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막바지에 현지 기업 컨설팅 의뢰를 받았다. 스토어 매출 컨설팅과 필요하다면 마케팅도 동시에 진행해 달라는 제안이었다. 막상 스토어 현황을 리뷰하고 느꼈던 건 마케팅도 문제지만 애초 대부분 고객이 여성인데 이에 맞춰 판매할만한 제품이 제대로 선정이 되어 있지 않았다. 이 기회에 ‘알맞은’ 제품을 소개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고, 마침 오래 공들여왔던 한국 화장품과 연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대 공간을 많이 확보해 대략 20개 브랜드 이상 약 50개 SKU 입점이 가능하게 되었다. 말 그대로 기본만 갖춘 브랜드라면 쉽게 제안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근데 제품을 넣으려 하니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기초화장품이라면 인증이 아니더라도 제품 또는 브랜드 등록 절차를 받아뒀어야 했다. 대행 가능할 정도의 기본이라도 갖췄으면 좋았을 텐데 뒤늦게 진행하기도 쉽지 않았다. 제품 등록과 라벨은 필수 작업이다.
또한 캐나다의 경우 영어뿐만이 아닌 불어 표기가 필수인데 불어는커녕 영문 표기도 엉터리인 브랜드가 대부분이었다. 미리 준비해두라고 그렇게 강조했지만 실제로 준비한 기업은 없었다. 또 뒤늦게라도 덤벼들려는 간절한 고객도 없었다. 그나마 미리 준비된 기존 고객사의 소수 제품을 제안할 수 있었고, 이들 기업은 오프라인 거점까지 확보하며 좋은 시작점을 만들 수 있었다.
내가 만난 모든 기업들은 항상 같은 말을 한다. “우리 제품은 정말 좋은 제품이고 정말 열심히 만들었으니 잘 팔릴 거”라 말한다. 내가 봐도 무척 열심히 하는 것 같다. 특히 자사 제품에 대한 애착은 엄청났고 모두 제품 전문가로 보였다. 그렇지만 열심히 한다고 다 잘되는 법은 없다. 결국 방법의 차이다.
여기서 궁금한 건 목표가 뭐냐는 것이다. 제품 전문가가 되고 싶은 건지 아니면 많이 팔아서 매출을 올리고 싶은 건지 궁금하다.
매번 강조하지만 “판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제품을 보완해 나가야 하는 것”이 맞다. 근데 대부분 제품 투자를 먼저하고 돈이 없다고 한다. 매번 주관적으로 만들고 스스로 최고의 제품이라고 하지만, 막상 판매가 불가(不可)한 구도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먼저 판매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제품이 좋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 안타깝게도 대부분 “좋은 제품이 잘 팔린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제품력에만 집중하다가 막상 많은 기회를 놓치는 기업을 많이 봤다. 방법을 바꿔야 한다. 많이 판매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 두고 제품 전문가를 고용해야 한다. 대부분 많이 팔고 싶다면서 행동은 정반대로 하고 있다.
좋은 제품도 숨어 있으면 찾을 수 없다. 그래서 기본적인 마케팅을 하라고 제안한다. 하지만 다들 제품 생산에만 돈을 쏟아 붓고 있기에 마케팅에 비용을 쓰면 위험하다고 한다. 사실 마케팅을 안하면 찾을 수가 없기에 현실의 운과 연결할 수가 없다.
어떤 브랜드는 준비가 미흡한데도 손쉽게 미국과 캐나다 매장에 입점한다. 또 다른 브랜드는 준비를 다해 두고도 연결되지 않으니 ‘운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라면 바로 대응할 수 있게 해두는 게 운의 확률을 높이는 게 아닐까! 복권도 일단 사야 당첨이 될 수 있다. 마케팅도 옵션이다. 바이어들은 많은 옵션을 쥐고 있다. 그 옵션에 포함이 되어야 한다. 사업은 운을 좇아야 한다. 항상 바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한국 제품들이 북미에서 선방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한글로 쓰여진 제품이 많이 보이고, 현지 고객이 관심을 보이는 모습도 목격한다. 그렇다고 한국의 모든 제품이 매대에 올린다고 잘 팔린다는 건 아니다. 호기심으로 제품을 접했을 때 공감할 수 있어야 판매로 연결된다. 국내 방식의 마케팅이나 세일즈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겠지만 단발성이 아닌 장기적 판매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존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현지 고객이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건 정말 중요하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무수한 기업과 마주하고 정말 많은 조언을 했다. 최근 들어 “한국 정서라면 어쩌면 내 조언이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 서로 다르다는 부분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확실한 건 사업 규모를 떠나 어떤 목표로 어떻게 시작점을 만들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을 하나씩 공유하고 똑같은 목표를 가진 기업을 이끌어 가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사실 북미는 어려운 시장이고 당연히 비용도 많이 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비용이 문제가 되면 “그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비즈니스 경험 상 꼭 그렇지만도 않기 때문이다.
최소한 운이 찾아왔을 때 대응할 수 있는 기본적인 부분만 잘 준비하면 되는 것이다. 앞서 그렇게 좋은 제품이고 성공 확신이 있는 제품이라면 기회만 주어지면 당연히 잘 돼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먼저 검증하고 현지에서 최소한의 테스트 후 확신이 서면 우리가 현지에서 가장 강력한 마케팅으로 직접 투자도 가능할 것 같다.
결국 각자 잘하는 분야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렇게 잘 판매가 되는 규모를 먼저 만들고 나면 수익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수익 분배는 그 다음의 일이다.
ALC21 알렌 정 대표는...
토론토대학교(경영학, 심리학) / ALC21대표 & 컨설턴트 / 아마존 베스트셀러 ‘Walking the path others do not’ 저자
Fuerza North America 대표 / Zenex Enterprises Limited(전) 부사장 / 캐나다 비영리단체ELCA & TorontoMaker 대표이사 / 캐나다법인 AGAR Place &SZM Inc 전무이사 / Toronto Film School & Humber College 인턴십 프로그램 멘토 / (재)전남테크노파크 & (재)광주테크노파크해외비즈니스센터 캐나다지역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