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익명 보장 앱 블라인드의 더샘인터내셔날 채널에 “사내 성추행을 회사가 함구하고 있다”는 내부 폭로가 있었다. 이에 4월 3일 더샘인터내셔날은 본지를 통해 “성추행 가해자 3명을 퇴사 조치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범죄와 관련해 뷰티 기업 차원에서 행한 가장 엄중한 조처다.
블라인드를 통해 폭로한 더샘 직원 A 씨는 “저희 회사가 함구하겠다고 해 여기에 신고한다”고 했다. A 씨에 따르면 “(지금은 사라졌지만) 얼마 전 블라인드에 사내 남직원 3명에 대한 성희롱 피해 글과 댓글들이 올라왔었다. 하지만 글 쓴 사람을 오히려 신고하거나 찾아내려 했고 정작 가해자들은 회사에서 보호했다”며 “많은 피해자와 목격자의 증언이 있었으나 임원은 징계하겠다는 말을 번복했다. 이번 일은 함구하겠다고 공공연하게 얘기했고 추후 발생하는 건에 대해 처벌하겠다고 했다”며 더샘의 사후 대처 미비를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건으로 인해 여자직원들이 받는 대우와 인격 모독을 뼈저리게 느꼈다”면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제대로 된 조치를 바란다. 합당한 조치를 취하면 글은 그때 내리겠다”고 이번 성추행 사건의 폭로 이유를 설명했다.
내부 폭로가 진실이라면 피해자는 한 명이 아닌 다수의 여성이고 가해자로 지목된 3명의 성추행 사실을 더샘 측에서 덮으려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익명이라도 피해 사실이 알려진 만큼 이를 밝히려는 과정이 생략된 것에 대한 내부 반발이 상당했음을 보여준다.
3일 더샘 관계자는 “4월 2일 오전에 3명에 대한 징계가 있었고 가장 강력한 ‘퇴사’를 조치했다”고 본지를 통해 사후 처리 결과를 밝혔다.
특히 더샘은 “피해 여성들이 더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어서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묵인했다고 블라인드를 통해 알려졌으나 내부에서는 계속 조사 중이었다. 사건 성격상 오픈하기 힘든 내용이어서 윗선에서 비공개로 조사와 상담 및 조치를 진행하고 있었다”며 “따로 사내 공지를 하지 않았고 피해자와 서로 공유되지 않아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근무하는 환경에서 성과 관련된 범죄가 일어날 확률이 존재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피해자는 개인적인 방어와 대처도 힘들고 공포와 치욕, 모멸감에 시달리며 회사에서 업무를 봐야 한다. 회사 차원의 예방으로 100%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그럼에도 성과 관련된 사건을 회사가 얼마나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리했는지는 피해 당사자를 위해서, 함께 지켜보는 직원들의 신뢰 차원에서도 중요한 요건임이 분명하다.
사내 폭로자 A 씨는 여성 직원들이 더샘의 대처 과정을 지켜보며 ‘여자 직원들이 받는 대우와 인격모독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까지 표현한데서 이를 엿볼 수 있다.
뷰티 업계는 ‘나’를 밝히는 ‘미투’, 익명의 제보자 폭로 등으로 성추행 파문에 휩싸일까 근심이 크다. 지금이라도 인식 개선과 더불어 성범죄 예방책과 발생한 성범죄에 대한 명확한 대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