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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 성희롱 A 씨 징계 비공개…왜?

에이블씨엔씨 징계 내용 비공개 자제 결정, A 씨에게 또 다른 가해자 될 수 있어 결정한 신중한 선택 밝혀 반면 뷰티넷 고객들 ‘공개하라’ ‘탈퇴한다’ ‘불매한다’ 등 게시글 잇따라… 에이블씨엔씨도 답답 호소

에이블씨엔씨가 브랜드 어퓨의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간부 A 씨를 “회사 내규에 따라 엄중한 징계가 내려졌다”고 공지를 통해 밝혔으나 에이블씨엔씨 공식 커뮤니티 ‘뷰티넷’ 고객들의 질책이 빗발치고 있다. 간부 A 씨의 구체적인 징계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서다. 그러나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징계 내용을 공개하지 못하는 회사 입장도 답답하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에이블씨엔씨는 2일 뷰티넷을 통해 공개한 사과문 이후 9일 저녁 7시 40분 ‘고객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의 제목으로 공지사항을 게시했다. 성희롱 가해자로 어퓨 간부 A씨가 지목된 이후 △경과 사항 △조치 내용 △추후 재발 방지 노력이 주 내용이었다.

공지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 게시물로 알려지게 된 어퓨 직원의 성희롱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 조사를 실시했고 8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에게 ‘엄중한 징계’를 내렸다. 

그러면서도 “구체적 징계와 피해 내용을 공개하면 의문 해소에 도움이 되겠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점, 사려 깊은 양해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에이블씨엔씨 측은 “피해사실을 밝혀준 직원과 관련된 임직원의 보호가 필요하고 법적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에이블씨엔씨가 A 씨의 구체적인 징계 내용을 공개하지 않자 뷰티넷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고객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공지 내용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징계 내용 비공개 이유 △불매 △탈퇴로 세분화됐다.

아이디 wis***는 “왜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가?”라며 “뷰티넷은 이게 끝인 줄 알면 오산이다. 언제나 그랬듯 의문투성이 입장표명이다”라고 비판했다. 어퓨**는 “징계 처분 내용도 공개해야 되는 것 아니냐? 퇴직금 삭감이라던가 무슨 처벌이 이뤄졌다고 밝혀야 저희(고객)가 안심하죠”라면서 “그냥 뭉뚱그려서 얼렁뚱땅 능구렁이처럼 유야무야 넘어갈 생각하지 말라.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회원들은 호구가 아니다”고 분노했다. 이외에도 징계 내용 비공개를 이해하지 못하는 고객들의 게시물과 댓글은 12일 현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또 에이블씨엔씨의 징계 비공개를 이해 못 하는 회원들은 ‘탈퇴’와 ‘불매’에 나서고 있다. 아이디 solarsh***는 ‘탈퇴합니다’를 제목으로 “일이 이 지경까지 되다니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분개했다. hansla***도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것 같다. 나는 거를 거다. 에이블씨엔씨”라며 탈퇴를 외쳤다. 

봄밤** 역시 “오늘 안으로 탈퇴해야겠다”며 “최근 공지까지 읽고 나니 더 이상 개선은 없겠구나 싶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뿅뿅**은 “미샤 어퓨 안 사. 안 사”라며 “아직도 분위기 파악 덜 된 듯. 안 사”라고 제품 불매를 강조했다. 

한편 에이블씨엔씨 역시 징계 내용을 공개하지 못하는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에이블씨엔씨 언론홍보 담당자는 본지와의 전화 취재를 통해 “회사 차원에서 ‘징계 수위’를 알려주면 고객들의 의혹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이미 A 씨의 개인 신상이 공개된 상태로 A 씨와 관계된 내용을 함부로 전할 수 없는 입장이다. 법적으로도 한되는 것”이라면서 “회사 편의와 의혹 해소를 위해 ‘처벌 수위’를 공개하면 A 씨에게 에이블씨엔씨가 또 다른 가해자가 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면밀하게 ‘성범죄’와 ‘사내 폭력’ 등의 조사에 임하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발본색원’해 근본적인 원인을 뿌리 뽑고 개선할 계획이다. 지켜봐 달라“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발본색원’의 카드를 꺼냈지만 ‘처벌 내용’ 비공개로 고객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는 ‘에이블씨엔씨’. 뿔난 고객에게 진심을 전할 수 있는 방법 찾기가 절실할 때다.  

◇ 다음은 에이블씨엔씨가 9일 뷰티넷을 통해 고객들에게 게시한 ‘고객 여러분 알려드립니다’ 공지 전문이다.

에이블씨엔씨를 사랑해주시는 고객 여러분.

지난 몇 주간 저희 문제로 큰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여러분께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고 드리겠습니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2일 공지 글에서 약속드린 바와 같이 블라인드 게시물로 알려지게 된 저희 직원의 성희롱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는 온‧오프라인 모든 채널을 통해 관련 제보를 수집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지난달 27일부터 어퓨 전 임직원에 대한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면담은 법무팀과 인사팀의 여성 담당자들이 시행했습니다. 

회사는 담당자 선정부터 면담 일정 수립, 면담 진행 등에 이르기까지 최대한 신중을 기했습니다. 혹시라도 면담 내용과 피해 사실 등이 누설된다면 2차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사가 완료되고 어제(8일) 징계위원회가 열렸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에게는 회사 내규에 따라 엄중한 징계가 내려졌습니다. 

구체적인 징계와 피해 내용을 공개하면 의문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피해 사실을 밝혀준 직원과 관련된 임직원의 보호가 필요하고 법적 문제로도 확산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점, 여러분의 사려 깊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고객 여러분, 

공지를 올리는데 시간이 걸린 점, 사과드립니다. 정확하고 명백한 사태 파악은 확실한 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선행 과제였습니다. 이를 위해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또한 제보자를 색출하기 위해 가해자나 회사 측이 직원들의 핸드폰을 조사했다거나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렸다는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 이러한 허위 사실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모쪼록 에이블씨엔씨의 진심을 믿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이번 사태 외에 문제가 제기된 다른 직원에 대해서도 위 사건에 준하는 비중으로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결과가 나오는 즉시 엄격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상처받은 임직원들에 대해서도 상담치료 등의 관리를 통해 상처가 회복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뿐 아니라 업무적인 괴롭힘이나 인격적인 모독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시 제보 채널을 실효성 있게 운영하고, 정기적인 면담 체계는 보완하겠습니다. 

올바른 사내 문화 정착을 위한 교육 과정을 강화하겠습니다. 잘못된 행위를 방지하고 적극적인 신고가 가능한 문화를 조성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주신 매서운 질책을 가슴 깊이 새겨 억울한 피해자가 두 번 다시 생기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지난해 6월 저희 에이블씨엔씨는 새로운 대주주와 경영진을 맞이했습니다. 새로운 경영진이 강조하는 ‘존중의 문화’가 회사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새로 태어나는 에이블씨엔씨가 되겠다고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3월 9일  에이블씨엔씨 임직원 일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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