 할 성분들-전성분이 말해 주지 않는 것‘ ➌ 파트3: 화장품이 잘못이라면-읽어는 봤니? 화장품 설명서 편은 소비자에게 ’화장품의 안심+안전‘을 해설한다. 화장품은 오랜 기간 인체 청결과 건강 유지를 위해 반복적으로 사용되므로 안전은 물론 부작용이 허용되지 않는 ’법이 보장한 소비재‘다. 정석만 지킨다면 애초 안전하지 않은 화장품은 없다.
➍ 파트4: ‘피부 기본기 다지는 데일리 케어’ ➎ 파트5: ‘이미지 메이킹 고수의 데일리 화장법’ ➏ 파트6: 나만의 강력한 뷰티 루틴을 만들자 편은 일상에서 주부의 피부 고민을 해소시키고 이미지 연출법을 소개하는 금과옥조가 실려 있다. 아침 방송에서 들은 주부들의 목소리를 생생히 전달하며, 화장품에 종사하는 후학과 기업에 소비자의 말에 귀 기울일 것을 주문한다. 소비자가 불편해 하는 내용이 상품 아이디어로, 마케팅 포인트로 진화할 수 있음도 설파한다.
➐ 파트 7: ‘대한민국 화장품 산업의 과거, 현재, 미래’는 저자의 제언을 담고 있다. 저자가 꼽는 현 제도의 모순은 ‘광고실증제’다. 이미지 산업인 화장품의 경우 시험·조사 결과를 일일이 입증하는 건 규제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기능성’의 실증을 제조사가 보관토록 기능성화장품 제도의 개선을 촉구한다. 이밖에 피부 기초연구+의약학→코스메슈티컬의 기술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R&D 지원 강화 및 AI, 디지털 등 미래 첨단산업과 밸류체인 형성 고리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책은 소비자에게 화장품의 진실과 오해를 바로 잡는 정보를 제공한다. 아울러 화장품 종사자들에게 지난 시대의 교훈에서 인사이트를 얻게 한다. 이 책의 활용은 이미 일어난, 일어날만한 이슈와 에피소드로 교훈과 아이디어의 보고라 할만하다. 쉽게 쓰여 이해도를 높이고 술술 읽히는 건 공저자들의 노력으로 빛을 더한다.
『화장품의 정석』은 화장품만의 아날(Annales) 스토리다. 우리 공동체의 화장품과 연관된 일상(日常)과 인식, 변화를 엿볼 수 있다. 기자가 재밌게 소중하게 읽은 이유다.
[ ‘화장품의 정석’ | 김주덕·김지은·김행은·곽나영 공저 | 크라운판, 328쪽, 무선제본 | 22,000원 | 북스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