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유통시장은 ‘고객 중심, 데이터 기반’ 전략으로 생존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2일 ‘2025 유통산업 전망 세미나’에서는 유통채널별 변화 양상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기조강연에 나선 BCG 코리아소비재 부문 송지연 파트너는 “자기 탈피를 해내는 진화를 못하면 새로운 플레이어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주는 것이 유통업의 본질이다”며 “과거의 성공방정식을 하루 빨리 벗어나 파괴적 혁신을 단행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프라인 유통은 변혁의 시대를 맞이해서 과거의 오프라인 유통공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점포가 아닌 고객중심으로’, ‘가격과 원가가 아닌 데이터와 고객 인사이트’ 등에 기반한 사고와 변화 없이는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커머스에 대해서도“개인화된 최적의 맞춤형 고객경험 제공, 재미와 스토리가 있는 커머스, 여기에 이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운영모델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전문점분야 발표에 나선 대신증권 유정현 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의 쇼핑 장소가 시내 면세점에서 H&B 전문점, 즉 올리브영으로 바뀌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면세점 업계가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반면 올리브영의 올해 매출 성장률은 전년대비 약 3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면세점협회 황선규 단장은 올해 면세점 업황은 극도로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면세점의 소비층이 소수의 대량구매자에서 개별 여행객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면세점 쇼핑보다 식도락 관광, 유적지 방문 등과 같은 체험형 관광이 선호되는 경향을 보이고, 외국관광객이 쇼핑장소로 면세점보다 로드숍을 찾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황 단장은 내년에도 면세점 업계는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봤다. 내년에는 우리와 중국의 경기가 수축국면에 접어들면서 중국인 관광객의 국내 유입 규모가 올해보다 축소될 것으로 우려되는데다, 중국의 시내면세점 확대 정책으로 중국 소비자들이 국내 면세점 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쇼핑업계 발표에 나선 이미아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박사는 “C커머스의 한국 시장 공략과 더불어 내수시장의 한계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올 7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쇼핑 도우미 루퍼스(Rufus)가 정식 출시되면서 AI쇼핑 도우미 시대가 개막되었다”고 밝혔다.
온라인쇼핑에 생성형 AI기술이 접목되면 원하는 답변을 얻으려 여러 번 검색어를 입력해야 했던 키워드 검색과 달리, 검색 한 번으로도 맞춤형 답변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 이제 “도쿄 여행”과 같은 키워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도쿄에 여행 갈 건데 계획 짜줘” 같은 대화체로 검색할 수 있게 된다. 네이버는 사용자의 쇼핑 검색 여정 전반을 도와주는 쇼핑 내비게이터 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양분하고 있는 시장에서 이들과의 경쟁을 비껴갈 수 있는 특정 카테고리 중심의 온라인플랫폼(버티컬플랫폼)도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일본과 미국, 태국, 캐나다 등 13개국에 유통하고 있고, 식품 플랫폼 컬리는 싱가포르, 홍콩, 미국에서의 성공적인 진출에 힘입어 중국 시장을 모색하고 있다.
이밖에 백화점의 키워드는 ‘백화점 명칭 변경’과 ‘Town화’가 주력으로 예측된다. 실제 현대백화점은 대구점을 ‘더현대 대구’로, 부산점을 ‘커넥트 현대’로 변경했고, 신세계는 경기점의 명칭을 ‘신세계 사우스시티’로 바꿨다. 집객을 위해 백화점, 대형마트, 영화관, 호텔,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구성하는‘Town화’도 변화의 한 축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상의가 개최한 이날 행사에는 제조, 유통, 물류, 금융 등 업계에서 5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김민석 대한상의 유통물류정책팀장은 “미국 행정부의 정책 급변으로 우리 경제와 소비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기업은 미국 정책의 방향과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다양한 시나리오와 대응책을 면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