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화장품법상 규정된 ‘기술자료 보관 의무’를 두고, 하도급법상 서면 작성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및 1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해 업계에 충격을 줬다.
6일 공정위는 “화장품 산업 최초로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 요구 절차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화장품 책임판매업자 A사에 대해 이와 같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A사는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ing) 제조업자 C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화장품을 납품받는 과정에서 화장품 전성분(성분 전체) 및 함량(%)이 포함된 기술자료(이하 ‘전성분표’)를 요구하여 제공받을 때 기술자료 요구 관련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공정위는 “①전성분표에는 작성회사 로고 및 사명(C사 이름), 법인인감 등이 있어 C사가 자료를 작성하였음이 확인되고, ②전성분과 함량(%)은 제조방법 자료이며 ③수차례 실험과 샘플링을 통해 결정된 함량(%)으로 전성분표를 작성하므로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 자료이고 ④화장품 함량(%)을 알면 경쟁업체가 똑같은 제품을 제조하는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으므로 경제적 유용성이 있는 자료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일반 산업에서의 하도급사에 대한 기술자료 요구 사례를 화장품에도 적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A사는 “화장품 수출과정에서 ①수출국가 관할 행정청 허가 목적 또는 ②항공물류회사의 위험성분 포함 여부 확인 요청에 따라 신고인에게 전성분표를 수시로 요구하였고, 이를 제공 받아 화장품 해외 수출에 사용하였다”고 해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사는 화장품업계에서 책임판매업자가 제조업자에게 전성분표 제출을 요구할 때 서면으로 하는 요청하는 경우가 없어 “위법임을 인지하지 못하였다”고 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기술자료 요구의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법에서 규정한 절차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대한화장품협회는 “책임판매업자인 A사는 화장품 관련 법령에 따라 안전·품질관리 책임을 충실히 준수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봐야 한다”며 “화장품법 제5조 2항과 시행규칙 제12조에서 규정하고 있듯이 화장품 제조 관련 자료 등을 제조업자에게 제공받아 보관해야 할 의무를 수행한 사안 임에도 절차 규정 위반이라는 이유를 들어 중소기업에게는 과하다고 할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한 점 역시 쉽게 수용하기는 어려운 처사”라고 설명했다.(코스모닝 보도)
그동안 업계는 화장품법의 “화장품 판매·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안전 및 품질 관리에 관한 책임이 책임판매업자에게 있고, 책임판매업자는 화장품 제조 관련 자료 등을 제조업자로부터 제공받아 보관”하도록 하는 규정을 준수하며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다.
실제 중국 위생허가나 유럽 CPNP, 각국의 해외규격 인증시 제출서류에 기술자료가 포함되어 있어 책임판매업자는 관행적으로 제조업자에게 요구해왔고, 제조업자의 도움을 받아 제출해왔다.
그렇다면 ①화장품법의 품질·안전 의무사항에 대해 하도급법이 이를 금지할 수 있는지가 두 법률 간 쟁점이 됐다. 또한 ②책임판매업자가 준수해야 하는 법적 의무사항을 제조업자가 거부할 수 있는지도 다툼이 생길 공산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부터 전성분표를 둘러싼 자료 요청은 책임판매업자와 제조업자 사이에 민감한 사안이었다. 특히 수출 시 해외규격 인증서류에는 전성분의 규격과 함량을 보고토록 규정되어 있다”고 전했다. ③해외규격 인증 시 제출서류 포함자료인데 자칫 제조업자가 거부할 경우 수출 차질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공정위의 결정은 ④화장품법의 의무사항 준수와 기술자료 등 지식재산권 관련 분쟁에 폭발적인 휘발성을 갖게 됐다. 또 이번 사건에서 책임판매업자가 ODM 제조업자의 하도급 계약에만 적용되는지, OEM에도 해당되는지 등 다양한 쟁점을 노출시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