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코로나 2년반 동안 화장품산업 매출 11조원대 증발...위기 극복 어떻게?

내수 한계와 수출 역성장 등 위기...화장품 업계, ‘규제 혁신 통한 재도약’ 방안 구체화, 新성장 동력 창출 기대

화장품산업 전체가 캐즘(CHASM)에 빠졌다. 크레바스나 협곡처럼 화장품 매출이 구렁텅이에 빠져 헤어나오기 쉽지 않다는 신호가 적지 않다. 어쩌면 ‘현재의 K-뷰티’는 제품 수명 주기(PLC, Product Life Cycle)가 다했다는 지적도 있다. 

마케팅 전문가 신윤창 대전대 겸임교수는 “캐즘을 극복하고 매출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캐즘에 머무르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성숙기에서 쇠퇴기로 접어들기 전에 혁신(리뉴얼)을 통해 수명을 연장시키고 다시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윤창, '지금 중요한 것은 마케팅이다')



사실 현재의 화장품산업은 지난 10년 간 중국 특수 거품이 걷히고, 코로나로 초래된 비대면 온라인 채널에서 역성장하는 등 내수와 수출 양쪽에서 매출 딜레마에 빠졌다. 유통업계의 오프라인→온라인 대전환에도 화장품만은 소비재 중 꼴찌 성적을 거둘 정도로 판매가 부진하다. 물론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절대 소비량이 줄어든 면도 있지만 타 소비재에 비해 온라인 마케팅 전략 부재가 실적 악화를 막지 못했다는 고민이 깊다. 

통계청 자료를 통해 본지가 추산한 화장품산업 매출 추이를 보면, 코로나 이전인 2019년 화장품의 온+오프라인 매출액 47조원 대비 ▲2020년 –6조원 ▲2021년 –4조원 ▲2022년 상반기 –1조원 등 무려 11조원대의 매출이 사라졌다. 코로나 2년 반 동안 화장품기업 매출이 주저앉음에 따라 최악의 불경기를 겪는  중이다. 

내수 실적 악화와 함께 수출도 2022년부터 역성장이 예고된다. 상반기 수출액은 41억달러로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화장품 수출 통계가 처음 시작된 2000년 이후 22년 만의 최초, 최악의 역성장이다. 



이를 반영하듯 브랜드, 제조 가릴 것 없이 빅4의 2분기 실적도 줄줄이 마이너스다. LG생활건강은 매출 –7.9% 영업이익 –35.5%,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매출 –21.4% 영업이익 적자전환이라는 실적을 공시했다. 

제조사인 한국콜마는 해외부문에서 북경콜마 –46% 무석콜마 –12% 북미법인 –7% 등 매출이 역성장했다. 코스맥스도 코스맥스코리아(국내) -2% 코스맥스이스트(중국) -20% 해외부문 영업이익 –106% 등 실적 하락을 겪었다. 

빅4를 제외한 중소 브랜드사들도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고난의 행군’을 보내는 중이다. 내수 한계에 홈쇼핑, 온라인 채널도 지지부진하다. 라이브 방송이나 인플루언서의 투입은 중국 환경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열악하다. 소비자 성향도 다르지만 ‘과장 광고’ 알레르기에 불신도 크다. 화장품의 새로운 유통채널로써 효용성은 타 소비재에 비해 떨어진다. 기업들도 마케팅비를 대거 투입하고 싶지만 효과를 자신할 수 없다 보니 결정을 미루고 있다. 

수출에선 볼로냐 전시회 이후 유럽시장을 두드리는 기업의 CPNP 인증 취득이 증가하면서 유럽이 소폭 증가세다. 상반기 수출은 영국·프랑스·폴란드·스웨덴·이탈리아 등에서 두 자릿수 성장하며 선진시장에서 K-뷰티 인디브랜드의 성공적인 접목을 시험 중이다. 

북미는 인디브랜드를 중심으로 아마존 입점을 통해 인플루언서 섭외와 현지 마케팅이 활발하다. 이른바 선진시장에서 인지도를 확보 후 아시아·중동·러시아 등을 겨냥하는 ‘성미격세(聲美擊世)’ 전술을 구사 중이다. 다만 ‘뷰티’, ‘화장품’의 특성상 현지 마케팅이 쉽지 않다는 게 대행사들의 전언이다. 상반기 수출액을 보면 △캐나다 63% △미국 7.4% 등 견조한 증가세다. 

아마존 효과는 남미로 이어지며 △브라질 71% △아르헨티나 165% △파라과이 65% △페루 52% 등 큰 폭 늘었다. 이들 지역은 재구매를 일으킬만한 마케팅이 뒷받침 된다면 수출다변화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대한화장품협회, ‘2022년 상반기 국가별 수출입 동향’)



전체 수출액 중 56%(’22년)까지 비중이 하락한 중소기업 인디브랜드가 향후 K-뷰티 수출 전성기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수출다변화‘ 전략적 지원이 절실하다.(‘18년 수출액의 75% 차지) 중소 인디브랜드의 체력 저하가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중소 제조사·용기 부자재도 일감이 없어 고민이 크다는 전언이다. 브랜드사의 발주가 없거나 줄어드니 제조라인도 멈추거나 MOQ 고민에 근심을 더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이 MOQ  낮출 것을 고민 중이라니 중소 ODM들의 물량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지경이다.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날 듯한데 ‘폭풍 속의 고요’가 제조업계 를 짓누르고 있다. 일부 기업의 사모펀드 매각, M&A 속 매각 희망 기업도 적지 않다는 점은 불황의 그늘을 보여준다. 그런 가운데 1, 2세대 제조 전문가 퇴진과 세습에 따른 2세 경영 등 전반적인 세대교체도 진행 중이다. 



보건산업진흥원 뷰티화장품산업팀은 “코로나19는 화장품산업 유통채널, 마케팅, 연구개발 등 가치사슬 전반에 새로운 변화를 초래하였고, 일시적인 것이 아닌 화장품산업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가치 정립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스트 코로나시대 화장품산업 가치사슬별 변화 분석’) 

여러모로 새로운 환경 및 트렌드 변화에 맞춰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의 위기 극복’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과 뉴노멀시대의 도전적인 전략이 요구된다는 문제 제기다. 

무려 11조원 대 매출 감소에 잠재성장률을 까먹음으로써 화장품산업의 위기는 심각하다.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대한화장품협회를 중심으로 업계는 ‘규제 혁신을 통한 재도약’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6월 화장품업계&식약처가 출범시킨 ‘화장품 제도 선진화 협의체’가 빠르면 9월 중에 대대적 혁신 방안을 내놓으리라는 소식이다. 그 중심에 대한화장품협회 이명규 부회장이 있다. 이 부회장은 9월 2일 개최될 국회 K-뷰티 포럼 세미나에서 ‘한류 확산과 한국 화장품 재도약을 위한 규제혁신’을 발표할 예정이다. 

화장품업계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충전시켜줄 규제 혁신 방안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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