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파일] 이니스프리 성추행 가해자 같은 층 팀 이동, 피해자들 ‘경악’

가해자 A 씨 보직해임, 팀 이동에도 같은 층 근무시켜, ‘피해 직원들’ 경악·억울·배신감 호소
국내 화장품 최대 기업의 업계 먹칠, 철저한 진실 규명 및 공정 대처 시급

사내 성추행 가해자 A 씨에 대한 이니스프리 징계 조치가 도마 위에 올랐다. A 씨에 대해 보직해임을 결정했고 팀 이동 발령을 냈으나 피해자들은 “어차피 같은 층, 같은 공간에서 일해야 한다”고 경악했다. 

이번 이니스프리의 대처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사내 성추행 가해자를 강력히 징계조치한 앞선 두 기업과는 다른 솜방망이 처벌인 까닭이다. 에이블씨엔씨는 공식화하지 않았으나 해당 간부를 퇴사 조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샘인터내셔날도 가해 직원 3명을 퇴사 처리했다. 



4월 2일 이니스프리가 직원들에게 공지한 인사위원회 결과는 △심의결과 대상자의 보직해임 징계 확정 △피해직원 보호 위한 팀 이동 발령이었다. 앞선 두 기업의 해당 직원의 퇴사 조치와는 다른 행보다. 특히 ‘팀을 옮긴 가해자’와 ‘피해직원들’이 같은 층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큰 충격을 안겼다. 

업계 관계자는 “가해 직원과 피해 직원이 같은 층을 사용하면 얼굴을 마주칠 일이 계속 생기지 않겠느냐”며 “피해자의 인권은 생각지 않은 부당한 인사 조치”라고 밝혔다.

실제 5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이니스프리 직원 B 씨는 “혹시나 마주칠까 팀원들이 메신저로 A 씨 로그인했나, 출근했나 확인한다”며 “피해자가 가해자를 마주할까 불안해하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최선이었다고?? 대표님 왜그랬어요?”라고 원망했다.

블라인드를 통해 폭로한 내용에 비해 이니스프리의 이번 인사 조치는 석연치 않다. “경험한 일에 대해 진술서도 손가락 아프게 작성했고 수많은 인터뷰를 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감사팀 말에 안도했다”고 B 씨가 말한 부분에서 진상 조사가 상당히 철저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A 씨에 대한 인사위원회 결정은 피해 직원들의 진술과 달리 혐의 중 일부만 인정됐다고 보여진다.

B 씨는 “직장 내 권력형 미투와 권력남용으로 피해자가 한두 명이 아닌데 고작 팀 이동이나 시켜놓고 적극적으로 신고하라고? 왜 또 신고하면 팀 이동이나 시켜주려고?”라면서 이니스프리의 대처를 비꼬았다. 믿음에 대한 배신이 커서다.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은 A 씨에 대한 엄중한 대처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니스프리는 국내 화장품 로드숍 1위다. 이니스프리가 속한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국내 최고의 화장품 기업이다. 그럼에도 피해 직원과 가해자가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을 만든 이니스프리의 대처는 미흡하다.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는 미투는 피해자를 최우선에 두고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그나마 최선이다.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이니스프리의 인식 변화와 시급한 조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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