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서 드러난 K–뷰티의 '속 빈 강정'

’19년 실적 공시 364개사...세 곳 중 두 곳이 영업이익 하락, 적자 기업 속출
2020년 ‘리셋(reset)'...결핍을 채우는 방향성으로 K-뷰티 활로 찾아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2019년 매출 보고서를 제출한 364개 기업의 성적표는 K-뷰티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현재와 미래 전망을 중심으로 새롭게 리셋해야 할 때다.


#1 '19년 실적, 세 곳 중 한 곳이 적자


첫째 비즈니스모델의 한계가 뚜렷해졌다. ‘17년 사드 갈등 이후 K-뷰티가 정체되고 중국 로컬브랜드에 추격을 허용한 이후 이를 극복할만한 뚜렷한 트렌드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스타기업의 상실이다. 몇몇 중견기업이 글로벌 브랜드에 인수된 이후 K-뷰티만의 신성장 동력이 사라졌다.


셋째 수익성 악화다. ’19년 적자를 기록한 기업이 세 곳 중 한 곳일 정도로 매출 팔림세가 시원찮다. 가격 경쟁을 뛰어넘는 기술력이나 트렌드 장악력이 떨어진다. 넷째 K-뷰티의 신뢰 하락이다. 중국 밴더나 총판과의 개런티 위주+총판권+지분참여 등은 신뢰를 잃은 바에는 독이 됐다. 또 국내 기업 간 제살 깎아먹기 경쟁만 치열하다. 제조원 표기로 인한 카피캣이 대표적이다.


사르트르의 표현에 의하면 “우리는 각자의 결핍대로 세상을 인식하고, 그것을 채우는 방향성으로 존재한다”고 한다. 만일 지금처럼 K-뷰티가 구태의연함을 견지한다면 방향성 상실로 존재감이 사라질지(無) 모른다.


유럽과 북미에선 K-뷰티가 ‘찻잔 속 태풍’이 된 지 오래다. 쿠션과 BB크림이 나온 지도 10여 년이 흐른 과거가 됐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창조적 파괴, 즉 이노베이션이 절실한 시점이다. K-뷰티 리셋을 반드시 시작해야만 한다. 현재와 미래에 이루어질 전망을 중심으로 의사를 결정할 때다.


#2 한국 화장품기업 1만 8618개의 부실한 체력


2019년 말 현재 국내 화장품사는 책임판매업자 1만 5707개사, 제조업자 2911개 등 총 1만 8618개사에 달한다. 기업 수로는 세계 1위다. 참고로 중국의 화장품기업은 4675개사(‘18년)이며, 대만 420개사, 홍콩 23개사 등으로 알려졌다.(’18년 기준)


상장사를 비롯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매출 보고서를 올린 364개 기업의 매출규모는 12억원(에스알바이오텍)~7.7조원(LG생활건강)으로 편차가 컸다. 매출 1조원 이상 기업은 7개사, 5천억원~1조원 기업은 8개사, 1천억~5천억 기업은 40개사였다. 100억~1천억원 기업은 255개사에 불과하다.


10억대 이하 기업이 1만 8천여 개로 영세성이 두드러진다. 게다가 실제 매출실적을 보고하는 기업은 6천여 개에 불과하다.(식약처의 ’19년 화장품 실적 보고기업은 6487개사로 ‘18년 생산금액 15조 5028억원을 신고) 재벌부터 웬만한 중견기업이 화장품사업 출사표를 속속 던지는 상황이라지만 성공 가능성은 극히 미지수다.


이는 경영 수치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실적을 공시한 364개 기업 중 212개사만이 '18년 대비 매출 상승을 이뤘고 나머지 152개사는 매출 하락을 겪었다. 기업 다섯 곳 중 두 곳이 매출 하락을 겪었다.


심각한 것은 수익성이다.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인 회사는 224개사다. 세 곳 중 두 곳이 영업이익률 하락을 기록한 것이다. 그 중 119개사는 적자전환·적자지속·적자확대 성적을 기록했다. 화장품 기업의 채산성 악화는 K-뷰티가 속 빈 강정임을 보여준다.


#3 2020년 리셋만이 K-뷰티 생존력 지속


한때 잘 나가던 K-뷰티의 성장기업들은 줄줄이 해외기업에 M&A 됐다. 클리오-LVMH, AHC-유니레버, 닥터자르트-에스티로더, 3CE-로레알, Dr.G-MIGROS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 보니 잘 나가는 K-뷰티의 성장 동력이 저하됐다. 문제는 글로벌 브랜드의 M&A전략이라는 게 거액 들여 인수 후 잘 나가면 실적에 도움이 되지만, 안돼도 잠식되는 자신의 시장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에서의 인수다. 꽃놀이패다. 결국 K-뷰티만의 특장점은 사라지고 자생력에 의문을 던지는 결과만 초래한다.


적자전환 기업이 많아졌다는 뜻은 마케팅비 상승과 수익성 악화와 더불어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 또는 기업의 규모의 경제에 의문부호를 던진다.


전자상거래에 밀린 리테일의 몰락과 더불어 중국 총판, 밴더에 의존하던 기업들의 동반 추락은 불문가지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종속화 현상이 가시화되는 환경에서 중국 밴더에 기대어 실적을 올리던 마스크팩 전문기업들의 추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매출액이 반토막 나고 적자로 돌아선 제이준코스메틱은 중국 사업권을 제이준차이나가 100% 소유하고, 국내 제조공장도 한국콜마에 매각하면서 빈 껍데기만 남았다. 중국에 총판권과 지분을 넘겨준 기업의 안좋은 말로를 그대로 보여준다.


중국시장에서 C-뷰티와 J-뷰티에 밀리면서 K-뷰티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중국 밴더의  가격 후려치기와 총판권 또는 지분참여 요구는 끝도 없다. 게다가 판매 개런티만 요구하다가 착실한 성장을 원하는 현지 밴더와의 갈등을 불러일으킨 한국 기업들의 단시안적 안목도 한몫했다. 가격과 유통질서 교란을 밴더가 아닌 한국기업이 훼손한다는 현지 대리상의 불만은 ’식상하다‘는 중국 소비자의 실망과 더불어 K-뷰티의 인기 하락을 가속화시킨다.


2019년 화장품기업 실적은 2020년 리셋(reset)하지 않으면 K-뷰티의 존재성이 사라지는(無) 처절한 한 해로 기록되리라는 두려움을 보여준다. 엎친 데 덮친 격인 코로나19 사태는 차라리 바닥을 확인하는 자극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결핍을 채우는 데서 방향성이 뚜렷해지고 K-뷰티 존재감이 살아난다. 어제의 결핍을 메우고, 오늘과 내일의 전망을 바탕으로 발 빠르게 대처하는 K-뷰티의 저력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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