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과학자들의 지(知)의 향연, 대한화장품학회 춘계학술대회가 5월 25일 더케이호켈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사전등록자 550여 명 및 현장 등록자로 입구부터 붐빈 가운데 모두 750여 명이 참석했다. 4개 분과별 논문, 구두 발표 등 20편의 논문과 67편의 포스터 등이 발표됐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 기조강연 : 글로벌 히트 제품 마케팅 전략(씨엘메르 양창수 대표) ▲ 초청강연 ① The Perspective of Cosmetic Ingredients with Peroxisome Proliferator-activated Receptor Modulating Activities (서울대 노민수 교수) ② Now You Can See Flour Scents (KAIST 김형수 교수) ③ Requirements of Pickering Emulsion as a Cosmetic Product (KAIST 최시영 교수) ▲ ①소재분과 ②평가 및 임상분과 ③제형분과 ④피부분과 별 논문 발표 등 순으로 진행됐다.
대한화장품학회 박영호 회장은 개회사에서 “K-뷰티는 비즈니스·학술 측면에서 한 단계 더 큰 도약을 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한 중요한 변곡점을 마주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인구/환경문제, 국제정세 등 외부변화뿐 아니라 ChatGPT를 위시한 현재 진행형의 기술혁명도 우리 산업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같은 고민을 가진 국내 화장품 산·학계 연구자들이 모여 지혜를 짜내고 용기 있게 새로운 도전을 하면 K-뷰티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기조강연에 나선 양창수 대표는 “30여 년 경험을 바탕으로 이슈가 되었던 마케팅 사례의 분석 및 이해를 통해 성공 확률을 높이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는 △ 기존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 사례 분석 △ 스킨케어에 비해 열위인 메이크업 카테고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글로벌 브랜드의 벤치마킹 과정에서의 노하우 △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성공 및 실패 사례 분석을 통한 뉴럭셔리 브랜드의 지향점 및 제품 기획 등을 소개했다.
기계공학 전공이지만 유체역학을 응용해 ‘꽃향기의 가시화’를 연구한 김형수 교수의 발표는 흥미를 끌었다. 그는 “기존 꽃향기 측정방법과 다른 레이저 간섭계 기반의 휘발성 유기물 증기(VOCs)의 상대 굴절율 측정을 통해 백합에서 나오는 꽃향기를 시공간으로 직접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꽃향기 분비 주기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기술로, “향후 발향제품 정량화, 유해냄새 물질 측정, 가스 유출 측정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파급력을 지녔다“라고 설명했다.
오후 세션에 분과별로 발표된 논문을 저자별로 분류하면 △ 산·학 공동 연구 2편 △ 산업계 7편 △ 학계 3편 등 12편이었다. 산·학 공동 저자로 △세종대+아모레퍼시픽 R&I 센터 △호서대+한국에센셜오일소재연구소 등이 이름을 올렸다.
논문집에 실린 포스터 65편의 저자 소속을 보면 산업계에서는 코스메카코리아가 8편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LG생활건강 6편, 선진뷰티사이언스 3편 순이었다. 대학에서는 성균관대가 8편으로 선두였으며, 호서대가 5편을 발표하며 바싹 뒤를 이었다.
앞서 박영호 회장은 개회사에서 비즈니스·학술 측면에서 도약을 위해선 화장품과학자들의 도전을 강조했다. 도전의 바탕은 바로 연구 논문의 양산과 질적 성장이다.
KCI에 따르면 대한화장품학회지의 피인용횟수 추이는 2014년 이후 하락 추세로 거의 바닥을 기고 있다. 공교롭게도 중국 특수 붐이 불기 전 2007년 논문의 피인용횟수가 240회에 달할 정도로 활발했다. 하지만 이후 2020년 0에 가까울 정도로 추락했다.
돈벌이에 치중하다 보니 R&D에 소홀했던 게 아닌가 산업계는 자문할 일이다. 이는 대한화장품학회의 현주소이자 과제로써 미래를 위한 ‘도전’, 즉 학회원들에게 논문 쓰기를 북돋워줄 필요가 있다.
변곡점을 맞이한 K-뷰티의 미래는 화장품과학자들의 논문 수 및 피인용횟수 증가로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계학술대회의 논문집을 눈여겨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